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유혜종 아스트라제네카 임상팀 전무

“(신약 개발 혹은 연구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와 협업을 원한다면, 신약 개발의 어려움이나 문제점 역시 공유해야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유혜종 아스트라제네카 임상팀 전무는 한국 제약사나 바이오벤처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임상 업무를 협업하기 위해선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유 전무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약학대학을 나와 2005년 아스트라제네카에 입사해 대관(GA) 업무를 맡은 후, 현재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 임상 개발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그를 만나 국내 임상경쟁력과 개선방안, 국내 업계가 신약개발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봤다.

유혜종 아스트라제네카 임상팀 전무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약 40여개 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 전반을 관리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글로벌 연구개발(R&D) 조직을 지역별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리전(region)'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어떤 임상 전략을 가지고, 어떤 나라에서 임상을 진행할 지 결정하죠. 또 필요한 예산 등도 관리하고 있어요.”

-한국임상개발연구회에 회장도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년 동안 관여해왔어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법인이고 2011년부터 활동했죠. 주로 임상 분야 담당자들의 네트워킹, 제도 개선 관련 협업,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국내 제약사, 임상수탁기관(CRO), 연구소, 병원 등 130여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회원사 중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도 많나요?

“최근 점점 늘고 있어요. 특히 바이오벤처는 임상경험이나 지식이 충분치 않아서 네트워킹을 원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실제로 초기 연구(research)를 많이 하는 바이오벤처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여러 국가의 임상을 담당해 본 경험에 비춰 한국 임상 연구 역량을 평가해 주신다면요?

“미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해 연구 역량 자체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특히 항암 분야 연구진들의 임상 디자인 설계는 매우 훌륭한 수준입니다. 또 국내 식약처의 임상 리뷰 타임라인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안에서 30여개국이 임상을 수행할 때, 우리나라가 가장 빨리 첫 환자를 등록했을 정도로 속도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죠. 이는 곧 국내 임상 리뷰 프로세스가 상당히 잘 갖춰졌다고 평가할만 합니다. 국내 임상시험 건수가 전 세계 6, 7위 권을 유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죠.  특히 서울은 대학병원 등 입지 조건이 좋아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각에서 2012년을 기점으로 국내 임상시험 발전 속도가 멈춰 있다는 평가도 있잖아요. 또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대신 중국이나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고요.

“실제로 경쟁이 심화된 건 맞아요. 우리나라가 정부 주도로 임상시험을 한 템포 빠르게 지원해 지금의 역량까지 올라올 수 있었죠.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등을 통해서요. KONECT를 통해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게 2012~2013년 경이었죠.

이후 다른 나라도 우리와 같이 정부 주도로 임상시험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중국은 급진적 제도 개선을 통해 임상 지원이나 심사 인력에 발빠르게 투자했습니다. 또 호주는 임상시험 세제 지원을, 대만은 임상 승인 속도를 빠르게 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동유럽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임상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 한국이 임상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겠죠. 이런 세계적인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지, 그 해결방안은 무엇일지 (임상연구회 차원에서) 식약처와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요. 다행인 건 임상 데이터 질(quality) 측면에선 아직 한국이 경쟁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향을 가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우리나라는 임상 실시기관으로 지정된 곳만 임상을 수행할 수 있어요. 때문에 질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신뢰도가 높은 임상 데이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환자 맞춤형 치료제, 호흡기 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 등은 임상 설계 자체가 매우 복잡합니다. 이런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는 단연 한국입니다. 한국의 데이터 ‘질’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으니깐요. 가짜 환자 등 환자 데이터 신뢰도도 높은 편이고요.”

-항암제 임상의 경우 잘 들여다 보면, 3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1,2상 등 초기 임상은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상 역량만 놓고 보자면, 초기 임상이 공이 더 많고 산업적 가치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초기 임상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그리소는 실제로 초기 임상도 한국에서 진행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한국이 임상시험을 많이 하는 나라로 손꼽히고요. 다만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초기 임상이 3상과 비교해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가령 1,2상의 경우 환자 모니터링이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글로벌 본사와 연구 논의를 이어가야 합니다. 때문에 초기 임상을 수행하기 위해선 임상 시험에 대한 높은 의지가 있으신 분이 참여해야겠지요.

덧붙여 안정적으로 임상시험 코디네이터 인력 양성도 시급합니다. 1,2상은 3상에 비해 더 복잡합니다. 일명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adaptive desig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임상 디자인이 고정적이지 않고, 임상 도중에 디자인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플랫폼형 임상시험(Platform design), 바구니형 임상시험(basket trial), 우산형 임상시험(umbrella trial)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연구 디자인을 구상하고 수행하려면 관련 공부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히 항암 연구는 트렌드가 정말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연구 도중 임상 디자인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생길 정도로 빠른 속도에 적응하고 열정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는 실제 초기 임상을 많이 수행하고 있어요. 이 분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국내 회사에서 1,2상을 하려면 회사 역시 임상디자인을 해줄 수 있는 연구자와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자 분들도 관심 가지고 지원(support)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회사는 외국 CRO를 통해 외국에서 1,2상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국내회사는 Adaptive design에 대해 식약처의 리뷰를 받고, 중간에 설명하고 또 다시 인정받는 절차가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어요. 1,2상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이렇게 변화가 많은 부분에 대해서 식약처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봐주고, 폭 넓은 지원을 해주면 외국 CRO가 아닌 국내 내부 역량으로 충분히 복잡한 임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AZ와 협업하려면 어떤 질환에 중점을 두는게 좋을까요?

