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VLOG] '혁신신약살롱 대한민국 2019', 차바이오컴플렉스 현장

#오후 1시 반. 제법 차가워진 바람과 따사로운 햇볕이 가을을 감싸는 금요일 오후.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로 발길을 옮겼다. 2012년 대전에서 ‘신약개발’이라는 꿈을 품은 연구 전문가 모임이 이젠 판교, 오송, 송도, 대구까지 확장돼 올해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행사가 마련됐다. 연구 전문가 그룹뿐 아니라 사업개발전문가, 투자전문가, 예비창업가, 언론까지 참여하는 모임으로 성장한 혁신신약살롱. ‘welcome!’이라고 맞아주는 혁신신약살롱 팻말을 보며, 여러 생각이 스쳐간다.

혁신신약살롱 페이스북에 가입했다가 지난해 12월 유한양행 최순규 소장의 발표를 듣기 위해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는 것도, 처음 만난 이와 명함을 주고 받는 일을 하는 것도 낯설었지만 먼저 다가와 명함을 주며 ‘히트뉴스’를 안다고 따뜻한 말을 건내주던 이들이 기억난다. 특히 모임마다 행사장 앞에서 미소와 반가운 인사로 맞아주던 '이정규 마담'과 '김문정 마담' 덕분에 어색함은 한결 덜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히트뉴스를 알아봐 주는 살롱 참석자 몇 분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양재혁 혁신신약살롱 오송 마담의 사회로 행사가 시작됐다.

#오후 2시반. 혁신신약살롱 첫 전국 행사를 위해 흔쾌히 장소를 제공해 준 송재훈 차바이오그룹 회장의 축사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송 회장은 현 바이오 생태계 전반에 대한 희망과 위기를 짧은 발표 시간 내에 잘 조망해 주었다. 그의 발표 내용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중국의 창업 기세는 정말 무섭다. 한국은행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에 창업되는 스타트업만 약 1만6000개, 이중 1년 이상 지속되는 회사가 70%라고 한다. 이중 바이오 분야를 약 10%로만 잡아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미국과 함께 중국 역시 이젠 G2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탁월한 인재가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의학과 연구개발(R&D) 투자가 활발해, 최근 바이오헬스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신약살롱과 같은 민간 전문 커뮤니티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어진 키노트 섹션은 2017년 로이반트와 기술수출의 주역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와 올해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의 발표로 진행됐다. 여느 공식석상의 발표와 달리, 박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업계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는지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들려줬다.

송재훈 차비오그룹회장(왼쪽), 박승국 한올바이오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1992년 대웅제약에서 처음 첫 신약개발의 꿈을 품은 박 대표. 사실 그는 2000년대만 하더라도 과연 다수의 글로벌제약사와 경쟁해 우리나라가 신약개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리 모두가 한국 신약개발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하고 있는 2015년 한미약품, 뒤 이은 유한양행의 기술이전 사례를 통해 신약개발이 꼭 ‘자본’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신약개발은 꼭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올바이오파마를 설립해 로이반트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문가 자문을 통해 신약개발을 시작했다. 처음 고지혈증 치료제 PCSK9억제제 개발로 시작해, 이를 모방한 항체신약 아이디어를 얻어 신약이라는 기차에 탈 수 있었다. 이 기차에 타 누군가를 위해, 삶을 개선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국내에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NRDO’를 채택해 번번히 상장 문턱에서 좌절을 겪었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공교롭게도 이날 브릿지바이오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된 베링거와 기술이전 계약을 이야기하며, 이 대표는 “브릿지도 하니까”이라고 말하며 신약개발이라는 죽음의 계곡을 넘는 업계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저희 회사는 18명의 적은 인원으로 임상 2상 등 3개의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혁신신약 개발은 워낙 위험도가 큰 분야이니, 경영진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 되기도 하고, 때론 과학(science) 자체도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브릿지도 하니까, 여러분도 자신감을 갖고 혁신신약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오후 3시 30분. 신약개발의 씨앗을 싹 틔우기 위해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이들이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설명한다. 나에겐 미완의 꿈으로 남은 연구 영역. 맛도 못 보고 연구실을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그 생활이 때론 앞도 보이진 않는 망망대해에 서 있는 느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R&D 번개톡을 들을 땐, 사실 모든 발표를 완벽히 이해하진 못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저 한 줄을 PPT 슬라이드에 적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샜을지 생각하니 살짝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이날 'R&D 생태톡'을 풍성하게 꾸며준 이들은 박재범 한림대학교 교수(위암,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 박희성 대구가톨릭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암세포와 정상세포 연구), 김경희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연구원(Covalent drug), 고상한 고려대학교 항체 및 단백질 공학 연구실 연구원, 유병준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연구원(bispecific peptide), 조미경 고려대학교 항체 및 단백질 공학 연구실 연구원(항체 기반 신약개발), 조성진 노벨티노블리티(항체 기반 황반변성 치료제) 대표, 김동운 안벤티지랩 부사장, 이광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근육감소 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원, 김석중 툴젠 연구원(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신약개발), 김완규 카이팜 대표(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유전제 빅이터 기반 신약개발), 김윤동 압터머사이언스(항체 기반 신약개발) 연구원, 이수민 토모큐브(3차원 홀로그래프 현미경 개발 및 자동분석) 연구원 등이다.

