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특수성 반영한 조세제도 개선안 논의
김갑순 교수의 애정어린 충고..."대응능력 강화 필요"

[종합] 제약바이오 R&D 지원 위한 조세제도 개선방안 세미나

"제약바이오산업에 더 많은 지원이 오게 하려면 여기에 왜 더 많이 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업계가 총력을 다해 설명하고 입증해야 한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제약바이오산업 R&D 지원을 위한 조세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연자로 나선 김 교수는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확대를 위한 세제혜택으로 혁신형 제약사의 기술대여에 대한 조세감면, 세제공제 초과액 환급제 도입, GMP 개선시설 투자 관련 일몰기간 10년 이상 장기화 또는 영구화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같은 세금은 소중한 곳에 써야 한다. 그런 재원을 제약바이오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제약바이오기업과 협회는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5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은 정말 중요한 기회다. 이런 정치적 방향이나 추세에 대응할만큼 업계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라고 했다.

이어지는 패널토론에는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이 좌장을 맡고, 김갑순 교수를 비롯해 김영호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 김종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상무가 참여했다.

김종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상무
김종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상무

김종균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상무=나는 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하는 사람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은 유한양행이 대기업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유한양행 매출은 1조5000억원으로, 타산업에서 대기업으로 인정되는 기업에 비하면 (규모면에서) 많이 모자란다. 유한양행을 대기업으로 부르고, 제약바이오산업이 신산업이자 성장동력으로 인정되는 데에는 연구개발(R&D)이 있다고 생각한다. 타 업종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높다. 우리만 해도 매출의 11%(1600억원)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위험도가 높은 부문에 매출의 10%를 투자한다는 건 제약기업의 사회적 의무가 크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에서는 최근 1년간 해외 기술수출 성과 4건을 달성했다. 규모는 3조5000억원 정도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은 별로 없다. 이런 이유로 유한양행 외 산업 발전·혁신에 도전하는 업체들은 김갑순 교수가 제안한 3가지를 전부 환영할 것 같다. 기술수출 4건으로 유한양행은 자신감이 크게 붙었다. 이제 국내 기업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신약은 30여개정도 되는데, 매출을 다 합쳐도 2000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제약사인 휴미라의 1년 매출은 20조원에 달한다. 또, 국내신약 중 6개만이 국내 시장에서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다. 글로벌에서 통하려면 매출이 최소 1조원은 돼야 한다.

국내 제약사 규모·연구개발 투자 여력 등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들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속 투자하고 도전해야 한다. 다행히 유한양행은 4건의 기술수출을 통해 내년·내후년에도 기술료가 계속 들어온다. 그렇지만 기술수출 계약을 한 이후에도 그들과 함께 연구개발에 계속 투자한다. 글로벌기업에 기술이전한 회사에 세제해택을 보다 확실히 구체적으로 줄 수 있다면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본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공 요인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꼽는데, 이는 5년전에는 일반화된 용어가 아니었다. 우리의 오픈 이노베이션 원칙은 유한양행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에 있는 우수한 초기물질을 가져와서 글로벌회사가 침을 흘릴만큼 다듬는 역할에 집중한다. 그렇게 기술이전을 통해 들어오는 기술료는 바이오벤처·대학 등과 나눈다. 이게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였고, 우리는 4~5년만에 성과를 이뤘다. 이런 것이 하나의 전례가 돼, 이제는 매출이 적거나 없는 기업들과 상생할 협력 모델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 중 굉장히 의미있고 바람직한 제도다. 그런데 국가의 연구개발 과제를 기업에서 지원했을 때는 가산점을 주는 것 외에는 없다. 혁신형 기업에 추가적인 혜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다. 김갑순 교수가 제안한 혁신형 제약사의 기술대여에 대한 조세감면은 괜찮은 방안인 것 같다. 올해 혁신형 기업으로 지정된 면면을 보면 스타트업 등 매출이 없는 회사도 있다. 즉, 혁신형 기업 기준은 매출이 아니다. 혁신을 만들어 제약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업이 혁신형으로 지정됐다. 이런 면에서 공제받지 못한 세액공제액을 즉시 환급해주는 제도는 작은 규모의 기업에는 의미있는 일이다. GMP 개선시설 투자는 결국 품질을 높이는 시도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모든 약의 품질이 인정 받을 수 있도록 기업에서 투자한다는 점에서 이 것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우리나라 사이즈에 맞게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는지 보면, 우리나라는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출해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투입 양의 문제인지, 투입 방식의 문제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는데 다른 나라보다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돈을 더 넣는다고 해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즉, 제일 중요한 건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한 분석과 지원 방법 검토다. 어떤 방식으로 돈을 넣을지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나 선행 분석없이 돈을 더 넣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그냥 돈을 줄 수도 있고, 유한양행처럼 수익이 나는 기업은 특정 지출에 대해 세금을 깎아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자금 지원과 조세지원이 반반이다. 어느 하나 우위에 있지 않다. 돈이 없는 기업은 정부가 돈을 주고, 매출이 큰 기업은 돈을 주는 것보다는 그 기업이 성과를 냈을 때 혜택을 주는 방식이 더 낫다. 그런데 지원방식은 나라별 기업 특성·분포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반반이어서 치우치지는 않았다.

