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용기 · 포장 개봉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일반의약품인 생리식염수를 20ml 단위로 판매해 약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던 약사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약사법에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개봉해 판매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긴 하나, 식약당국에 등록된 해당 약의 포장정보에 '20ml 앰플'이 명시된 만큼 용기나 포장을 개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은 지난 3월 22일 약국 내에서 JW중외제약의 일반의약품 크린클관류제(염화나트륨) 20ml를 봉함된 상태의 50앰플 포장단위(종이박스)를 개봉해 5개 단위로 1500원씩 판매한 약사의 약사법 위반 여부를 수사해 지난 22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약사는 약사법 제48조의 "누구든지 의약품 등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나 수입자가 봉합한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개봉해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지난 4월 인천지역 약국가를 찾아 생리식염수를 낱개 구입하고, 20곳 이상의 약국을 '일반 약 개봉 판매'로 신고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민원인은 약국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관할 보건소가 해당 약국들에 약사법 위반 사실을 공지했다. 

이 사안은 검찰 수사까지 넘어갔다. 고발인은 약사법 제48조 '의약품 포장 개봉 판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약사가 약사법 제48조를 위반해 의약품을 개봉 판매할 경우 최소 업무정지 15일부터 허가취소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약사는 "생리식염수(크린클관류제) 앰플이 50개씩 종이박스에 포장돼 있었던 것은 맞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의약품안전나라)에 등록된 해당 의약품의 포장단위가 20ml 앰플 또는 1000ml 통으로 돼 있으므로 자신은 봉합한 의약품의 포장을 개봉·판매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약사법 제63조에서는 "의약품의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나 수입자는 자신이 제조 또는 수입한 의약품을 판매할 때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봉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 제72조에서는 "법 63조에 따른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의 봉함은 이를 뜯지 아니하고서는 그 용기나 포장을 개봉할 수 없도록 해야 하며, 개봉한 후에는 쉽게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천지검은 약사법의 규정을 종합해 판단했다. 약사법 제48조의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의 봉함을 함부로 뜯어내어 개봉' 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이 생리식염수의 경우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의약품안전나라)에 등록된 포장정보는 '20ml 앰플 또는 1000ml 통'으로 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따라서 위 앰플 50개들이 종이박스는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의 봉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제약사가 신고한 품목 포장단위가 '50개들이 종이박스'는 아닌 것이 명백했기 때문.

결국 약사의 행위는 약사법이 금지하는 의약품 용기 · 포장을 개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었다. 인천지검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 불기소 처분 내렸다.

인천시약사회 고문변호사인 법무법인 규원의 우종식 변호사는 "식약처에 신고된 생리식염수의 포장단위는 20ml과 1000ml 였다."며 "50개 단위 박스가 약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봉함된 포장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으로 20ml 를 판매한 것이 개봉 판매로 볼 수 없다는 게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우 변호사는 "쌍화탕, 까스활명수, 판피린 등을 10개 포장 박스에서 꺼내 1병 단위로 판매(포장단위)도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결정은 앞으로 유사 사건에 대한 행정처분에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생리식염수 낱개 판매 등이 이슈가 되자 제약사들은 소포장 생산과 인서트페이퍼를 추가하는 등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사건에 언급된 크린클관류제를 생산하던 JW중외제약은 지역 약사회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20ml 50개 포장을 20ml 20개로 소포장 생산하기 시작했다.

JW중외제약은 "소량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소포장 제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현장 니즈를 반영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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