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4기 환자·한의협 회장 등 다수 참고인 국회 출석
야당 의원의 대통령 치매유추 발언에 국감 파행 위기도

[종합] 2019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2일차

"MRI·CT·추나요법은 빠르게 급여화되는 반면, 폐암 환자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면역항암제 급여화는 2년 넘게 협상만 하고 있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폐암 4기 환자 이건주 씨 발언이다. 그는 장정숙 의원이 신청한 참고인으로, 암환자단체인 숨사랑모임에서 운영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한국MSD의 항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급여 확대를 건의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말기 환자인 이건주 씨 심정을 십분 공감했지만, '1명을 구할 돈을 써서 5명을 구할 수 있다'는 비용효과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문케어가 MRI 등에 우선적으로 돈을 쓴다고 했는데, MRI 급여도 폐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증질환치료제 급여가 가능한 한 빠르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개최했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참석한 폐암 4기 환자 이건주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가 화두였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는 경증 질환보다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거나 약이 있어도 고가여서 치료비 부담이 어려운 질환에서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정숙 의원은 "문재인 케어의 가장 심각한 이슈는 필수 약제가 고가라는 이유로 등재에서 실패·제외되는 코리아패싱 문제"라면서 "약가협상에서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지나친 가격 인하를 고집하면 국민은 좋은 약제에 접근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9차 국민참여위원회 설문조사 결과, 84%는 고가이거나 대상자가 소수인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6%는 중증도가 낮은 질환에 대한 급여 보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장 의원은 "중증·희귀질환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와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 등 고가 신약을 언급하며 환자 대부분이 재산을 치료에 탕진하고 있다고 헀다.

신 의원은 "듀피젠트는 일본에서는 한달 20만원이면 쓸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만원이나 든다"며 "스핀라자는 무려 9000여만원이다. 가난한 사람은 치료받기가 어렵다. 급여 기준을 완화해서 재산을 탕진해 치료받는 부분을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의원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종합적인 대책을 살펴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들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측면도 볼 필요가 있다. 고가의약품은 정말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고가다. 어떤 약은 1억이 넘는다. 어떤 약에 1억을 들여서 1명의 환자를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약은 같은 비용으로 1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돈이 안 되는 의료급여 환자를 거부하는 의료기관과 쓰면 쓸수록 손해를 보는 치매약 정액수가 문제도 거론됐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종합병원 1곳·병원 1곳·요양병원 5곳·의원 및 한의원 6곳·약국 1곳 등 14개 의료기관에서 의료급여는 업무정지를 선택한 반면, 건강보험은 과징금을 내고 정상진료를 이어나갔다.

최 의원은 "복지부는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처분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으며 병원 규모·대상자 숫자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대한 행정처분이 각기 다른 법·부서에서 별도로 진행돼 의료급여 수급자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능후 장관은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업무정지와 과징금 중 업무정지를 더 두려워한다. 그런데 의료환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부정한 일을 저질러도 업무정지를 달라고 한다"며 "이 문제는 전부처가 알고 있다. 가능한 법을 빨리 고쳐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도 정액수가가 치매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제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2~3개 약제를 병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낮은 정액수가가 치매 치료를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 의원은 "지난 7월 도네페질에서 혈관성 치매 적응증이 삭제됐다. 이 약은 그도안 가장 많이 써온 약이며 다른 대안도 없는 실정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적응증 삭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위원도 있었다. 급여 삭제에 대해 환자·의사들의 분노가 적지 않다"고 했다.

박 장관은 "치매약제 정액제와 관련해서는 정신요양병원 등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있어서 같이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허무맹랑한 의료·건강 정보로 시청자를 현혹하는 이른바 '쇼닥터'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의료인이 방송·홈쇼핑에 나와 잘못된 건강·의료 정보를 제공해 심의제제를 받은 경우는 총 188건이었다. 

김 의원은 "(종편 등을 통해) 잘못된 건강나 의료정보가 넘쳐나고 있는 데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중심에 쇼닥터가 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전파를 막을 방법이 있는데도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박 장관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담당부서, 관련 기관 등과 협의해 체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후에는 일반증인 6명과 참고인 10명이 출석해 희귀·난치성 질환의 애로사항과 문케어와 민간보험 손해율,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유령수술' 문제, 한의학의 안전성·한방분업 등에 대해 진술했다. 

