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 설 때마다 은연중 던지는 새 키워드들

"국내 1인당 약제비는 영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약제비 지출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이 올해 6월14일 연세대에서 열린 보건행정학회 전기학술대회 병행세션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제약바이오 사업' 세미나에서 던진 말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대부분 이 말을 제목이나 리드로 썼다.

기획된 것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곽 과장은 매 토론회 때마다 이런 키워드를 은연중에 던진다. 공교롭게도 기자들이 제목으로 잡기 좋은 말들이었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나온 말들이 하나둘 모여서 '말의 성'을 축조하더니 이제 윤곽을 만들어가는 구조물이 돼 가고 있다는 데 있다.

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 정책토론회에서도 강한 메시지를 하나 던졌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보건복지부)는 일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든다"는 말이었다. 겉으로는 자책처럼 들리지만 맥락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 내 보험약가제도 관련 사항을 원칙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혀진다. 메시지가 다층적이었던지 이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각기 다른 말로 리드를 잡았다.

히트뉴스는 이날 짧은 패널토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그리고 하나 씩 축조해 온 곽 과장의 '말의 성'의 재료들인 말들을 정리해 봤다.

"우리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서 동시에 신약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지 의문이다."

곽 과장은 "제네릭이나 특허가 끝난 의약품을 요구하는 민원은 없다. 국민이나 환자가 요구하는 건 신약이다. 그런데 약품비 지출구조를 봤더니 신약(특허존속)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었다. 그래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담았다. 현재 지출구조 분석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데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출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 미시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데 대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곽 과장은 지출구조에서 신약 비중이 적게 된 건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동일성분약가제 영향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동일성분약가제도는) 약가일괄인하 등 당시 정책적 상황에서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격이 싼 제네릭이 오리지널을 대체해야 하는 데 (동일가가 되면서) 제네릭의 가치와 기능이 상실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사르탄 사태 때 보면 오리지널보다 더 비싼 제네릭들도 있었다. 그러면 제네릭을 쓰게 할 동기가 없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국내 제약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견고한) 구조라는 데 있다. 미국의 경우 특허가 만료되면 4~5년내 사실상 퇴출수순을 밟는다. 그런데 특허만료 오리지널 중 전세계 매출의 절반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품목도 있다"고 했다.

곽 과장은 "(그렇다고) 이런 구조를 한꺼번에 깰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바꿔가야 한다. 건강보험종합계획도 5년동안 다 실현되기는 어렵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과도기적이고 단기적인 과제로 제시한 게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과 특허만료 성분약제 약가재평가, 기등재약 재평가 등이다. 여기서 절감된 약품비를 별도 계정을 만들어 항암제나 희귀질환 및 중증질환 약제 재원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같은 맥락에서 트레이드-오프도 공식화했다. 회사단위에서 자사 특허만료의약품 재정을 빼서 신약 급여기준 확대와 맞바꾸면 가격인하분을 상쇄할 수 있다. 회사 차원의 부분적인 구조개편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몇군데 제안했더니 선뜻 수락하지 않더라. 이런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계에 협조 요청드린다"고 했다.

"사용량 (통제 필요성) 맞다. 큰 문제다."

곽 과장은 이렇게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당장 로드맵에 없는만큼 유연하게 빠져나갔다. 그는 "사용량 부분은 의료이용량과 정비례 관계다. OECD 평균과 비교해 우리의 입원일수와 외래 의료이용량이 2배 또는 그 이상 더 많다. 이런 구조에서는 약 처방량도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부분은 의료이용행태, 처방행태 등과 연관된 것이어서 보험약제과 차원에서 풀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과들과 연계해 복지부 차원의 전반적인 대책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했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는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판단된다."

곽 과장은 "국내 건강보험 약품비 비중이 24%대로 낮아졌다고 하는데 의료비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서 약품비 비중이 저절로 낮아진 측면이 더 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9~2015년 통계를 보면 OECD 약제비 증가율은 거의 제로 수준이었거나 1% 미만이었고 마이너스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1조원 이상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가 일을 못한 꼴"이라고 했다.

"환자 건강증진 관점에서 같이 노력해주길 바란다."

곽 과장은 "지출구조 개편과 종합계획은 이런 여러 고민들 속에서 나왔다. 기등재약 재평가 등을 놓고 제약계가 많이 시끄러운 것으로 안다. 쉽지 않은 일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자 건강을 증진한다는 관점에서 제약계도 같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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