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사 이익과 국익위해 모든 것 털어낼 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전쟁이 올 데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 1년 내 심판은 어떻게 내려질까.

메디톡스는 지난 6일 '원래 우리(메디톡스)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지만 대웅제약이 사용한 이례적인 방식으로 실험을 해 보니 우리의 '홀A하이퍼' 균수에서도 원래에 없던 포자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미국 국적의 '화이트칼라 범죄(white collar crime)' 전문 검사 출신 변호사가 이 사건을 수임한 소식도 함께 전했다.  

대웅제약은 바로 다음 날인 7일 '메디톡스는 2017년 10월 소장에서 자신들의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지난 1월에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균주는 어떠한 감정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공언까지 했지만, 우리(대웅제약) 균주가 법원이 지정한 국내외 전문가 감정인 2명의 철저한 입회하에 실시한 실험에서 지난 8월 포자를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메디톡스가 구차하게 말을 바꿨다' '시험 방식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일반적이며 지난 2018년 5월 법원에 이 시험방식을 제출했지만 메디톡스는 그동안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지난 15일 올해 7월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재판부 결정으로 셔먼(David Sherman) 박사와 카임(Paul Keim) 박사를 각각 선임해 진행한 양사의 균주 감정시험보고서 결론 부분이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서 데이빗 셔먼 박사는 전체 유전자 서열(WGS)의 직접비교 분석방식으로 감정시험을 진행해 양사 균주의 '16s 리보솜 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상이한 점을 근거로 "양사 균주가 별개 근원에서 유래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단일염기다형성(SNP) 분석방식을 사용한 폴 카임 박사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로부터 유래했다"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이를 놓고 양사의 균주 감정인 자격에 관한 입씨름도 이어졌다.

메디톡스는 '폴 카임 박사는 유전체 분석을 사용해 병원균의 기원·진화를 추적하는 미생물유전학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2001년9월11일 탄저균 테러 당시 미국 정부·사법기관과 함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테러에 사용된 균주와 그 출처를 밝혀냈었다. 반면, 대웅제약이 선임한 데이빗 셔먼 박사는 유전체 기원 분석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유기화학 전문가에 불과하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분석할 역량이 검증되지 않아, 셔먼 박사의 분석 결과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데이빗 셔먼 박사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유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명문대인 미시간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50편이 넘는 다수의 유전자 분석 관련 논문만 보더라도 셔먼 박사가 유전체 분석의 거장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메디톡스의 폴 카임 박사는 미국 캔자스 대학교에서 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노던 애리조나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셔먼 박사의 전문성을 깎아내리려는 시도 자체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고받는 최근 보도 자료들이 그동안 지루하게 끌어온 양사의 '보툴니눔 균주 출처 전쟁'의 '클라이맥스'로 보인다. 이 논픽션 현장 '드라마(drama)'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관전자들에게는 상황 반전(反轉)이 묘미일 텐데, 앞으로 그런 일은 과연 벌어질까?

메디톡스는 2000년5월 충남 아산의 선문대학교 '실험실벤처'로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메디톡스는 국내 최초로 이미 'A형 보툴리눔 톡신'을 다량 분비하는 균주를 순수배양하고 이 균주가 분비하는 독소를 고순도로 정제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웅제약은 1995년부터 미국 엘러간에서 '보톡스'를 수입해 국내 시장을 개척·확대시킨 주인공이지만 2009년 한국엘러간에게 그 판권을 반환한 바 있다.

이를 보면 양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관한 한, 한쪽은 생산을, 또 한쪽은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해온 국내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다. 이런 두 회사가 수단·방법·체면 등을 전혀 가리지 않고 싸우고 있다.

감정 시험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포자를 생성한 모습(사진제공 : 대웅제약). 포자 형성을 두고도 두 회사간 다툼은 이어지고 있다.
감정 시험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포자를 생성한 모습(사진제공 : 대웅제약). 포자 형성을 두고도 두 회사간 다툼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큰 미국에서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석학들까지 이전투구 장에  끌어들여 비전문가라는 비하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과학을 토대로 잘잘못을 가리는 재판에서 언론 '플레이'가 재판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빤히 알고 있을 것이면서도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본질에서 벗어난, 정도가 지나친 감정적인 대응으로 판단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

메디톡스는 엘러간이 '이노톡스'를 기술수입 해 간 후 5년간 방치하다가 부랴부랴 작년 9월에서야 비로소 임상3상을 가동한 이유를, 기업체들이 상용하는 전략적 시각으로 '왜 그랬을까?'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해 봤으면 한다.

아마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허가 선수를 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엘러간이 이노톡스에 대해 임상3상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엘러간이 이노톡스를 기술 수입해 미국시장에 꽁꽁 묶어 놨으니 임상3상이 그리 급할 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역설적이지만 대웅제약으로 인해 이노톡스가 미국에서 빛을 보다 빠르게 보게 됐다고 생각할 만하지 않는가.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왜 그렇게도 '보툴리눔 균주'에 대해 물불 안 가리고 집착하고 있는지 그 심정을 헤아렸으면 한다. 메디톡스 입장에서 보면 '보툴리눔 균주'는 자식 같은 존재 아니겠는가. 또한 '보툴리눔 균'이 자연 상태에서 얼마나 어렵게 발견되는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전문가인데, 균주 도용을 의심해 볼만도 하지 않겠는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두 회사가 미국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이, 한 회사 혼자 진출하는 것 보다 국익에 더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혼자 진출한다고 보다 더 유리한 것만도 아니라고 본다.

이제 지금쯤이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모두 내년에 있을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에서 '누가 웃을지, 누가 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예견하고 있을 것 같다. 물론 변수는 아직 남아있겠고 판결 전까지 두 회사가 최선을 다 하겠지만 말이다.

또 국내 바이오제약업계가, 국내 및 세계시장의 성장성이나 미래 기대치의 실현 가능성 등을 놓고 마케팅 관점으로 볼 때, '보툴리눔 톡신 제제'만한 대상도 드물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때문에 '휴온스글로벌'과 '파마리서치바이오'가 이미 제품 허가를 받았고 '유바이오로직스', 프로톡스, '한국비엠아이', '제테마', '칸젠' 및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제2의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젤 등을 꿈꾸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기왕에 시작한 싸움, 감정까지 응어리져 끝장을 보고 싶겠지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이제 이쯤에서 긴 다툼 등 모든 것 툭툭 털고 자사(自社)와 동업계의 동료사와 국익 등 모두를 위해 대국적·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화해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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