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약사 대다수는 레이트커머…시장 진입도 느려

손경복 이화여대 약대 교수
손경복 이화여대 약대 교수

미국은 후발의약품이 등장할수록 약가가 떨어지는 반면, 국내는 상한금액과 유사한 수준에서 대부분 급여 가격을 신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손경복 이화여대 약대 교수는 8일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병행세션 '해외 약가 참조 및 활용의 한계' 세미나에서 "의약품 가격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려면, 제네릭 시장이 좀 더 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손 교수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허가받은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복합제 포함) 약물을 중심으로 국내 스타틴 시장 동향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었다. 손 교수는 "스타틴 의약품은 재밌는 약이다. 처방량도 많고, 다양한 의약품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히 많은 제네릭이 존재하고 있다. 스타틴 의약품 경쟁을 살피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도 오리지널 특허만료로 제네릭이 진입했을 때의 스타틴 시장 동향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수행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은 제네릭 대비 오리지널이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제네릭 시장에서 규모가 작은 제약사간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과당경쟁은 경제학 용어로, 경쟁업체 간 출혈을 감수하는 경쟁이라는 의미다. 총 416개 제약사가 존재하며, 대부분 작은 규모다. 이들 기업이 작은 제네릭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손 교수는 "아토르바스타틴 10mg의 오리지널은 2004년 11월 25일, 첫번째 제네릭은 2007년 1월 17일 허가받았다. 국내에는 총 119개 의약품이 허가받았는데, 이 중 글로벌 제약사가 출시한 3개 제품을 제외하면 116개의 아토르바스타틴 후발의약품이 존재한다"며 "오리지널 허가 후 2.1년이 경과하고 첫번째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의약품 누적은 급격히 이뤄졌다. 5년 정도 경과된 이후에는 더 이상의 후발의약품 진입이 없었다. 그런데 8년 정도 경과된 시점에서 굉장히 다양한 후발의약품이 다시 시장에 출시됐다"고 했다.

이 연구에서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s, 선도자)와 레이트커머(Latecomers, 후발자) 개념을 2.5년 전후로 구분했는데, 3:7 비율로 퍼스트무버가 적었다. 규모가 작은 제약사 대다수는 레이트커머로 나타났다. 

로수바스타틴은 오리지널 허가 후 4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첫 제네릭이 등장했다. 로수바스타틴 5mg 복합제의 경우 비교적 최근인 2017년 출시돼 아직까지는 많은 의약품이 출시되지 않았다. 손 교수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제약사를 퍼스트무버와 레이트커머로 구분했다. 그 결과, 116개 제약사 중 35곳은 퍼스트무버·81곳은 레이트커머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로수바스타틴은 오리지널이 출시된지 3년이 채 안 되어서 앞으로 많은 의약품이 출시될 거라는 점을 가정하고 분석을 시행하게 됐다. 분석 결과, 큰 기업과 비교하면 작은 기업의 경우 시장 진입 기간이 좀 더 많이 소요된 반면, 큰 기업은 더 빨리 시장에 진입했다"고 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는 굉장히 많은 후발의약품이 진출해있는데, 급여대상 의약품 수량으로는 아토르바스타틴이 1등·로수바스타틴이 2등을 차지했다. 이들 의약품을 퍼스트무버와 레이트커머로 구분하면 상당수가 레이트커머에 속했다. 또,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작은 기업은 여전히 시장에 진입하고 있었다. 손 교수는 "좀 더 부연 설명을 하면, 제약사 규모가 작을수록 레이트커머로 후발의약품 시장에 진입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오리지널·위임형 제네릭·허가특허연계제도(180일)를 넘긴 이후의 아토르바스타틴 시장에는 총 7개의 제네릭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독일도 마찬가지로 20개 미만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오더 엔트리(Order of Entry Effects) 개념으로 보면, 외국은 먼저 진입한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잘 적용된다. 오더 엔트리가 잘 작동하는 나라의 후발제약사는 기등재된 의약품보다 더 강화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 경쟁력은 바로 가격이다. 미국의 경우 두번째 제네릭 등장 시 77%, 세번째 제네릭 등장 시 60%로 약가가 낮아진다. 후발 의약품이 등장할수록 가격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한가격과 유사 수준에서 대부분 급여가격을 신청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의약품 가격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려면 제네릭 시장이 좀 더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은데, 제네릭을 좀 더 활성화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넓은 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약사가 가격 혹은 다른 도구를 통해 좀 더 활발히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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