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현 라온파마 대표

손재현 라온파마 대표
손재현 라온파마 대표

제약회사 취업 준비생들의 '아이돌 스타'가 의약품 판매회사'라온파마'를 차려 독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6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그의 회사에 들렀을 때 '대표이사 손재현'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인사했다. 

코오롱제약에서 11년 넘게 우수 영업사원(MR)으로 능력을 입증했던 그는 왜, 창업을 한 것일까? 사슴처럼 맑은 눈빛을 지닌 그를 보며 월급을 받다,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멋지지만 그 이면의 고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냉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아직 CEO 티가 자리잡진 않았지만 그는 자신과 동업자가 공유한 꿈과 자신들이 새롭게 만들 역사를 이야기 할 때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코오롱제약에서 실적 좋은 MR이셨는데, 의약품 판매회사를 창업하신다고 들어 의아했어요. 창업, 왜 하신거죠?

"선배님들이 말씀하시기를 마흔 넘으면 뭔가를 창업하기가 어렵다고들 하셨죠. 서른 아홉이니 적기아닌가 생각하던차에 영업 현장에서 만난 10년지기 친구와 의기투합하게 됐어요. 도전해 성공하고, 성공해서 이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해보려 합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그곳을 떠나기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MR로서 실적, 괜찮으셨나요?

"첫 직장 코오롱제약엔 2006년 입사했으니 10년 넘게 근무했는데, 과장도 차장도 빠르게 진급했습니다. 서울 양천지역로컬(의원) 60여곳을 담당했는데, 신입 사원 때 죽기살기로 활동하며 자리잡아 놓은 덕분에 그 다음부터 안정적이었죠. 매출이 편하니 해피한 세월이었죠."

▶로컬 영업만 하셨나요? 종합병원 영업은 전문의약품 영업의 꽃이라 하는데요.

"2016년 대학병원 영업을 해보라고 영업본부장이 권유하셨어요. 경력을 관리할 시점이라면서 말이죠. 대학병원이라고 뭐 별거 있겠나 싶었는데, 막상 낯선 곳에 가보니 무력감이 들더라고요. 한 6개월 힘들었죠. 로컬과 시스템도 분위기도 달랐어요. 로컬 때는 회사 전 품목을 팔았는데, 이곳에선 소수품목으로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했어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어떻게 정신 차리셨죠?

"다시 신입사원처럼 뛰었어요. 모닝콜하고, 교수 연구실을 찾았죠. 디테일 등 학술마케팅에 방점을 둔 대학병원 영업 스타일에 로컬서 닦은 감성영업을 접목하니 효과가 났어요. 감성영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디테일 이전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믿어요. 사람들은 옳은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사람 말을 듣는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사실 대학병원이 제약회사 네임밸류와 제품력으로 움직이는데 저는 교수님들 마음부터 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니까요. 그래서인지 6개월 만에 DC에 신약등록도하고 실적도 오르기 시작했어요."  

▶창업한 라온파마의 정체성, 다시말해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요. 의약품 도매에요?

"현재 업태는 의약품 도매입니다. 저와 동업자의 경쟁력 있는 기반인 양천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경기 인천에서 우선 출발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저희가 기획한 의약품을 판매하게 된다는 점에서 제약회사입니다. 저희는 그렇게 믿고 있고, 실제 제약회사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영업 활동은 내년부터 시작될 겁니다."

▶기획?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쉽게 설명하면 허가와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형태에요. 라온파마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겠다 싶은 품목에 대해 제약회사에게 허가를 받도록 협약하고, 생산까지 의뢰합니다. 만약 이 회사가 생산할 형편이 안되면, 허가받은 품목을 CMO에게 위탁해 생산하게 됩니다. 라온파마는 이들과 계약으로  판권을 갖게 됩니다." 

▶준비 기간이 꽤 필요해 보입니다.

"이미 진해제, 거담제,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진균제 등 11개 품목을 허가받아 준비를 마쳤고, 매년 늘려갈 계획입니다. 내년 30억원 매출을 목표로 삼고 5년 안에 100억원 매출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현재 공동대표 1인과 부사장, 팀장, 직원이 있는 상태며 앞으로 10여명의 MR을 채용할 예정이죠. 중장기적으로는 2023년까지 KGMP 공장을 세워 종합제약회사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사 이름 라온파마는 어떤 의미죠?

"블로그에서 공모해 채택한 이름인데, 순수 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뜻이에요. 고객을 즐겁게하는 회사, 직원과 함께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어 볼 작정입니다."

▶그러면 '취업준비생들의 아이돌 한별이'는 어떻게 되는 거죠?

"2014년부터 지식기부 차원에서 제 노하우를 '한별이의 제약영업 나눔터'라는 블로그에서, 오프라인 모임으로 취업준비생들과 나눠왔어요. 오프라인에선 59회 모임을 가졌고, 연 인원 1500명이 함께 했죠. 블로그엔 매일 빠트리지 않고 글을 쓰고 있는데, 그 글을 본 출판사 요청으로 '제약회사 취업하기, 제약영업 성공하기'란 책을 낸 계기가 됐습니다.
이젠 한별이로 활동하기는 어려워졌으니 라온파마가 이 일을 이어갈 겁니다. 의미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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