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개발...변화는 시작됐다"

이명화 STPI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4차산업혁명을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키워드는 '초연결'과 '초지능화'다.

이런 이른바 '초연결사회'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PI )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10일 주최한 '사람중심 바이오경제를 위한 바이오의약품산업 발전방안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R&D, 제조/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매 단계별로 변화의 맹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R&D 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발굴, 전암(pre-cancer) 등 질병발생 직전 조기치료제 개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전임상 등에 주목했다. 또 제조/생산단계에서는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제조나 의약품공장의 스마트팩토리화를, 판매단계에서는 복용 관리가 가능한 디지털 의약이나 경구제 복용을 돕는 로봇알약을 변화의 맹아로 봤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전암 아틀라스 프로젝트'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전암 아틀라스 프로젝트'

R&D 변화의 맹아들=이 단장은 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인용해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얀센, 산텐제약, 머크 등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가령 화이자의 경우 IBM 인공지능 'Watson for Drug Discovery' 도입을 2016년 12월 발표했는데, 3000만 개 이상의 실험실 자료와 데이터 보고서, 의학문헌 등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신약관련 가설을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했다. 머크는 아톰넷을 도입해 신약후보물질을 탐색 다발성 경화증과 에볼라 퇴치를 위한 신약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단장은 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전암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했는데, 이는 암이 발생하기 직전 단계인 전암 상태에서 일어나는 유전체 데이터를 모으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전암에서 암 세포로 진행되는 과정을 이해하면 조기진단에 기반한 조기 암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이 프로젝트의 가설이다.

국내 심장전문병원인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인공지능과 인공영상 스타트업인 뷰노코리아와 함께 인공지능 이지스(AEGIS) 프로그램을 구축 중인데, 이 프로그램은 심정지를 24시간 전에 예측한다고 이 단장은 설명했다.

또 울산과학기술원과 미 웨이크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는 2016년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초소형 인공심장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인공심장은 길이 0.25mm로 전기 자극에 반응하고 심장박동 속도가 실제 심장과 동일하다.

조제/생산 변화의 맹아들=이 단장은 서울성모병원과 포스텍 연구진이 2017년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의 심기능 회복을 위한 혈관화된 심근패치를 3D 세포프린팅을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생체조직과 혈관을 배양하거나 제조한 사례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오염방지를 위해 생산을 최첨단화하는 노력으로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단장은 올해 2월 프레스티지 바이오제약이 최첨단 공정시스템인 스마트팩토리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알약
로봇알약

판매 변화의 맹아들=지난해 11월 FDA가 디지털 알약을 첫 승인했다는 소식도 소개했다. 이 알약에는 환자가 의약품을 잘 복용하는 지 관리할 수 있도록 센서가 부착돼 있다.

이 단장은 로봇알약에도 주목했다. 바이오의약품은 항체나 호르몬과 같은 단백질로 구성돼 체내 소화기관에서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주사제로 개발되는데 라니 테라퓨틱스의 라니필은 경구용인데도 약물을 환자 몸속 깊숙히 전달할 수 있어서 기존 주사제 중심의 의약품에 대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들 앞에서 국가 R&D 지원과 규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단장은 5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정책지원과 규제차원의 시사점=이 단장은 현재 정부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 고감작성 바이오패치와 인공장기 구현 실용화 사업 등을 구상중이라면서, 줄기세포나 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R&D 사업 뿐 아니라 '초연결, 초지능 시대'에 걸맞는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을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환자경험자료, 유전정보, 의료영상 데이터, 과거치료정보, 가족력, 운동 및 식이 정보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들이 축적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의약품 개발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들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특히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등 첨단바이오의약품 특성에 맞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고 제품개발을 촉진하는 법 제정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획기적인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한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해외 연구자들과 공동연구 등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와 바이오의료에 대한 전문지식 뿐 아니라 ICT에 대한 이해, 금융과 경영에 대한 지식을 갖춘 융합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김은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생명기초사업센터장과 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도 이날 각각 '바이오의약품분야 산업인력수급 미스매치 이슈 진단 및 개선방안: 청년고용증대 측면에서', '첨단 융복합 바이오의약품, 규제논의부터 시작'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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