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의약품이 진흙과 바다소금이라는 국가도 있죠"
"대표 의약품이 진흙과 바다소금이라는 국가도 있죠"
  • 김경애
  • 승인 2019.10.1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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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주 제약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 팀장
"포화 상태에선 해외가 답…낙후국 주타깃"

4차 산업혁명과 인구 고령화를 계기로 전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맞춰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 글로벌 사업에도 활력이 생기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유럽 5개국 바이오의약품 개발사와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11월에는 유럽 시장 진출 지원 일환으로 영국 런던·케임브리지에 사절단을 파견키로 했다. 

때마침 지난 5월 문재인 정부도 제약바이오를 주축으로 한 바이오헬스를 차세대 산업 분야로 육성하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조성하고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정부 주도 아래 글로벌 시장 선도 전략이 적극 수립됨에 따라 해외 의약품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불리는 협회의 책임·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에 다다랐어요. 앞으로 제약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홍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 글로벌팀 팀장은 11일 히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에 큰 기대가 실리는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이란 중책을 맡게 돼 그 어느때보다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이 팀장은 약대를 졸업한 뒤 14여년간 제약업계에서 수출입 업무 전반을 담당해온 잔뼈 굵은 전문가다. 올해 초 글로벌팀 팀장으로 낙점돼 5월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히트뉴스는 이 팀장을 만나 협회의 글로벌 사업 행보와 현안,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함께 짚어보고 제약업계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히트뉴스는 1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의실에서 이홍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 글로벌팀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히트뉴스는 1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의실에서 이홍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 글로벌팀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글로벌팀 업무가 궁금합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좀 더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을 희망할 때 위험을 줄일 방안을 우리나라 정부와 논의하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국가의 정부와 협의합니다. 국내 제약사가 해외 기업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국내 업체가 겪는 애로사항을 모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정부에 건의하는 일 등을 하고 있습니다."

진출 목표 국가는요?

"카테고리를 북방·남방·서방 세 개로 구분해 주력 분야를 정했습니다. 전세계에는 수많은 국가가 있는데 반해, 사업은 인력·비용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이죠. 북방은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 중심으로 '현지화', 남방은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제품 수출', 서방은 미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선진시장 진출'  등의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북방은 신흥개발국들이 많은 관계로 의약품 제조 등 기본 분야가 부족합니다. 남방은 어느 정도의 시장은 형성돼 있지만,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의약품 부문이 많이 부족합니다. 서방은 원래 선진국이어서 개발 동향이나 파이프라인 확보 위주로 사업을 짜고 있습니다."

민관 협력 사업도 하나요?

"우즈베키스탄 사업이 현재 가장 큰 사안입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협회·우즈베키스탄 정부 3자가 진행하고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의약품 공장을 세우고 양질의 의약품을 생산해줬으면 한다'는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의약품 제조 환경 등이 낙후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쌩판 모르는 시장에 몇백억원을 들여 공장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공장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인력·시설 확보와 의약품 판매 등은 국내 기업에서 나서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국가 대 국가로 얘기해 인프라를 마련해놓으면 기업 진출이 쉬워집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좋고, 한국도 기업 단독 진출이 보다 수월해져요."

구호·원조 목적의 투자도 있나요?

"협회는 사실상 회원사를 대변하는 기관입니다. 기업은 영리·이익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고요. 사실 우즈베키스탄에 투자하는 기업이 있어도 현재 시장이 아닌 5년·10년 후의 종합적인 사업 전망을 보고 투자합니다. 그런 국가들은 의약품 산업이 크게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낙후된 나라를 단순히 원조하기 위해 투자한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글로벌 진출이 시기상 늦지 않았나요?

"의약품 시장이 글로벌화되다 보니 시장 규모가 큰 곳은 이미 많은 외국기업이 진출한 상태입니다. 덜 개발된 국가는 의약품 시장이 작아서 들어간 곳이 많지 않아요. 국내 기업이 낙후된 국가에 먼저 진출하고, 향후 해당 시장이 커지면 늦어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그런 국가들을 타깃으로 선도적인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국·아일랜드 사절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아일랜드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는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은 높은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 벤처사와 미팅을 위해 방문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먼저 11월 8일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합니다. 아일랜드 투자발전청과 함께 글로벌 진출 거점 마련 및 투자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사전 준비 차원에서 아일랜드 투자발전청의 아태지역 부청장이 지난 1일 방한해 기업 CEO 대상 조찬 투자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11월 14일에는 영국 런던·케임브리지를 방문합니다. 이를 위해 14일 영국 메드시티를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와 영국의 의약품 연구·산업 동향을 소개하는 한영 생명과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요. 영국 메드시티는 글로벌 업무를 진행하면서 알게 됐어요.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영국 런던시·잉글랜드 고등교육기금위원회·임페리얼 등 런던 소재 3개 대학이 공동 설립했습니다. (그쪽 대학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벤처에서 개발하는 파이프라인들을 국내 기업에서 확보하고, 공동연구·투자 등을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사절단 파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절단은 영국 방문에 앞서 전세계 유수 제약기업이 참가하는 독일 박람회도 참관합니다. 마침 11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CPhI 월드와이드' 박람회와 '바이오 유럽 컨퍼런스'가 열리는데요. 독일에서 영국은 멀지 않고 시기도 적절해서 사절단 중 관심 있는 기업에서 가볼 수 있게끔 기획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파이프라인은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좋죠.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을 많이 확보해놓으면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지니까요. 그런데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영국에 가는 건 거리·비용상 부담이 큽니다. 이 때문에 협회가 회원사의 파이프라인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사절단을 주도하게 됐습니다. 바이오 유럽 컨퍼런스 등 대규모 행사에서는 기술력이 높은 후보군이 홍보되지만, 상업화가 덜된 초기 단계의 후보군도 발표됩니다. 여러 스펙트럼이 존재해요."

