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롱텀데이터로 만성편두통 예방 재확인
나보타 연구자임상서 흉터 개선 입증

(왼쪽부터) 한국엘러간 '보톡스'
대웅제약 '나보타'

보툴리눔 톡신 제제들이 치료 분야에서 활용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적응증을 보유한 오리지널은 장기 임상 데이터를 공개해 '효과 있는 치료옵션'임을 홍보했고,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은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자체 임상과 연구자들의 임상을 모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보툴리눔 톡신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업체들의 신규 진출도 늘어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며 적응증 확보 경쟁에 열심이다.

전 세계 시장규모가 2018년 48억 달러(한화 약 5.5조 원)에서 2024년 70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산돼 고성장이 전망되는 데다 치료 적응증 매출이 60%를 차지하고 있어 '치료 시장'이 '미용 시장'보다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으로 미국 시장에서 순항 중인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회사 매출 성장세를 이끄는 주력 품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대웅의 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최근 나보타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24억에서 247% 성장한 8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나보타에 흉터 개선 효과 차이가 입증된 연구자 임상 결과가 알려져 화제다. 회사 측은 "갑상선 제거 수술 환자의 흉터 관리를 위해 나보타를 투여한 연구자 임상시험에서 투여 시점에 따른 흉터 개선 효과 차이가 입증됐다"라고 7일 밝혔다.

박은주 한림의대 피부과 교수가 책임을 맡은 이 연구는 수술 환자의 흉터 관리를 위해 적절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투여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됐다. 수술 병변 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투여하는 '시점'에 대한 비교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갑상선 제거 수술 당일 나보타를 투여한 결과 2주 후 투여한 것보다 흉터 평가 척도 평균값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환자 만족도 평가, 피부 측정기 평가에서도 흉터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왼쪽) 나보타 투여 후 2, 4, 12, 24주째 흉터 평가 척도, 환자만족도, 홍반지수 평가 결과(오른쪽) 갑상선 제거 환자의 나보타 투여 후 2주, 24주째 흉터 부위 사진
(왼쪽) 나보타 투여 후 2, 4, 12, 24주째 흉터 평가 척도, 환자만족도, 홍반지수 평가 결과
(오른쪽) 갑상선 제거 환자의 나보타 투여 후 2주, 24주째 흉터 부위 사진

박성수 대웅제약 나보타사업본부장은 "이번 연구 효과는 나보타의 흉터 개선 효과와 흉터 관리를 위한 적절한 투여 시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미용뿐만 아니라 치료 분야에서 나보타의 추가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해당 연구가 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이를 알리게 됐다. 보툴리눔 톡신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알려진 것처럼 현재 연구자 임상을 준비단계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적응증 확대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 미간 주름의 일시적 개선 ▶ 뇌졸중 상지 경직 ▶ 외안각(눈가) 주름의 일시적 개선 ▶ 눈꺼풀 경련 등 네 가지 적응증을 갖고 있고 양성교근비대증(사각 턱) 확보를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1995년 국내 시장에 보툴리눔 톡신의 오리지널인 '보톡스'를 출시한 한국 엘러간은 1년 이상의 장기 임상 연구 COMPEL, REPOSE를 통해 만성 편두통 예방치료의 장기적 효과를 입증했다고 최근 밝혔다. COMPEL 연구는 만성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서 보톡스의 장기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했고 REPOSE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톡스의 만성 편두통 예방효과를 평가한 리얼월드 연구다.

한국엘러간의 보톡스 장기임상 연구 (COMPEL 연구와 REPOSE 연구)
한국엘러간의 보톡스 장기임상 연구 (COMPEL 연구와 REPOSE 연구)

COMPEL 연구를 통해 월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와 두통 영향 평가 지표 지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우울 증상과 불안 장애 증상, 수면 질 평가 지수, 피로 측정성 평가 지표도 개선을 보여 임상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REPOSE 연구를 통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만성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서도 월평균 편두통 발생 일수, 일상 활동 제한 지수가 각각 감소하거나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문희수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 예방제로 보툴리눔 독소 A형(보툴리눔 톡신)과 항CGRP단클론항체가 있다. 적용 범위는 항CGRP 단클론항체가 넓지만, 아직 임상 경험이 많이 쌓이지 않아 장기간 사용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항CGRP 단클론항체는 매달 주사를 맞아야 하고 보톨리눔 톡신보다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이어 문 교수는 "만성 편두통 치료 옵션으로써 10년 넘게 임상과 연구들을 통해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이점에서는 경쟁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번 치료로 효과와 안전성이 확보됐고 신약보다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아 만성편두통 예방 치료에 1차 치료제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가장 많은 적응증을 갖고 있다. ▶ 사시 및 눈꺼풀경련 ▶ 첨족기형 ▶ 경부근긴장이상 ▶ 겨드랑이 다한증 ▶ 뇌졸중 상지 경직 ▶ 미간주름 ▶ 편두통 완화 ▶ 방광기능 장애 ▶ 미간주름 개선 등 9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국내 개발 및 허가 보툴리눔독소 제제 적응증-효능효과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국내 개발 및 허가 보툴리눔독소 제제 적응증-효능효과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왼쪽부터) 한국엘러간 보톡스, 대웅제약 나보타, 메디톡스 메디톡신, 휴젤 보툴렉스, 휴온스 리즈톡스
(왼쪽부터) 한국엘러간 보톡스, 대웅제약 나보타, 메디톡스 메디톡신, 휴젤 보툴렉스, 휴온스 리즈톡스

대웅제약 '나보타'와 한국엘러간 '보톡스' 사례를 보며 국내 업체들도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응증 확보에 치열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제품 '메디톡신'을 개발한 메디톡스는 ▶ 눈꺼풀경련 ▶ 첨족기형 ▶ 미간주름 개선 ▶ 근육 경직 ▶ 눈가주름 개선적응증이 있다. ▶ 과민성 방광 ▶ 양성교근비대증(사각턱) ▶ 겨드랑이 다한증 ▶ 만성편두통 ▶ 경부근긴장이상의 적응증을 갖기 위해 임상 연구 중이다.

휴젤의 보툴렉스는 ▶ 눈꺼풀경련 ▶ 미간주름 개선 ▶ 상지 경직 ▶ 첨족기형 적응증을 확보했다. 또 눈가주름은 연내 허가받을 계획이며 ▶ 양성교근비대증(사각턱) ▶ 과민성 방광 ▶ 경부근긴장이상 등은 연구 중이다.

올 6월 출시해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며 신고식 한 휴온스의 리즈톡스는 미간주름 개선 적응증에 이어 ▶ 눈가주름 ▶ 상지경직 ▶ 사각턱 등의 임상 연구를 순차적으로 끝내 허가받겠다는 계획이다. 수입 보툴리눔 톡신인 입센 디스포트와 멀츠의 제오민은 각각 5개, 3개의 적응증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름 개선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단가도 떨어지고 레드오션 시장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미용 중심이지만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자면 치료 적응증을 늘릴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 모두 미개척 영역을 노리고, 수많은 적응증을 타겟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각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다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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