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 제제 보유사 "의료진에게 존재감 알릴 기회"
'~티딘' 성분, 'NDMA 검출' 자유롭지 않아

식약당국이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제제 사용을 잠정적이지만 전면 중단시키면서 시장 자체가 '통째로' 사라질 위기다. 라니티딘 보유 업체들은 서둘러 대체 약물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사 주력 약물을 대체 처방하기 위한 영업마케팅 전략에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라니티딘 제제는 위산과다, 속 쓰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에 쓰이는 H2b(H2 수용체 길항제) 약제로 이른바 '~티딘' 성분 제제와 비슷한 기전을 가진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의 지난해 처방실적에 따르면 H2 수용체 길항제 계열과 PPI 계열이 포함된 위궤양제 시장 규모는 75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라니티딘 제제는 2345억 원 규모다. 

(왼쪽부터) 아스트라제네카가 허가권을 갖고 있고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넥시움',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일양약품의 '놀텍', 씨제이헬스케어의 '케이캡'
(왼쪽부터) 아스트라제네카가 허가권을 갖고 있고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넥시움',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일양약품의 '놀텍', 씨제이헬스케어의 '케이캡'

라니티딘 복합제 '알비스'를 가진 대웅제약은 알비스와 알비스-D, 위임형 제네릭인 가제트(허가권 - 알피바이오, 판매권 - 대웅제약)까지 지난해 6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라니티딘 단일제 '큐란'을 판매해 온 일동제약은 지난해 큐란으로 207억 원, 알비스 제네릭인 더블원으로 7억 원 등 총 214억 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이렇게 라니티딘 시장을 선도한 대웅제약과 일동제약도 대체 품목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의 '알비스' 품목군 제품 매출액과 일동제약의 큐란과 더블원(라니티딘 복합제 품목)의 처방조제액 (유비스트 원외처방실적)

대웅제약 관계자는 "넥시움과 모사프리드 성분의 '가스모틴'을 대체재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PPI인 라베프라졸 성분의 라비에트, H2b인 하이메틴(시메티딘) 품목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현재 라니티딘 대체약으로는 동일 계열 약인 'H2b 약제'와 위염 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PPI(프로톤펌프억제제)가 언급되고 있다. 기존 PPI 계열 약물보다 빠른 약효 발현 등이 장점인 P-CAB(갈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제제 '케이캡(테고프라잔)'도 상황을 예의 주시중이다.

▶ H2b (H2블로커), 라니티딘 → 타 티딘계열로 변경? 파모티딘은 품절, 시메티딘은 철수 분위기

H2b 약제는 라푸티딘, 시메티딘, 파모티딘, 록사티딘 등의 성분이 있다. 라푸티딘 계열 보령제약의 스토가는 지난해 매출 115억 원을 거둔 계열 대표 제품이다. 

파모티딘의 경우 종근당 파미딘정이 있는데, 품목 수가 적고, 현재 품절 상황을 겪고 있다. 시메티딘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지 않아 제약사들이 철수 중이었다. 니자티딘은 NDMA 검출량 확인 등 안전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라푸티딘 외에는 H2b 약제도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는 얘기다.

▶ PPI · P-CAB 보유 제약사 "관심 · 수요 증가 추이 지켜보는 중"… 다만 적응 범위 다르고, 약값 비싸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주로 쓰이는 PPI(프로톤펌프억제제)는 라니티딘과 같은 계열은 아니지만, 적응증이 유사하다. PPI 계열에는 에소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란소프라졸, 판토프라졸, 덱슬란플라졸 등이 있다. PPI 시장은 7500여억 원 규모다.

제약사들은 라니티딘 대체재로서 PPI가 쓰일 것을 예상하며 의료진의 반응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라니티딘 대신 PPI와 P-CAB을 쓴다면 가중평균가 대입 시 약가가 비싸질 수 있다.

