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가 '제약 영업직 높은 이직률' 대안 되나
변화 맞춰 약사법령에 CSO 관리조항 신설 시급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8월 23일 채용박람회를 앞두고 제약업계 고용 현황을 밝힌바 있다. 그 중, 특히 영업직 감소 현황이 눈에 띈다. 10년 전인 2009년 2만7520명이었는데 2018에는 2만5263명으로 8.2%나 줄어들었다. 감소된 고용인원만도 2257명이나 된다. 영업직 고용 점유율도 33.9%에서 26.0%로 7.9%p 떨어졌다.

이에 반해 사무직·연구(개발)직·생산직·기타직 등은 모두 고용 증가율이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사무직은 1만59261명에서 1만8979명으로 19.2%, 연구(개발)직은 8648명에서 1만1884명으로 37.4%, 생산직은 2만4388명에서 3만4217명으로 40.3%, 기타직도 4776명에서 6993명으로 무려 46.4%나 늘어났다.
   

1996년 자료를 보면, 영업직 고용 점유율은 35.5%로 높았다. 2001년 35.3%, 2005년에도 35.3%였는데, 2009년 들어 33.9%로 감소되더니 급기야 2018년에는 26.0%까지 떨어졌다. 

제약 영업직(MR·MS)은 의료기관과 약국 등의 의약품 소비 현장을 찾아 '대면 판촉 및 판매' 활동 등을 하며 제약기업의 '열매'를 매출로 거둬들이는 일자리다. 이 일자리의 성과 여하에 따라 제약사들의 수익의 원천인 '매출액'이 결판난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이처럼 중요한 영업직 인력은 줄어들었는데 제약바이오업계의 매출 실적은 영업 인력이 많았던 때와 다름없이 매년 정상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제약 영업직의 높은 이직률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2017 바이오산업인력수급조사' 결과에 대해 2018년 10월초 밝힌 자료를 보면, 영업직 등이 신규채용 6개월 내 이직률에서 41.5%로 가장 높았다. 2명 중 약 1명이 입사 6개월 이내에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도 현직에 있을 때 숱하게 경험했었다. 채용하면 6개월도 채 안 돼 절반이 떠난다. 그걸 예상하고 더 많이 뽑고 육성에 정성을 쏟아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최소 3년 이상 정착하는 영업 인재는 몇 안 된다. 요즘도 뽑고 떠나고, 또 뽑는 것이 제약사들 연례행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제약 영업직의 이직률이 특별하게 높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오래전부터 '제약 영업직'은 '보험 영업직'과 '서적 영업직'과 함께 극한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3대 영업직'의 하나로 꼽혀왔다. 지금도 그 상황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제약 영업직에는 다음과 같은 성공을 위한 금언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 30번 방문해서 27번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니 최대의 인내심으로 문전박대와 '방문공포증'을 극복하라 ▷제품을 팔기 전에 나를 먼저 팔아 고객의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람이 돼라 ▷화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 설득을 위해 신체언어(연기)를 체득하고 적극 활용하라 ▷'하면 된다'는 긍정적 신념을 가져라 ▷실적은 방문횟수에 비례하니 영업노트는 발로 써라 ▷취급 제품에 열정을 가지고 박사가 돼라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팔 수 있다 ▷의사·약사가 당신의 전문적 정보제공을 필요하게 하라, 하지만 아는 체는 금물이다 ▷틈새를 찾아내 비집고 들어가라 ▷의사·약사의 타입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설득하라 ▷의사·약사의 입맛에 맞는 걸 제공하라 ▷키닥터(Key Doctor)는 필히 100% 만족시켜라 ▷의사·약사에게 최선의 이익을 제공하라 ▷경쟁자의 약점을 경쟁력으로 삼아라 ▷방문일지를 필히 꼼꼼하게 적어라, 그래야 그 일지를 통해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해 성공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진심이 담긴 영업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금언들을 실천하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독한 마음과 각오 없이는 견뎌내기 정말 힘든 것이 제약 영업직이다. 게다가 목표(판매 및 수금 등) 미달에 대한 관리자의 압박은 피를 바싹바싹 말린다. 부지불식(不知不識) 중에 목표 달성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 짓인들 못할까 하는 심정에 누구나 빠지고 만다. 이런 점 등이 제약 영업직의 이직률이 타직(他職)보다 높은 원인이라 생각된다.

또한 높은 이직률의 부작용은 이만저만 아니다.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뽑고 교육훈련 시키는 일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영업인력 이직으로 자주 인수인계 되는 외상잔고와 거래처와 지역은 모두 부실하게 되고 매출은 포기 상태로 된다. 그것의 원상회복과 활성화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높은 이직률은 제약 영업부서의 골칫거리이자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제약사들의 영업주변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 CSO(Contracts Sales Organization, 영업대행사)의 출현이다. 2001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토착화로 변형되면서 2010년대부터 활성화 됐다. CSO의 활성화 시점과 제약바이오업계의 영업 인력 감소 시기가 궤를 같이 한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인사들이 제약업계의 CSO에 대한 '리베이트 팔밀이'라고 보고 있지만, 제약 영업부서의 골치 덩어리인 높은 이직률의 부작용 해소책으로 업계가 CSO를 선택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보건복지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464곳 제약사들 중 27.8%인 129곳 제약사들이 CSO에 영업을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SO에 영업을 전부 위탁한 제약사들도 20곳이나 됐다. 제약사 3곳 중 1곳이 CSO에 영업을 위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CSO가 이미 정착단계를 넘어서 활성화 단계를 구가하고 있는 증거물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퍼즐 조각들을 맞춰보면 이렇게 해석·정리될 수 있다.

'제약 영업직 축소 현상은 이변이 아니라 시류(時流)에 따른 사필귀정의 현상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영업인력 감소의 공백은 CSO의 영업 인력으로 채워져 업계의 매출액 손실이 없었다고 봐진다. 업계 영업직의 지겨운 높은 이직률에 대한 대책으로 CSO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따라서 CSO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제약바이오업계에 보다 이로울 것이라 판단된다.'

그런데, CSO가 마음 놓고 제약바이오업계를 도울 수 있고, 제약바이오업계가 거리낌 없이 영업능력이 우수한 CSO를 적극 활용하면서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하려면, 반드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약사법령에 CSO에 대한 관리조항 신설이 시급하다. 지금처럼 어정쩡하면, 양자 간의 능률적인 역할분담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게다가 약사법령 위반사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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