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라니티닌 검사법을 왜 공개 못 할까?
식약처는 라니티닌 검사법을 왜 공개 못 할까?
  • 홍숙
  • 승인 2019.10.0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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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hit| 업계 “검사법에 따라 검출량 다르다는 소문”
식약처, ‘조만간’ 공개하겠다는 입장만 밝혀
검출 용량과 검사법 공개한 FDA와 다른 대처

“(소문에 불과하지만) 업체들 사이에선 검사법에 따라 NDMA 검출량이 다르다는 말이 있어요. 물론 식약처가 제대로 검사했겠지만…검사법을 빨리 공개하면 이런 소문도 돌지 않을텐데…”

라니티닌 의약품 매출 규모가 꽤 큰 중견제약사 한 임원이 한 말입니다. 그의 말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 과정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최악의 상황은 가정하지 않겠습니다. 식약처는 (입장 표명한 대로) NDMA가 검출됐고, 이에 따라 판매중지 시켰을 테니깐요. 만약 검사 시약 등 검사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매우 큰 문제일 것입니다.

다만 식약처의 이번 조치가 라니티닌 성분 의약품 자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킨 조치인 만큼, 제약회사들이 검사법 공개를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식약처가 검사법만 바로 공개했어도, 앞서 중견제약사 임원이 귀띔한 소문같은 건 돌지 않았을 것입니다. 적어도 오늘(7일) 식약처 국감 이전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식약처는 아직까지 검사법을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라니티딘 잠정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발표하는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사진=식약처 제공)

식약처에 왜 검사법을 곧바로 공개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식약처의 답변을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발사르탄’ 때와 검출 과정이 달라 전처리 과정과 검출법 검증(validation)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워딩'은 이렇습니다.

“발사르탄 때와 검사해야 하는 시료의(라니티닌) 구조식 등이 다릅니다. 때문에 시료를 전처리 하는 방법에 따라 피크(peak)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전처리 방법에 따라 피크가 명확히 나와야 정확히 NDMA를 검출할 수 있는 겁니다. 즉, 이 전처리 과정이 검사법의 핵심인데, 이 전처리 과정이 몇 번의 시험을 반복해도 같은 피크가 나올 수 있도록 벨리데이션(validation)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식약처가 라니티딘 제제에 대한 판매중단과 함께 유통 완제의약품을 회수하도록 조치를 내린 것을 감안하면, 검사법 공개 시기는 여기에 한참 못 미쳐 보입니다. 식약처는 이번 NDMA 사태에서도 ‘시장퇴출’이라는 초강수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당위성을 갖기 위해선 ‘검사법’ 공개도 동시에 했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계열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허용수준을 초과해서 검출됐다고 발표하며, 검사법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FDA가 사용한 방법은 액체 크로마토그래피-고해상도 질량분석(LC-HRMS)입니다. LC-HRMS검사법은 고온을 사용하지 않으며, 낮은 수준에서 NDMA가 검출됐습니다. 그럼에도 허용기준치를 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FDA 역시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의 NDMA”가 검출됐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또 FDA는 실험법에 따라 NDMA 검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FDA는 “제3자 실험실에서 사용된 테스트 방법이 높은 온도에서 진행된 것을 관찰했다며 높은 온도에서 시험을 진행하면, 라니티딘 제품에서 높은 수준의 NDMA가 생성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FDA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당시 NDMA불순물에 대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검사법을 발표했으나, 이 방법은 샘플을 가열하면 NDMA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FDA는 검사법 뿐만 아니라 실험 환경과 발사르탄 때와 다른 조건 등도 함께 제시하며, 업체들의 의문을 일정부분 해소시켜줬습니다. 

이에 따라 잔탁을 가지고 있는 GSK는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자진회수 조치를 취했으며, 노바티스 역시 라니티닌 계열 의약품 유통을 전 세계적으로 중지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에서는 판매중단 조치를 내리기 전에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대웅제약은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지 하루 전(25일)에 "알비스와 알비스D에 사용하는 라니티딘 원료의약품은 인도 오체브(Orchev) 사에서 생산된다. 오체브에서 자체적으로 검사한 결과, NDMA는 검출한계인 0.0069ppm 이하로 나타났다. 불검출 수준"이라며 "이는 라니티딘 1일 최대복용량 300mg을 복용할 때 NDMA 허용기준 0.32ppm 대비 충분히 낮은 양으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병·의원, 도매, 약국 대표에게 발송했습니다.

앞서 식약처가 라니티닌에 대한 NDMA 검사법 공개도 함께 했다면, 국내 일선 보건의료계 현장에서 대웅제약과 같은 혼선이 빚어졌을 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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