사절단은 어떻게 구성됐나요?

"국내 제약기업은 8곳, 투자사는 3곳이 포함됐어요. 항공편이나 숙박 비용은 개별 회사에서 부담합니다. 제약사 8곳은 매출액 상위 회사가 주를 이뤄요. 이번 런던 컨셉은 바이오에 맞춰있는데, 바이오 파이프라인에 관심있는 건 큰 회사죠. 협회 회원사 대부분은 화학합성 의약품에 집중하는 실정이고요. 이 때문에 규모가 큰 회사 위주로 꾸려졌어요.

중소 제약사가 바이오 의약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합니다. 바이오 부문은 큰 회사에서도 자회사 형태로 존재하므로, 회사 하나를 만들 정도로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이죠. 큰 회사는 바이오 사업을 이미 구축해놓은 상태입니다. 영국 바이오기업에서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서 파이프라인 확보 차원에서 협회 주도 하에 큰 회사 위주의 사절단을 파견하는 겁니다."

이홍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팀 팀장
이홍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팀 팀장

중소제약사 지원 방안은요?

"서방 미유럽은 선진시장입니다. 특히, 아일랜드는 규모가 작지만 외국 투자 유치를 활발하게 하는 나라로 사무실·공장 설립 등에서 지원책이 많아요. 유럽 진출 시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절단의 아일랜드 일정은 이런 이점을 고려해 마련됐어요. 중소제약사도 아일랜드 투자청을 통해 유럽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북방의 경우 중소제약사에서 현지 공장 설립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아세안 국가에 이미 많은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고요. 협회 지원이 큰 제약사에만 특별히 편중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업마다 제약사들의 관심도가 다른 것이죠."

한방 의약품도 진출 가능성이 있나요?

"우리나라 한방 의약품은 동의보감 등 한약서를 근거로 식약처 허가를 받는데, 외국에서는 이를 레퍼런스 의약품으로 간주하지 않아 허가받기가 쉽지 않아요. 또 어떤 국가에서는 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만 분류될 겁니다. 사실상 한방의약품 수출은 불가능해요. 한방 개념이 존재하는 나라(중국, 미국, 일본 등)도 어려운건 마찬가지에요. 일본이 우리나라에 김치를 파는 느낌으로 어렵다는 거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실 제가 협회에 들어온 건 4~5개월밖에 되지 않아요. 이 기간동안 방문한 나라는 북방 쪽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남방 쪽 태국 정도입니다. 이 세 나라에서 느낀 점은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거에요. 우즈베키스탄은 한국 의약품 질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태국·투르크메니스탄에서 한국은 과학기술이 뛰어나며 의약품도 선도적으로 잘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들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며 의약품 사업을 한국처럼 발전시키고 싶어합니다.

유럽에서 유명한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전통 제약사들은 사실상 유럽에서는 인지도가 낮아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전세계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네임벨류가 높은 것으로 압니다."

글로벌팀에는 베트남 입찰등급 이슈도 있었는데요

"이 이슈는 식약처가 메인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식약처가 베트남 정부와 자주 만남을 갖도록 요청하고 지원을 많이 했어요. 의견도 많이 냈구요. 그런 식으로 진행해 입찰 유지 성과를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기업들이 협회를 통해 식약처에 고마움을 표현했고요."

업무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최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회의를 자주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천연물 의약품 비중이 상당히 높아요. 일부 국가 관계자는 자신들의 대표 의약품이 진흙·바다소금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방의약품이 우수하다'는 식입니다. 외국에서는 한방을 중국 전통의학으로만 아는 것처럼요. 이 과정에서 '세계 의약품 개념과는 차이가 많구나', '이 나라에는 국내 제품을 팔기가 쉽지 않겠구나', '아 이런 것도 의약품으로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이 무산된 적도 있었나요?

"우리는 협회입니다. 기업들의 니즈가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없어요. 회원 의견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지만, 기업에서 원하는 정도의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그러질 수밖에 없죠. 기업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사업은 일찍 접습니다. 하다가 흐지부지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지난해 어느 나라와 얘기가 잘 됐어도 방향성이 별로라면 잠깐 접었다가 내후년에 다시 이어 진행할 수 있어요."

장기 사업 계획은요?

"최근 글로벌 트렌드가 바이오로 넘어가면서 정부에서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려면 무엇보다도 인재 양성이 필요한데, 가능한 곳은 사실상 많지 많아요. 기초 학문은 대학에서 맡고 있지만, 회사가 필요로 하는 건 실무 경험자입니다. 공장에서 실제 일해본 사람을 채용해 현장에 바로 투입하고 싶어해요. 우리는 그런 부문의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보건복지부와 본격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글로벌 업무에 대한 각오와 비전이 듣고 싶어요

"건강보험재정 여건상 국내 제약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약기업이 성장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은 내수 시장만으로 제약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로 추진한 게 아닐 겁니다. 

이 시점에서 글로벌팀의 책임·역할은 막중합니다. '이 팀장이 고민을 하면 할수록 국내 제약기업의 수출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원희목 회장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해외 시장은 국내에 비해 많이 낯설고 어려운 길입니다. 협회에서 국내 제약기업들이 해외에 수월히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홍주 팀장은 누구?

이 팀장은 1979년생(40)으로, 2005년 2월 강원대 약대를 졸업하고 바로 명인제약에 입사해 14여년간 허가·수출 업무를 역임해왔다. 올해 5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 팀장으로 낙점돼 제약산업 글로벌 업무 전반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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