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약평위, 작년과 같은 수준서 심의 마쳐

다국적 제약사들이 실패했던 경구용 파클리탁셀을 국내 제약사가 개발해놓고도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3년 넘게 속만 태우고 있다. 대화제약의 리포락셀액 이야기다.

리포락셀은 산업자원부의 고효율 항암제 개발사업 과제로 1999년 선정돼 국내에서 처음 개발에 착수됐고, 많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16년 9월9일 시판허가를 받았다.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전환한 건 대화제약의 리포락셀이 세계 최초다. 다국적 제약사 개발이력까지 감안하면 먹는 파클리탁셀의 등장은 이른바 '30년의 대역사'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리포락셀액은 급여 등재절차를 진행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현 약가제도에는 리포락셀 개발에 투여된 20년 가까운 노력과 비용을 담아낼 그릇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염변경 의약품 등 자료제출의약품 약가우대의 경우 개발목표제품(오리지널)과 투여경로가 같아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리포락셀액 중국 기술수출 성과를 인정받은 대화제약은 지난해 11월 우수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선정돼 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보험등재 과정이 원활치 않아 3년이 넘도록 국내에 급여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리포락셀액 중국 기술수출 성과를 인정받은 대화제약은 지난해 11월 우수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선정돼 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보험등재 과정이 원활치 않아 3년이 넘도록 국내에 급여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현 제도에 비춰 '평가 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조건부 비급여)'로 지난해 6월29일 심의를 마쳤는데, 이 가격은 염변경 의약품은 물론 제네릭 가중평균가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었다. 기대가 컸던 대화제약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용할 수 없었다.

리포락셀 급여 평가액은 어떻게 산출됐을까. 산식은 좀 복잡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단 리포락셀은 오리지널(주사제)과 투여경로가 달라서 염변경 의약품 등 자료제출의약품 약가우대를 받지 못했다. 따라서 제네릭 산식을 적용해 평가가 이뤄졌다. 만약 파클리탁셀이 경구제였다면 리포락셀은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수준으로 (평가금액보다) 더 나은 약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체약제인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모두 주사제여서 상황이 더 꼬였다. 현 약가제도는 주사제의 경우 가장 경제적인 조합을 대체약제로 선택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파클리탁셀 주사제는 대개 300mg을 투약하는데 30mg을 10개 쓰거나 100mg 3개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150mg 2개를 투약하기도 한다. 반면 300mg 1개를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이 투약패턴에서 가장 경제적인 조합은 300mg 1개를 쓰는 것이어서 심사평가원은 300mg 가격을 기준으로 리포락셀의 비용효과성 평가를 진행했다.

상황만 놓고보면 리포락셀은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투여경로를 바꾼 혁신으로 인해 오히려 저평가(자료제출의약품 약가우대 미적용, 동일투여 경로인 경구제가 없어서 주사제 기준의 비용효과성 평가)를 받게 된 꼴이다.

제약계는 그동안 이런 R&D와 혁신을 적절히 보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약가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마저 안된다면 최소한 30mg이나 100mg 위주로 투약이 이뤄지는 시장상황을 반영해 가격을 평가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나 보험당국의 제도개선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포락셀액은 지난 7일 약평위 안건에 다시 올랐고, 결과는 동일하게 '평가 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조건부 비급여)'로 나왔다. 평가결과가 지난해 6월과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공은 한번 더 대화제약에 넘겨졌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가격을 수용하고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지, 아니면 국내 급여 출시를 포기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대화제약이 어떤 선택을 하든 리포락셀은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노력을 현 제도가 제대로 평가해주는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