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트레이드오프 등으로 신약 비중 늘릴 것”
제약 “이젠 볼륨 통제도 시도해야”

[종합]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약제비’, 업계는 ‘사용량’에 주목했다. 이 같은 논의는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이뤄졌다.

프랭크 리텐버그 컬러비아대학교 교수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부지홍 아이큐비아 상무의 발제로 이어졌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변진옥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보험정책연구실 제도재정연구센터장, 이원복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패널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주최 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KRPIA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발제를 맡은 부 상무는 단순히 약제비 지출을 낮추는 것만으론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면서 건보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약품의 표준단위 당 가격은 다른 주요국보다 40% 이상 낮은 수준”이라며 “단순히 (약가를 낮추는 전략은) 혁신적인 치료제가 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약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경증약물(소화제, 항생제 등)의 경우 다른 국가보다 약 2배 넘는 사용량을 보였다”며 “국내 약제비 지출이 높은 건 이러한 경증 약물 사용량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성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업계를 대표한 발언으로 과다한 사용량이 약제비 지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문위원은 “위장약, 소화제, 진통제 등이 심평원 샘플 데이터 분석 결과 과다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약제비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젠 사용량 통제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곽 과장은 사용량 통제엔 공감했지만, 약제비 관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약제 사용량 적정화는 단순히 약제비뿐만 아니라 의사 처방, 국민들의 의료이용 행위 등 종합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현재 복지부 차원에서 고민이 많다”며 “현실적으로 트레이드오프 등을 통해 신약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약제비 관리부터 단기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이날 패널토론 내용의 논의를 정리한 것이다.

김성주 전문위원=글로벌 제약사 본사 11곳을 대상으로 한국 ‘약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글로벌 제약사 본사는 한국의 약가가 임상적 가치보다 ‘지불 가능성’에 초점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또 글로벌 제약사 본사는 우리나라 약가가 중국, 중동 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즉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약가가 어느정도 보장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약가도 높이고, 약물 사용량도 높다면 제한된 건보 재정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약물 사용량 통계분석을 해봤다.

심평원 청구자료 샘플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1년 동안 가장 많이 병원을 간 한 환자는 횟수가 300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병상 코드만 13개, 처방 건수는 1000건 이상이었다. 처방약수도 30개가 넘었다. 이렇게 처방되는 약물은 소화제, 소염진통제 등 경증 약물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약제비 만큼이나 사용량 통제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곽명섭 과장=우리 과에서 고민하는 부분은 ‘신약’이다. 지출구조를 살펴보면 ‘신약’ 비중이 적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건보종합계획에도 신약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지출계획 합리화를 포함시켰고, 지출구조를 분석하는 연구를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한다. 지출 구조의 큰 틀을 건드리지 않으면, 미시적으로 접근해 세부항목을 손보는 수 밖에 없다.

국내 제네릭 약가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제네릭 약가 구조에서 글로벌 제약사도 분명 이익을 얻은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이익 구조를 깰 의지가 글로벌 제약사도 있는지 묻고 싶다. 장기적으로 신약의 비중을 늘리고, 특허만료의약품은 제네릭이 대체하는 구조로 가야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가능해 질 것이다.

이를 위해 ‘트레이드-오프’ 제도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제약회사에 이러한 논의를 개별적으로 진행해 본 결과, 선뜻 수락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미시적 계획으론 약물 재평가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별도 개정을 통해 항암제, 희귀난치질환치료제, 중증아토피 치료제를 위해 쓸 것이다.

경증질환에 사용량이 과도하다는 건 우리도 큰 문제로 인식한다. 다만 이 문제는 우리 과만이 아니라 복지부 전반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큰 부분이다.

변진옥 센터장=우리는 약제비를 적정하게 ‘지출’하고자 한다. 약제비 비중을 25% 선에서 쓰겠다고 했지, 결코 약제비를 제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신약의 약가는 정부의 ‘규제’가 아닌 제약사와 정부 간 ‘협상’이다. 신약의 가격은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제네릭 가격 역시 신약의 약가를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건보 재정 관리를 위한)약제비 관리는 중요하다.

안기종 대표=과감한 약제비 지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대체약이 없거나 희귀질환 의약품의 경우 (정부가) 시장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신약에 등급을 매겨 허가 시,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면 좋을 것이다.

제네릭과 관련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제네릭 소비 구조가 건전하게 확립될 수 있도록 기존 의약사 중심이 아닌 소비자와 환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제네릭을 선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일부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원복 교수=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비용효과성이 명확해야 한다. 외국과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신약 약제비가 낮은 것이 과연 외국의 사례가 모범적인 것인지, 우리나라가 모범적인 것인지 불명확해 보인다. 신약을 도입했을 때, 정말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사회적 가치가 있는지 좀 더 명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부 상무의 발표대로 신약 보장성을 확대해도 재정 지출이 0.6% 정도 증가하는 수준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정부가 신약 보장성 확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신약에 비중을 늘리는 데 있어 다른 섹터에서 반발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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