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규제 조항 산재...실효성 없고 의약 갈등만 야기

정재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서기관
정재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서기관

"약국에서 특정의약품 또는 특정질병 관련 의약품의 전문적 취급에 대한 광고/표시를 허용한다. 이럴 경우 약국 표시/광고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개설자의 영업수행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140건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을 논의해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신산업-민생 규제혁신 성과 시리즈 발표 일환이며, 지난 9월19일 자치법규 대상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방안에 이은 두번째 순서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약국 관련 내용은 9건의 표시방식 개선 중 하나였는데, 이는 약사법시행규칙에서 약국개설자에게 금지하고 있는 표시광고 관련 규정에서 '특정 의약품 또는 특정 질병에 관련된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나타내거나 암시하는 표시/광고' 항목을 삭제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의약분업 예외지역 내 약국 등은 제외이며,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세부내용을 마련한다고 했다. 타임스케쥴은 내년 12월까지 다소 길게 잡았다.

이 발표가 나오자 약국가는 무슨 의미인지 감을 잡지 못하면서도 어쨌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니 좋은 게 아닐까 하는, 더 나아가 약사직능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전문'이나 '상담' 등을 표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다소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렇다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은 16일 해당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정재호 약무정책과 서기관(식약처 파견)에게 약국 광고/표시 개선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는데, 정 서기관은 의약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상당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유보했다.

다만 정 서기관은 몇가지 유의미한 말들을 꺼냈는데, 정부발표 내용과는 상당한 갭이 존재해 보였다. 결국 제대로된 설명도 없는 정부 발표가 혼란과 의약 간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됐다. 더구나 정부가 이 규제개선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나 계기조차 정 서기관은 설명하지 못했고, 기자들은 이 규제완화가 도대체 약국의 영업수행의 자유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만 갖게 됐다.

다음은 정 서기관과 일문일답이다. 이 '워딩'은 데일리팜 등 현장에 있었던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공유됐다.

-이번 규제완화는 어떤 내용이고 취지는 뭔가

"영업규제 조항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완화해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접근했다. 의약품 광고 행위는 현재 상당한 규제가 뒤따른다. 가령 전문약 광고는 의약전문언론을 제외하고는 금지다. 또 약국 표시광고는 약사법과 약사법시행규칙에서 폭넓게 규제하고 있다.

엄밀하게 보면 약국은 일반약조차 특정해서 표시 광고할 수 없다. 일선약국에서 POP 등을 통해 광고하고 있는 것도 제재를 가하려면 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은 대중광고가 가능한데 약국에서는 왜 못하게 할까.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보면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검토해 나갈 계획인가

"규제개선은 내년 말까지 완료하기로 목표가 제시돼 있다. 그 사이 의사협회, 약사회 등과 함께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의약분업을 훼손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의약분업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안을 논의하려고 한다. 내년 초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의사협회 등의 반발이 있었다

"의약단체들이 확대 해석하는 부분이 있다. 발표내용만 보면, 모든 의약품 표시광고를 다 완화하는 것으로 오해를 했을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약사법령 테두리 내에는 많은 제어장치가 있다. 가령 전문약 광고는 불가능하다. 특정질병의 전문약국이라고 표방해서도 안된다. 해당 항목을 삭제하더라도 현 약국 의약품 표시광고 규제가 전면 무력화 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표방 광고가 허용될 수 있을까?

"현 약사법령상 특정 질병에 관해 '전문약국'을 표방하는 광고는 금지다. 가령 '당뇨전문약국'이나 '당뇨전문 상담약국' 등과 같은 방식은 앞으로도 할 수 없다. 굳이 허용 가능한 수준을 이야기 한다면 '모든 당뇨병 치료제를 취급한다' 쯤이 될 것이다. 전문약은 현행대로 품명조차 거론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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