국내 조세지원은 다시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 비용 지원과 세액공제다. 그런데 대부분 투입 비용에 대한 것이며, 그 성과에 대한 관심은 없다. 즉, 투입한 금액을 해당 기업에서 연구개발에 진짜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잘 관찰해야 하지만, 투입비용 모니터링은 어려운 단계다. 그렇지만 그런 지원은 연구개발 유도에 도움이 되므로 계속 이뤄지고 있다. 두번째는 성과다. 성과는 오랜기간이 지나서 효과가 발생해야만 돈을 받게 되지만, 돈을 잘못 쓴다는 개념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기업 사이즈가 작아서 비용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다. 투입 비용을 줄이고 성과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다국적제약사들이 경쟁하는 국가와는 제도 비교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제약바이오 연구개발은 성공확률이 5%에 불과하다. 제약바이오기업에 원활한 자원 조달이 어렵다면 위험도를 낮춰주는 지원 방안이 바람직하다. 환급제도는 그 원인과 세입 영향 등을 감안해 검토해야 한다. GMP 개선시설 투자의 경우 생산성을 개선시키기 위한 투자로,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로 이뤄지고 있다. 특정 산업부문만 더 많이 혜택을 줘야 한다는 건 어떤 차별점이 있어야 가능할 거 같다.

김영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
김영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

김영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이번에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마련하면서 재정당국과 같이 협업하며 일몰 연장·조세특례제도 도입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된 상황이다. 김갑순 교수가 추가로 더 필요한 사항을 말해줬는데 전반적인 방향과 그 필요성에 공감한다. 흔히 언급되는 제약바이오산업 특징은 3~4가지다. 개발이 장기간 소요되며 실패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며 규제도 강하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호흡하며 이끌어가야하는 산업이라는 기본적인 관점을 가진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에서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는 신약 개발보다는 영업행위 등을 통해서 매출을 창출했는데, 이제는 R&D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 제도지원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조세감면제도다.

아무리 매출 규모가 큰 제약기업도 대기업으로 부르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혁신 R&D를 위해 중간 단계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기술이전을 통한 소득과 함께 R&D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에 대한 다양한 세제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 혁신 생태계가 우리나라에 조성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지원이 세제 혜택에 반영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제약사 대다수는 신약개발 초기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전략을 취하지만, 일부 기업은 제조업 경험이 많은 강점을 활용해 CMO(위탁생산업체) 형태로 바이오공정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면서 바이오시밀러·신약을 개발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가져간다. 이런 전략이 성공모델이 된다면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는 짧기 때문에 선진국을 그대로 쫓아갈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의약품 품질관리(GMP) 개선시설 투자는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효과성이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 도입한 특허박스(Patent Box)의 경우 각 나라에서 시행해 효과를 본 연구 결과가 있을 것이다. 특허박스에 대한 효과성이 추가된다면 조세제도 도입·개선에 있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한편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조세특례제도를 보면 기재부에 계속 산업의 요구사항을 적극 전달하고 있다. 또 최대한 산업 애로사항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일한 지원이 더 바람직한지,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해 특정 부문을 지원하는게 바람직한 건지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필요한 부분에서 조세특례 부분을 추가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대상에서 차별적으로 '나만 세금을 덜 거둬라'라는 요구를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금은 공평해야 한다는 가치가 너무도 중요하다. 전병목 실장이 제약산업만 차별적으로 조세지원을 제공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했는데, 내가 발제자가 아닌 토론자 입장이라면 나 또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약바이오산업에 지원을 많이 했는데 성과가 낮은 건 또 다른 이슈다.

이번에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이 제안됐고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몇 가지 세제지원책이 반영됐지만, 이는 결코 핵심적인 정책이 아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말하고 싶은건 피 같은 세금은 소중한 곳에 써야 한다. 정말 효과있는 곳에 써야 한다. 제약바이오산업에 더 많은 지원이 오게 하려면, 결국은 '여기에 왜 더 많이 해줘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 업계가 총력을 다해 설명·입증해야 한다. 제약바이오업게는 그런 능력은 낮은 것 같다. 기업·협회에서도 필요성 등에 대한 연구를 자체적으로 실시해 설득력 있게 제공해야 한다. 이번 기회는 중요한 기회다. 정치적 방향이나 추세에 대응할만큼 업계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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