발표상을 수상한 유병준 연구원(왼쪽), 김윤동 연구원, 이수민 연구원의 발표 모습.[출처=혁신신약살롱 페이스북]

이중 이날 발표상을 받은 이는 지도교수 특유의 발표 스타일을 모방해 유쾌하게 발표한 유병준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연구원과 깔끔한 발표로 3분이라는 제한 시간을 잘 지킨 김윤동 압터머사이언스 연구원이었다. 또 유려한 발표 기술을 보인 이수민 토모큐브 연구원도 수상했다. 

#오후 4시 30분. 포스터 발표와 네트워킹 시간. 40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앞선 'R&D 번개톡'에서 발표된 포스터에 관심을 가지며 연구 내용을 공유하기도 하고, 명함을 주고 받으며 네트워킹 맺기에 나선다.

포스터 발표와 네트워킹을 시간을 가지고 있는 참석자 모습[출처=혁신신약살롱 페이스북]

뒤 이은 혁신신약 번개톡에서 발표를 맡은 조광연 히트뉴스 대표가 조금은 상기된 모습으로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긴장한 기운이 느껴진다. 덩달아 나까지. 

#오후 5시 10분. 맨 앞자리로 혁신신약 생태계 번개톡을 듣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존슨앤존스(J&J) 이노베이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스테판 리(Stephan Lee)의 발표로 시작한 생태계 번개톡. 글로벌 제약사 역시 우리만큼이나 혁신신약을 어떻게 하면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니…역시 신약개발의 길은 누구에게나 험난한 여정이라는 걸 다시금 느낀다.

이어 배성원 유니스트 산업협력단 연구원,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조광연 히트뉴스 대표, 이영미 한미약품 상무, 백영기 현대약품 연구원, 신동승 지피싸알 대표, 김수현 큐베스트바이오 대표, 조수영 가천대학교 나노화학과(팜블리 기자단) 학생, 문경미 스타인테크 대표, 이병일 올리브헬스케어 대표, 이용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4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혁신신약 생태계를 주제로 다양한 발표를 이어갔다.

조광연 히트뉴스 대표가 혁신신약 생태계 번개톡 섹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기사에 언급할까 고민이 있었지만, 덩달아 긴장한 탓일까? 일반투자자와의 소통을 말한 조광연 히트뉴스 대표의 톡이 크게 다가왔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화단은 내버려 두고, 꽃 한송이를 꺾어와 화병에 꽂는 식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사실과 소망을 얼버무린 소통은 불행을 자초합니다. 다행스러운건 SNS 덕분에 집단지성의 크로스체크와 딥러닝이 이뤄지고 있는 점입니다. 히트뉴스와 같은 전문언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장미 꽃송이를 보내주면, 성공이네, 잭팟이네 한술 더떠 포장하기 바쁜 현실입니다. 과학적인 용어를 문학적으로 분칠하는 현상입니다. 팩트의 지나친 해석과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그리하여 전문가분들의 냉철한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히트뉴스는 작은 이야기라도 큰 귀로 듣겠습니다.

처음엔 바이오 업계를 취재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신약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개발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 두려웠다. 마치 인류를 구할 듯한 각종 형용사와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뒤섞인 보도자료를 접할 땐, 이를 제대로 판단할 전문성이 없는 나로선,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운 좋게도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바이오 생태계 문화 덕분에 전문가 분들께 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조광연 대표의 마지막 말을 기자도 독자 여러분께 강조하고 싶다.

“작은 이야기라도 큰 귀로 듣겠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hs@hitnews.co.kr로 취재 요청해 주시길…

#에필로그.

혁신신약살롱 대한민국 2019 자원봉사자들[출처=혁신신약살롱 페이스북]

위 사진에 나온 분들의 자원봉사로 이날 행사는 더 풍요롭게 진행됐다. 그들께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사진엔 없지만 ABL Bio 정진원 박사, 브릿지바이오 안정빈 매니저, 바이넥스 최서연 차장, 에이제이투자파트너스 안정란 이사, 혁신신약살롱 대구 마담 이성우 박사님도 이날 행사의 숨은 조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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