장정숙 의원이 참고인으로 신청한 이건주 숨사랑모임 운영위원은 폐암4기 환자로, 고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를 건의했다. 그는 "돈이 없는 환자들은 발만 구르거나 메디컬푸어가 돼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디 건강보험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해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국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아봐 달라"고 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개구충제 펜벤다졸도 거론했다. "돈이 없어서 면역항암제는 꿈도 못꾸는 환자에게 펜벤다졸은 신이 내린 특효약이라고 폐암카페가 소란스럽다. 식약처는 먹지 말라고 하는데 환자들은 기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능후 장관은 "저도 늘 마음으로 아파하고 고심하고 있다.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정부가 중증질환자의 생명을 경시하거나 특정인의 목숨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문케어가 MRI 등에 우선적으로 돈을 쓴다고 했는데, MRI 급여도 폐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다. 중증질환치료제 급여가 가능한 한 빠르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도 그동안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협상을 통해 적정가격을 정하면 1명을 구할 돈을 써서 5명을 구할 수 있다. 환자들과 고통을 같이 하면서 헤쳐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환자를 구하기 위한 것이지 환자들의 고통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참고인으로 신청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한의협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케어 찬성을 조건으로 첩약 급여화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만나는 단체마다 첩약 급여화를 강하게 요청한 게 와전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첩약 급여화는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이다. 당시 건정심을 통과해 시행만을 앞두고 있었지만 한의계 반대로 좌절됐다. 그러다 2017년 실시한 전회원 투표에서 78.23%가 첩약 급여화에 찬성하면서 비로소 의견 일치가 됐다"며 "그러나 정작 문케어에는 한방 관련 내용이 전부 빠져 있었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 문케어의 형평성에 대해 항의했다. 국민 이익을 위해 다양한 치료를 위해 당연히 문케어에 포함돼야할 한의치료가 빠진 것에 대한 항의였다"고 했다.

박능후 장관은 "많은 이해단체에서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여러 경로에서 힘을 쏟고 있다. (한의협 또한)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약 급여화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유효성·안전성·경제성이 확보된 뒤에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또 "복지부에서는 이를 전혀 조속히 추진하고 있지 않다. 압력도 없다. 관련 부서에 늘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의 '대통령 치매유추 발언'으로 인한 국감 파행 위기가 있었다. 김 의원은 국감 질의 도중 "건망증은 치매 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요즘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히 걱정한다. 대통령기록관 별도 건립문제를 논의한 국무회의에 박능후 장관도 있었다. 주치의뿐 아니라 대통령 기억력을 복지부 장관도 잘 챙겨야 한다"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거세게 반발했다. 기 의원은 "대통령기록관 건립은 대통령이 주문하지 않았다. 국무회의 당시 당혹스러워하면서 불같이 화냈다. 그러면서 개별기록관 건립 백지화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건망증이다. 그래서 치매에 걸렸을 것'이라고 유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국정감사를 모독한 것"이라면서 "일국의 대통령을 이렇게 공격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정식 사과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감을 진행하지 못한다"고 했다.

기동민 의원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야 의원은 상대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막말을 주고 받았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김승희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야당 의원들은 동료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건 월권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도둑이 제발 저리는 꼴아니냐. 사과할 생각 없다"며, 오히려 기동민 의원이 국감을 파행과 정쟁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기 의원은 "(김승희 의원이) 대통령을 건망증으로 몰고 가고 치매 전조라고 하더니 의사진행발언에서 똑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도저히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 정상적인 국감 운영을 위해 간사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회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의원에게 즉각 사과와 함께 복지위 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윤리특별위원회에 김 의원을 제소하겠다고 했다. 

여야 및 교섭단체 간사 협의에서는 정상적인 국감 진행이 더 우선이라고 판단해 오후 회의를 속행하기로 했다. 기 의원은 "국감이 파행되면 국민 손해다.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게 더 중요해서 속행하겠다"면서도 "이번 일을 없던 듯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후속조치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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