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EMA 등 해외 규제기관 대비 정보파악 늦어
의약품 허가 심사 · 안전성 정보 검토 부실
'인보사 · 인공유방 · 라니티딘' 현안 이슈 부각

[종합] 2019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식약처가 FDA·EMA 한국출장소는 아니지 않나."

식약당국이 안전관리와 위기대응 측면에서 전면 쇄신을 단행하라는 질책을 매섭게 받았다. 그간 선진 규제기관 발표에 의존한 대처, 위해정보를 늦게 인지한 데다 의약품 허가 심사과정도 허술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엄중히 듣겠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종합대책을 마련해 종합감사때 보고하겠다"고 했다. 숙제가 많아진 셈이다. 이 처장이 교수 재직시절 '경제성평가' 연구를 많이 수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외자사가 높은 약가를 받도록 도움을 줬고, 배를 불려줬다는 의혹이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경제성평가는 신약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인 연구방식이고 심사평가원 가이드라인 틀 내에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지적을 부인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후속조치는 물론 의약품 허가·심사 전문성과 부작용 관리, 엘러간사의 인공유방 이식으로 인한 부작용, 위장약 라니티딘의 발암가능물질 NDMA 검출 등이 집중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발사르탄 때도 위해정보를 FDA나 EMA 홈페이지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 라니티딘 사태역시 FDA 홈페이지를 보고 5일 늦게 알았다. 왜 위해정보를 늦게 알아야 하는지 문제"라고 했다.

정 의원은 비밀유지 협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해외 기관과 비밀유지협약을 통한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그렇게 하겠다. 올해 스위스와는 GMP 협약을 맺었고, 유럽 EMA와 비밀유지 협약 체결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식약처장은 국민안전 문제를 엄격하게 봤다고 하는데 유럽 EMA나 FDA 한국출장소는 아니지 않나"며 "외국기관이 지적하면 조사하고 판매 중지 할 것인가"라고 했다.

기 의원은 "임기응변식 대책 나열이 식약처의 할 일은 아니다"라면서 "근본적인 쇄신과 혁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실제 품목 허가보고서를 보면 FDA는 두꺼운 책 2권이지만 우리나라는 60쪽 종이에 불과하다"며 "미국 FDA는 1품목당 4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해서 10여개 세부 분야로 나눠 의약품을 심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3분야에 고작 6명만이 근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전공자가 심사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계약직 · 전문성이 의심가는 전공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심사가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이 상태에서는 의약품 사고 시 사후적 대응밖에 할 수 없고, 외국 문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나 행자부를 설득하든, 의약품 심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식약처 대처방안이 나와야 한다. TF를 만든다든지 해야 한다"고 했고, 이 처장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최신 안전성 정보(PSUR) 검토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최신 안전성 정보(PSUR) 검토보고서가 부실하다며 "식약처 PSUR 검토보고서에는 제약사가 제출한 부작용 보고서만 있고, 거기에 대한 분석도 없이 '적합'이라는 판정을 내리는 게 검토 결과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제약사가 제출한 PSUR은 모두 1088건이었다. 제약사가 제출한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보고서는 1007건으로 전체의 92.6%에 달했다. 검토 보고서가 없는 건은 59건(5.4%)인데, 식약처가 시정 조치한 것은 44건에 불과하다. 전체 건수의 4.0%로, 유럽의 경우 40%를 상회한다.

이 처장은 "사망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내부 심사 파트에서 검토하고 전문가가 와서 검토하며 중앙약심까지 단계적 절차가 있다. 검토가 미진한건지 공개가 미진한건지 확인 후 미진한 게 있다면 제도 개선을 반드시 하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이 처장이 교수 재직시절 '경제성평가' 연구를 한 것과 관련 "외자사가 높은 약가를 받도록 도움을 줬고 배를 불러줬다는 의혹이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그러면서 "경평을 공적영역에서 시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경제성평가는 신약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연구방식이고 심사평가원 가이드라인 틀 내에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모형설정도 근거에 기반한다. 경평은 에비던스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위해 하고 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김광석 대한성형외과 이사장과 김지현 한국엘러간 대표를 각각 참고인과 일반증인으로 신청해 국회에 출석시켰다.

최 의원은 김 이사장에게 "환자의 불안감 해소와 정확한 대응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각국 성형외과학회와 식약처가 이 문제를 주관하는데,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증상이 없는 환자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돼있다"고 했다.

또한, 최 의원은 "보상 방안에 대해 질의하겠다. 재수술비만 지원하는 게 현재 대책인데, 피해에 상응하는 위자료를 지급할 생각이 있느냐"고 김 대표에게 질의했다. 

김 대표는 "자사 보상 프로그램에는 전문가·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환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마련돼 있다. 피해금액이 본인부담금을 상회하는 경우 지원하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식약처가 내린 위장약 라니티딘 제제의 잠정적 제조·수입 및 판매중지 조치가 환자들과 제약업계, 약국이 혼란을 겪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정책은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 미 FDA도 조사 중이고 전면 회수하고 있는 나라는 몇 없다"며 "단기복용 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도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144만 명이 복용하는 약물에 판매중지 조치로 혼란을 야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처장은 "NDMA는 발암가능물질이다. 미량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불순물을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일부 국가에서도 회수 중"이라며 "대체약도 많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마약류 프로포폴과 비만약 삭센다 등의 오남용과 불법유통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1년간 중독성 강한 프로포폴을 하루 두 번 이상 투약한 환자가 16만7000명에 달한다. 특히 1만여명은 왜 맞았는지 사유조차 불분명하다"며 "진료현장에서 프로포폴 최소화 노력이 보이지 않고 식약처도 관리 노력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프로포폴을 지나치게 많이 처방하는 의료기관 대상 기획감시를 하고 있다. 또 현재 프로포폴 의료쇼핑 환자를 막기 위한 마약류 관리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앞으로 더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프로포폴의 DUR 점검 건수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유통 건수 차이가 435만 건에 달한다. 특히 동물병원은 질병코드도 없고 처방 사유가 불분명해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은 프로포폴에 바코드가 아닌 RFID 태그 도입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처장은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도자 의원은 비만약 삭센다의 불법유통 문제를 꼬집었다. 의사 처방없이 SNS로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 9월까지 34만9000상자가 수입됐고 재고 10만여 상자를 빼면 유통량이 약 24만 상자로, 120만개 주사제가 유통됐다"며 "하지만 병의원 처방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2만8000여건과 올해 7월까지 총 8만3000여건으로 10만여건 수준이다. 불법 유통이 의심된다"고 했다.

이 처장은 "불법광고·유통 현황을 파악하겠다. 올 12월 온라인 의약품 거래 알선 금지법이 시행되는데 교육홍보를 통해 사전 예방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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