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 병행세션
"국가별 보건의료 환경·약가구조 상이…기준 명확치 않아"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

"해외약가 참조를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까지 확대해 적용하려면, 현행 신약 등재 원리·다른 약가 사후관리제도와의 조화를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前 건보공단 보험급여실 차장)는 8일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병행세션 '해외 약가 참조 및 활용의 한계' 세미나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약가결정 시 외국 등재 약가를 1999년부터 중요 요소로 참조해왔다. 올해 4월 정부는 해외 약가를 참고해 기등재 의약품 약가를 조정하는 약제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해외 약가 활용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행 외국약가 참조법을 그대로 신약 등재·사후관리에 활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현 심사평가원 급여적정성 평가에서 신약은 A7(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 조정평균가 미만,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은 A7 조정가의 최저가로 평가된다. 건보공단 약가협상에서는 OECD 가입국 및 대만·싱가포르의 보험상환금액 또는 조정가·상대비교가격이 참조된다.

이 교수는 "A7의 경제수준·보건의료체계를 고려할 때 이들 국가의 조정가와 직접 비교는 부적절하며, 산출방법 근거도 부족하다. 또, 급격한 환율 변동 시 반영이 불가능하며, 리베이트·위험분담제(RSA) 등으로 인해 표시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고 했다. 

약가협상 참조가격에 대해서는 "급여적정성 평가 시 참조하는 국가·가격 기준과 상이하다. 국가에 따라 보험상환금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마찬가지로 리베이트·위험분담제(RSA) 등으로 인해 표시가격이 왜곡될 수 있으며, 평균가·최저가·중간값 중 어떤 값을 대표값으로 사용하는지 참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급여적정성 평가 시 A신약의 A7 조정 평균가는 95만5443원(최저 영국 68만원·최고 독일 120만원), 약가협상 시 OECD 가입국 평균가는 98만2795원(최저 미국 39만원·덴마크 129만원)이다. 

A신약 A7 조정가격(급여적정성 평가 시 활용)(표: 이종혁 교수 발제 PPT)
A신약 A7 조정가격(급여적정성 평가 시 활용)(표: 이종혁 교수 발제 PPT)
A신약 OECD 가입국 약가(약가협상 시 참고가격)(표: 이종혁 교수 발제 PPT)
A신약 OECD 가입국 약가(약가협상 시 참고가격)(표: 이종혁 교수 발제 PPT)
B신약과 대체제와의 상대비교가(약가협상시 참고가격)(표: 이종혁 교수 발제 PPT)
B신약과 대체제와의 상대비교가(약가협상시 참고가격)(표: 이종혁 교수 발제 PPT)

이 교수는 "해외약가 참조를 사후관리까지 확대하면 왜 7개 국가만 해야 하느냐, 이들 국가 약가가 대표값이라 할 수 있느냐, RSA·리베이트 문제도 있는데 색인가가 과연 맞느냐, 환율 변동은 고려했느냐, 조정가 산출식이 과연 타당하느냐, 평균가를 써야 하느냐, 최저가를 써야 하느냐 등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약가협상 시 B신약과 4개 대체제와의 상대비교가를 보면 미국(평균 1415원)과 벨기에(평균 7659원)는 5배 넘게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어떤 가격을 대표값으로 써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올해 6월 심사평가원은 해외약가 참조기준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에서는 캐나다·호주·대만을 A7에 더해 추가하고, 산출기준을 산술평균가나 중간값으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또, 공장도출하가 산출방식을 공장도 출하가·환율을 36개월 평균으로 변경하고, 유통거래폭을 좀 더 합리화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 약제비 적정관리 방안으로 약제군별로 약가 수준을 해외와 비교해 정기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보장성 강화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약가 사후관리제도는 크게 사용량·약가 연동협상, 실거래가 조사, 특허만료 가격 인하,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 인하 등 4가지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여기에 해외약가를 참조한 기등재 의약품 약가 재평가까지 추가되면, 현재 운영되는 약가 사후관리제도와의 조화라든지 여러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이전에는 신약 등재 시 등재 가격에 해외약가가 직접적으로 반영됐으며, 사후관리 시 A7 약가를 참조해 재평가가 이뤄졌다. 2007년 이후부터는 대체(비교)약제와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해 신약이 등재됐다. 이 교수는 "등재 시 해외약가가 직접 가격에 반영된 품목은 해외약가와 연동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해외약가가 낮으니 그 가격과 동일하게 맞추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해외약가는 국내 신약가격 결정·사후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가격산정 방법 등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외 약가를 신약 등재·사후관리에 활용하려면 합리적이고 타당한 대표값의 산출법이 필요하지만, 국가마다 보건의료 환경·약가구조가 상이해 그 방법을 도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해외 약가를 기등재의약품 재평가 등으로 확대·적용하려면, 현행 신약 등재 원리·다른 약가사후관리 제도와의 조화 등을 고려해 그 대상·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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