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본분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돼

최근 '유비케어'의 유비스트 자료에 의하면, 일본계 제약사들의 올해 3분기 원외 처방실적(주요 6개사 1781억 원)이, 불매운동이 없었던 2분기(1679억 원)보다 6.1%, 지난해 3분기(1551억 원)보다는 14.8%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초,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두고 일본이 무역 보복조치를 취하자,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면서 의약계에도 밀어닥쳐, 국내 일본계 제약사들이 전전긍긍한바 있다.

일본계 제약사들 중 원외 처방 규모가 가장 큰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올해 3분기 원외 처방실적은 524억 원으로 2분기(497억 원)보다 5.4% 증가됐다. 한국다이이치산쿄와 한국에자이 및 한국다케다 등도 각각 3분기 402억 원, 291억 원, 198억 원의 원외 처방 실적을 올려, 2분기에 비해 7.2%, 7.1%, 5.5% 증가 됐다.

이 같은 현상에 일본계 제약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겠지만, 이는 우리의 일본에 대한 울분의 '대갚음'보다, '국민 건강'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 의약계의 본분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계 제약사들의 처방 의약품 대부분이 대체약제가 별로 없는 '오리지널 의약품'들이고 게다가 중증 질환에 쓰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그 이름이 무려 3000 번 이상이나 등장하는 송시열(宋時烈, 1607~1689)과 허목(許穆, 1595~1682) 간의 처방전(약방문 藥方文) 얘기다. 송시열은 소싯적부터 어린애 오줌을 받아먹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창자에 '오줌버캐'가 쌓여 다 죽게 되었다. 백약이 무효였다. 하는 수 없이 아들을 시켜 정적(政敵)인 허목에게 약방문(藥方文)을 부탁하게 했다. 허목이 알려준 비방에 비상(砒霜, 독약) '석 돈쭝'이 들어있었다.

송시열은 허목의 처방에 독약이 들어 있었지만 그것을 신뢰하고 약을 처방대로 달이라고 했으나 아들이 혹시나 몰라 비상 한 돈쭝을 넣지 않고 약을 달여, 결국 완쾌하지 못하고 약을 먹은 만큼만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송시열이 확신한 것은 "글(학문)과 약(의약품)에는 원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인간을 살리는 의약품이 정쟁(政爭)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示唆)하는 일화라 생각된다.

우리 제약사들도 일본 제약사들처럼 '불매운동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무풍지대의 그런 신약들'을 가능한 빨리 갖게 되기를 고대한다. 일본이 해 냈는데 우리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키워드

#일본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