PPI 억제제로 에스오메프라졸 성분 품목과 P-CAB 제제 케이캡 원외처방조제액
PPI 억제제로 에스오메프라졸 성분 품목과 P-CAB 제제 케이캡 원외처방조제액

지난해 대웅제약의 '넥시움',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종근당 '오엠피에스'가 있는 에스오메프라졸은 1757억 원 규모였다. 대웅제약은 알비스의 공백을 '넥시움'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에스오메프라졸 성분 PPI 제제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대웅제약이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있는 넥시움은 2017년 387억 원, 2018년 360억 원, 올 8월까지 23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은 2017년 226억 원, 2018년 264억 원, 올해 8월까지 208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올 8월까지 실적이지만 에소메졸의 처방실적은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종근당의 오엠피에스는 2017년 75억 원, 2018년 71억 원, 올 8월까지 34억 원, 일양약품의 놀텍은 2017년 229억 원, 2018년 261억 원, 올 8월까지 196억 원의 실적을, 씨제이헬스케어의 케이캡은 올 3월부터 처방실적이 확인돼, 7개월 간 125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이밖에 씨제이헬스케어 '라베원', 일동제약 '라비에트', JW중외제약 '라베칸' 등의 라베프라졸 1196억 원, 제일약품 '란스톤LFDT', 등 란소프라졸 483억 원 등의 처방 실적을 거뒀다. 

다만 기존 라니티딘 제제는 감기, 비스테로이드 제제(NSAIDS)를 처방할 때 속이 쓰리지 않도록 흔히 처방됐는데 식도염, 위염 등을 직접 치료하는 PPI와 적응증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PPI (프로톤펌프억제제) 제제는 주로 위식도 역류질환(GERD), 헬리코박터필로리 박멸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등의 효능효과가 있다. 라니티딘은 위장 장애를 막기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PPI 제제 보유 제약사 영업사원은 "내과를 제외한 외과 등에서는 처방에서 위점막 보호제인 애엽 성분의 동아 '스티렌'을 대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PPI는 대체가 가능해 보이지만, 기전은 다른 약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들은 쓰던 처방에 익숙하다. PPI 처방이 빈번하고 꾸준히 이뤄지는 만큼 라니티딘을 대체하려면 티딘계열보다 PPI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에소메졸을 가진 한미약품 관계자는 "적응증만 보면 PPI 제제가 가능하다. 다만 라니티딘과 같은 계열 약물이 아니어서 적극적인 대응은 어려워 보인다"며 "기존에 해왔던 영업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PPI 제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이 있는 일양약품 관계자는 "전체적인 위장약 계열로는 흡사하다고 보이나 판단은 처방의의 몫으로 보인다"며 "향후 관심도나 수요층의 증가는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 밖에 국산 30호 신약으로 출시한 후 5개월 여 만에 100억 원 대의 처방실적을 올린 씨제이헬스케어의 '케이캡' 역시 매출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종근당과 공동 영업·마케팅을 진행하며 영업력이 크다는 특징도 있다.

케이캡은 현재 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과 위궤양을 적응증으로 갖고 시장 범위를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씨제이헬스케어 관계자는 "라니티딘과 적응증이 완벽히 같을 순 없다고 본다. 치료 현장에서는 케이캡을 반드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질환에 맞게, 보험 적용확인 후 처방하지 않겠느냐"며 "PPI나 케이캡이 수혜 품목이라고들 하지만 완벽히 수혜자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PPI와 P-CAB 계열 이외 대체 품목이 워낙 많아 제약사마다 영엽 대체재 마케팅을 치열하게 할 것"이라며 "케이캡은 새 계열 신약인 만큼 의료진에게 존재감을 알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PPI, P-CAB 외에 모사프라이드 성분 등 위장관 운동 개선제, 방어인자 증강제도 처방 가능하다고 아는데 이 계열 제품이 없는 회사가 없을 정도여서 각 제약사의 스위칭 전략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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