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발표
"실태조사 진행해 내년 상반기 어떻게 집행할지 논의 중"

강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강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최근 공정위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보다는 역지불 합의와 특허권 남용에 관심이 더 크다."

강일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는 8일 오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약특허연구회 하반기 정기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제약 분야 공정거래 집행 동향' 발제에서 강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 분야 조사 방향이 불법 리베이트에서 제약사간 또는 제약사·도매상간 불공정한 계약구조 자체로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2~3년 전부터 제약사들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사건화하려고 들여다보고 있지만, 아직 특허권 남용은 구체적인 사례로 나온 게 없다. 그러나 아마 내년 혹은 내후년이 되면 조사방향이 보다 구체화돼 사건이 한두개씩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공정위의 집중 타깃은 특허권 관련자, 즉 법무·기획·재무·경영전략·대관 등 지원부서다. 강 변호사는 실무자·회사 법인뿐 아니라 결제라인의 마지막인 임원·대표이사·사장까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대표이사 방에 들어가서 수첩 등 자료를 살펴본다. 또,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디지털 자료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공정위 현장조사를 대비해 제약사에서는 대응 메뉴얼과 인력을 잘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조사단을 따라다니면서 어떤 키워드로 무엇을 조사하는지 봐야 한다"며 "일부 조사단은 법무법인 태평양·김앤장·율촌 등을 검색어로 넣고 그쪽 로펌에서 받은 의견서를 통해 이슈를 살핀 뒤 조사에 들어간다. 우리는 검찰과 유사하게 현장조사 이후에 추가로 소환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공정위의 실태조사 접근은 제약사가 갑이고 도매상이 을이라는 관점"이라며 "도매상들이 제약사와 거래하면서 이런 불공정 계약 조건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에 어필하는데, 실태조사를 통해 나온 자료를 가지고 내년 상반기에 어떻게 집행할지 논의 중이다. 이슈가 많이 나오는 제약사의 유형도 내년에 정리해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강 변호사가 언급한 지식산업 관련 제약 분야 공정거래 이슈.

제약 거래 관행=공동프로모션·공동마케팅 계약 시 을에 해당하는 일방 당사자가 불공정 이슈를 제기하는 문제다. 공정위에서 조사해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 이 조항이 어떤 경위로 들어가게 됐고, 일방에게만 유리하게 설정된 건 아닌지 종합적으로 심사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 부분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누군가가 공정위에 해소해달라고 요청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대표 사례는 제약사 간 공급·판매계약에서 경쟁제품 취급 금지, 판매목표량·최저판매량·최소구매량 한정, 원료구매처 제한, 제네릭 진입 금지 등이다. 해당 조항들은 사실 불공정거래행위로 오래전부터 집행돼온 부분이다. 제약사 혹은 도매상에서 이 이슈를 제기할 경우 실태조사를 통해 향후 집행을 논의할 수 있다.

역지불 합의=역지불 합의는 공정위 관심 이슈다. 역지불 합의는 말 그대로 위법행위 중 하나인 담합으로, 의약품 원천 특허를 보유한 오리지널 제약사가 복제약 제약사에게 금전 대가 등을 지급해 복제약의 시장 출시를 지연시키는 행위다. 

GSK·동아제약의 '조프란'과 '온다론' 특허침해소송이 대표 사례다. 당시 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철수하고 항구토제·항바이러스제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며 GSK는 동아제약에 신약 판매권·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특허분쟁을 종결했다. 이를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사실 이는 그 자체가 문제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두 사업자가 시장에서 경쟁해왔고, 합의 조정 자체가 시장경쟁 제한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에 시장 교란 행위로 간주해 역지불 담합으로 규제한다.

에버그린 특허 전략=이 전략은 블록버스터 신약에 대한 원천특허 존속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동일 특허권자가 원천특허를 대신하는 개량특허를 내 해당 시장의 독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허가·특허연계제도로 이 전략이 경우에 따라 반경쟁적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상 해당 특허가 시장점유율이 높은 경우 남용으로 본다는 것이다.

경쟁제한적 거래 조건 강요=실시권을 부여하는 당해 특허와 무관한 기술에 대해 사용·개발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실시권자가 거래하는 지역적 범위·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가 해당할 수 있다. 또, 실시권 허여 기간을 상당히 초과해 계속 강요하는 행위도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 당초 계약이 그렇게 정해졌어도 일방 상대방이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특허권 남용 이슈가 발생한다. 계약 체결 당시 어떤 사업자가 더 힘이 있었냐에 따라 불공정성을 판단하게 돼 있다. 특허법에서 허용해도 그 경계를 살짝 넘어간 건 아닌지를 본다는 것이다. 또, 시장분할·제품 혁신 지연 등 반경쟁적 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계약 조항이 문제될 수 있다. 계약서 작성 시 조항들이 특정 당사자에게만 유리하게 돼 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부당한 라이선스 거절=표준필수특허권자는 더욱 강한 제제가 있다. 이동통신 관련 표준필수특허(SEP)를 많이 소유한 퀄컴(특허권자)의 경우 최근 실시권자들에게 과도한 실시료를 요구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공정위에서는 실시료가 단순히 높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삼을 수 없다. 다만 시장 경쟁 구도 하에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어떤 경위·협상 프로세스를 통해서 설정했느냐를 종합적으로 따진다. 

끼워팔기·위계·강요 등=끼워팔기는 필수 특허 실시를 전제로 실시권자에게 필요하지 않는 다른 비필수표준특허 혹은 비특허까지 라이선스를 강요하는 행위다. 즉, 덜 중요한 라이선스를 받아가게 하는건데, 패키지 라이선스를 강요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판매량·최소구매량 설정=공정위는 특허권 실시에 대한 대가로서 합리적인 범위 내 목표 수량 설정은 허용하고 있다. 이 자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다. 다만, 위반 시 어떻게 조치를 취하는지를 문제삼는다. 위반했다고 즉시 계약을 해지하거나 패널티를 주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구조로 돌려서 목표량 달성 시 장려금을 주거나 할인해주는 구조는 상관없다. 

재판매가격 설정=리세일(Resale, 재판매)하는 과정에서는 재판매자에게 가격 결정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식재산권 보유자나 약을 공급하는 제약사가 가격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공정위는 제약사 제품을 사간 도매상이나 제3의 사업자가 그 시장에 맞춰서 알아서 가격을 설정해 팔라는 것이다. 가격에 관여하는 순간 경영간섭이나 재판매가격 이슈가 생길 수 있다. 재판매가격은 예외 경우도 있다. 고가 명품의 경우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게 되면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돼버리므로, 이 경우는 재판매가격을 예외적으로 유지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재판매가격 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개량기술 이전=개량기술은 원칙적으로 이를 개발한 실시권자에게 귀속된다. 그런데 라이선스 계약을 보면 원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를 공정위는 불공정하다고 판단한다.

경영간섭 행위=라이선스와 관련이 없는 실시권자의 기술 자료·경영 자료 등을 보고하게 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 공동마케팅에 필요한 인력을 초과해 과도한 인력을 요구하는 행위도 경영간섭에 해당한다. 실시료 산정을 위한 행위는 최소한으로만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영간섭 이슈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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