전통제약사 R&D 롤모델..."제약과 벤처 사이, 부광약품"
전통제약사 R&D 롤모델..."제약과 벤처 사이, 부광약품"
  • 조광연
  • 승인 2019.11.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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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정관념을 버리면 R&D 강소제약 가능하다

연구개발(R&D)을 통한 성장을 꿈꾸고 있는 중소 규모의 전통 제약회사라면, 연간 매출 2000억원 안팎에 전체 임직원 637명(연구개발직 34명, 영업직 277명, 생산직 161명, 관리기타직 165명) 규모인 부광약품의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통 제약회사인 부광약품은 근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에 지분 투자하거나, 아예 통채로 인수하거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거나, 신약 파이프라인을 되 파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R&D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

"우리는 전통 제약사회사와 벤처의 중간 쯤에 있습니다. 생산시설이나 연구소처럼 하드웨어에 투자하기보다 신약 파이프라인 같은 지식재산권(IP)에 주력 투자를 합니다."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일 KB증권본사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및 성과 발표회'를 갖고 회사의 좌표 와 R&D 전략의 정체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유 사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중단없이 노력하면 치매치료제 '아리셉트'를 개발해 일약 글로벌 제약회사가 된 일본 에자이의 성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차있다.

전통 제약회사와 벤처의 중간에 자리잡기까지 치열했던 부광약품의 고민은 매출 기준 중소규모의 모든 전통 제약회사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R&D가 중요한 것을 모르지 않으나, 매년 고만고만하게 거두는 영업 실적에서 자금을 뚝 떼어낼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다, 경험마저 없으니 익숙한 방식을 되풀이하며 '다각 경영만' 강조하며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 "R&D를 하기는 해야 할텐데..."하는 부담은 공부를 앞둔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반면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은 벤처기업들은 별도의 매출이 없는 사막과 같은 외길에서 'R&D 성과만' 바라보며 질주하고 있다.

부광 R&D 전략의 철학은 '하나의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성공하는 약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순환시키는 것'인데 그래서 '한정된 자원으로 버티기위해 돈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데 골몰'해 왔다. 시작점은 안트로젠에 대한 재무적 투자였다. 안트로젠 설립시절 40억원을 넣었는데, 이 회사가 상장하면서 보유주식 160만주 가운데 40만주를 장내에서 팔아 377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런가하면 10여년간 가치를 끌어올린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닙을 에이치엘비생명과학에 넘겨 400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뒀다. R&D 선순환 투자가 낳은 성과였다.

부광약품은 지난 7일 KB증권본사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및 성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유희원 대표이사 사장이 부광약품의 비즈니스 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노보 노르디스크와 노바티스 연구원들이 2010년 설립한 파킨슨병 환자의 이상운동증 등 CNS 신약개발 전문업체 콘테라파마를 2014년 100% 지분 인수한 것은 '부광 R&D 전략의 꽃'이다.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물질(JM-010)은 유럽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에도 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2019년 6월말 기준 지분 96.26%를 보유한 이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IPO)하려는 것이다. 주관사 선정까지 마쳤는데, IPO에 성공하면 JM-010의 개발은 탄력을 받게된다.
 
부광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양하다. 투자 판단 기준은 신약개발 가능성을 최우선 하는데 이는 주식 확보와 향후 주도권까지 고려한 것으로 최소투자를 지분 5%에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권한이 많은 조인트벤처(JV)에 관심이 더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싱가포르제약사 아슬란과 함께 합작해 설립한 재규어 테라퓨틱스(JaguAhR Therapeutics)다. 재규어는 아슬란으로부터 이 회사 주요 파이프라인인 아릴탄화수소수용체(AhR) 관련 기술을 모두 이전 받아 면역항암제를 개발한다. 리드물질 단계인데 신약 후보물질이 도출되면 2021년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재규어의 1대 주주와 이사회 의장은 부광약품이며, 아슬란이 CEO를 밑고 있다. 부광은 초기 500만 달러를 넣었다.
 
쓸만한 파이프 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이프 라인을 품은 괜찮은 작은 회사는 어디에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찾아낼까. 한마디로 말해 비법이 있을 수 없다. 1999년 입사한 이래 신약 임상개발전문가로 회사가 키워 낸 인물, 유희원 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작동하는 근간은 해외 네트워크”라고 보고 있다. "4~5년 전만해도 해외에서 부광약품을 설명하는데, 설명이 길었지만 회사가 부단히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한 결과 이젠 명함 한 장으로 웬만큼 통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 7월 던디대학과 파킨슨병 혁신신약 치료제 개발에 관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네트워크 노드(Network Node)의 한 인물이 연결해 준 기회 포착이었다.
 
간접투자, 직접투자라는 수단으로 다방면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지식재산권 확보에 노력하는 모습 때문에 부광약품은 신약개발보다 투자 수익에 관심이 많은 곳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제약회사들의 꿈처럼 부광의 궁극적 지향점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의약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하는 것이다. "라이센스 인은 전세권이고, 지식재산권은 자가주택"이라는 유 사장의 신념처럼 부광약품의 R&D 전략 의사결정에는 처음부터 대주주 김상훈 CSO를 주축으로하는 재무적 투자가 뒷받침된다. 정확한 정체성에 맞춰 전사적으로, 조직적으로 확립된 역할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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