"70%가 항암제 임상이라고 할 정도로 항암에 굉장히 많이 집중하고 있어요. 면역 항암제 등 다양한 기전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있고, 이 밖에 당뇨 순환기, 호흡기 등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환자 중심 임상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편안하게 임상 참여를 할 수 있을 지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죠. 일례로 호흡기 임상을 할 때 임상 코디네이터들을 초청해서 인터뷰하고, 여러 나라들과 함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이러한 활동은 환자들이 병원에 왔을 때나 임상 절차 진행 시 어떤 점이 어렵고, 환자들을 기록하거나 보고하는 부분에서 어떤 게 불편한 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서 보다 쉽게 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 최대한 환자들이 보는 자료도 쉽게, 동의 과정도 간편하게, 디자인도 꼭 필요한 데이터만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하려고 노력합니다.”

-환자 중심주의 임상시험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미래에는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70~80%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관심이 회사 내부적으로 많아요. 최근 있었던 글로벌 R&D미팅에 참석한 직원들 모두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몇일 간 환자 체험을 했어요. 혈압, 맥박, 혈당을 시간대별로 체크하기 위해선 채혈을 해야하는데, 기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그래프로 그려지기 때문에 채혈할 필요가 없어요. (임상 참여자는) 일상 생활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아요. 또한 병원에 갈 필요도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 환자부담도 그 만큼 줄죠.

또한 임상 디자인을 할 때, 다각도의 여러 목소리를 반영하고, 환자들과 소통해서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디자인 자체도 많이 자동화됐고요. 앞으로는 가상(virtual)임상까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견이 나오고 있어요.”

-디지털화를 위해선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IT 분야에서도 협력이 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IT 관련 협업 가능성도 개방돼 있습니다. 여러 IT 업체와 협업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고요. 다만 데이터 소유권, 보안, 공유 가능성, 신뢰도 측면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특히 기기들이 측정한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 확보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한국은 IT 인프라는 잘 구축돼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규제도 심한 편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도 고민입니다. 현재 식약처와 임상 절차를 전자화하는 부분도 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AZ와 신약개발 등 협업에 필요한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글로벌 홈페이지에 가도 파트너링이 다 열려 있고 언제든 연락하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연구진이나 다른 회사들이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앞으로 방향이 있는지가 분명하다면 충분히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를 파트너사에 투명하게 오픈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개발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당연히 약간의 편향된 시각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려 사항에 대해서도 공개 할 수 있고, 어떤 이슈가 있을 때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어요.

임상개발은 아웃소싱도 하기 때문에 국내 여러 CRO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AZ는 약 30~40% 정도의 임상을 아웃소싱 하는데, 국내CRO와 1상이나 소아임상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죠.”

-국내 회사들이 참고할 만한 AZ만의 혁신적인 신약개발 절차가 있을까요?

“관련된 정보들은 임상개발연구회를 통해서 많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KONECT 컨퍼런스에서 여러가지 규정을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가령 임상 과정에서 위험 기반 모니터링(risk based monitoring)이 있습니다. 임상 개발에서 위험 기반 접근(risk based approach)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이전에는 차트 내용이 시스템에 잘 입력돼 있는 지 일일이 체크해왔는데, 그 과정이 연구 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죠. 하나하나 세부 데이터를 대응해서 보는 것보다 데이터 포인트에 집중하고 어떤 위험 요소(risk)가 있는 지 risk를 고려해 접근해서 디자인 때부터 위험요소를 감안해 대응할 수 있도록 임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죠. 비용과 경험상 국내사 입장에서 어려워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AZ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 지를 공유했습니다.

글로벌 회사들은 'TransCelerate'라는 협력 기구가 있어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투자해 공동 플랫폼을 만들자는 의견에서 만들어진 협력 기구입니다. 현재 10여개 글로벌 회사가 회원으로 있고, 해당 사이트에서 참고할만한 템플릿을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의 도움을 통해서 최소한의 틀을 갖추면 임상시험 데이터 질적 요건을 갖출 수 있어요. AZ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도움을 주면 열심히 공부해서 적용을 잘하는 국내사들도 있어요. 전체적으로 국내사를 포함해 국내임상 역량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정책적 변화나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국 임상 역량 강화를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임상시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참여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임상시험은 무척 중요합니다. 신약이 더 많이 개발되고, 더 빨리 한국에 도입될수록 환자의 삶이 달라질 수 있어요. 항암제의 경우는 환자 모집이 잘 되지만 중증천식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인데도 모집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임상 데이터의 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진 분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 분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슈나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임상 전체를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임상시험에 종사하는 인력이 많이 안정적으로 확충되고, 환경도 개선돼야 합니다. 임상을 진행하는 회사들도 외부의 CRO를 고용하더라도 결정은 회사에서 내려야 하기 때문에 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잘 이해하고 계셔야 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궁금하다면?

https://openinnovation.astrazeneca.com/

-글로벌 임상시험 트렌드를 읽고 싶다면?

https://transceleratebiopharmainc.com/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