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최종보고회...이달 중 결과물 제출

제약사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연구"
보고서 숨겨두고 정책에 활용해선 안돼

'역대급' 스케일의 건강보험공단 제약산업 연구가 마무리됐다. 과제명은 '의약품 공급 및 구매 체계 개선 연구'다. 이 연구는 설계연구 단계부터 제약업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제약산업 구조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개선방향을 찾으려는 김용익 이사장의 관심과 의지가 담긴 연구라는 점에서 그랬고, 의약품 개발부터 구매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연구가 국내에 부재했던 상황에서 체계적인 첫 실태파악 연구가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대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국내 관련분야 전문가들도 총동원됐다. 수행기관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이지만 무려 17명의 전문가들이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연구책임자는 당시 성균관대 교수였던 이의경 현 식약처장이 맡았다가 이상원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의약품 분야 연구과제치고는 비용도 컸다. 지난해 11월27일부터 올해 11월26일까지 1년간 수행되는 연구에 2억4500만원이 배정됐다. 물론 연구자가 많아서 환산하면 1명당 1441만원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역대급'인 건 맞다.

연구내용은 크게 ▲우리나라 제약산업 현황과 정책방향 ▲제네릭 의약품의 공급 구조 분석 및 효율적인 약품비 관리 방안 ▲신약의 공급 구조 분석 및 제약유통산업 효율성 제고 방안 ▲의약품의 유통 거래 선진화 방안 ▲의약품 공급 구조의 미래 비전과 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연구자들은 그룹으로 나눠 각자 많은 파트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최종보고회가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주재로 열렸다.

연구내용은 현재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 측이 '철통보안', 시쳇말로 '락'을 세게 걸어놨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는 연구자들이 그룹별로 파트를 나눠 연구를 수행한 탓이겠지만 전체적으로 정교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연구진과 건보공단 실무진들이 논의해 보고서가 최종 제출되기 전에 이른바 '마사지' 작업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보고서 공개여부다. 건보공단은 항암요법학회가 진행한 사후평가 연구결과도 공개여부를 저울질하다가 결국 비공개했다. 당시에도 연구결과물이 건보공단이나 복지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 돌았었는데 비공개 결정에는 복지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복지부가 아닌 김용익 이사장의 의지에 의해 수행됐다는 점에서 사후평가 연구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복지부의 개입여지가 없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일단 연구진은 공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체수행 또는 내부검토 연구도 아니고, 더구나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가 2억4500만원이나 투입된 연구결과물을 비공개로 두는 건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일단 공개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 입장에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연구다. 이번처럼 종합적이고 규모가 큰 연구가 없었던 만큼 기대도 적지는 않다. 가장 우려하는 건 연구결과를 비공개로 두고 밀실에서 정책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의뢰 연구는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결과물이 나왔으면 연구자도 공개해서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 보고서를 구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전전긍긍하는 일이 없도록 이사장께서 잘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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