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b로 바꿀 땐 거꾸로 재정 절감 가능성도

심평원 표본데이터 등 활용 분석

식약당국이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제제 사용을 잠정적이지만 전면 중단시키면서 해당 성분약제는 사실상 시장퇴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라니티딘 보유 업체들이 서둘러 대체할 약물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라니티딘 대체는 같은 H2b(H2 수용체 길항제) 약제인 이른바 '~티딘' 성분이 친화력이 가장 높다. 라니티딘의 적응증은 위산과다, 속쓰림,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등으로 비교적 광범위한데, '~티딘' 성분들은 라니티딘과 거의 적응증이 같다.

또 현재 위염치료제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약제도 대체약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이다. 최근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P-CAB 계열 국산신약인 케이캡(테고프라잔)도 어느정도는 라니티딘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라니티딘을 다른 성분이나 다른 계열 약제로 대체했을 때 보험재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히트뉴스는 한 제약사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봤다. 2017년 심사평가원의 표본데이터와 성분별 가중평균가 등을 활용해 대략의 경향성만 들여다 본 것이어서 오차는 상당히 존재할 수 있다.

우선 적응증부터 보자. 앞서 언급했지만 '~티딘' 성분은 위염, 위식도역류병, 궤양, 소화불량 등에 비교적 광범위하게 쓰인다. 시메티딘, 파모티딘, 라푸티딘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성분은 라니티딘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다.

반면 PPI와 P-CAB 계열 약제의 경우 위식도 역류병, 궤양 등으로 적응증이 '~티딘' 성분들보다는 좁은 편이다. 그만큼 두 계열 약제는 라니티딘 대체 영역이 좁은 편이다. 질환별 점유율은 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질환명별 점유율은 위염 69.2%, 위식도 역류병 15.9%, 궤양 7.4%, 소화불량 6.1%, 기타 소화기질환 1.4% 등으로 집계됐다. PPI와 P-CAB 계열 약제는 라니티딘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수치상으로는 23.3% 밖에는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음은 비용을 보자. '~티딘' 성분은 상한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1일 투약비용도 싼 편이다. 같은 계열만 놓고보면 라니티딘은 상대적 고가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성분별 가중평균가는 라니티딘 1.5g과 3g 각각 248원과 295원, 시메티딘40mg 108원, 파모티딘20mg 159원, 라푸티딘10mg 154원 등으로 라니티딘이 가장 비싸다. 가중평균한 1일 투약비용은 용법용량이 달라서 따로 계산해야 하는데, 라니티딘 1.5g이 496원으로 가장 비싸고, 파모티딘20mg 318원, 라푸티딘10mg 306원, 라니티딘3g 295원, 시메티딘40mg 216원 순이었다.

또 복합제인 알비스와 고용량인 알비스D 가중평균가는 각각 256원, 390원이지만, 가중평균한 1일 투약비용은 1024원, 780원으로 저용량 복합제가 훨씬 더 비싸게 형성돼 있다.

이처럼 가중평균가와 1일 투약비용을 비교해 봤을 때 라니티딘과 라니티딘 복합제를 다른 '~티딘' 성분으로 대체할 경우 단순히 산술평균으로만 봐도 최소 1.5배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PI와 P-CAB 계열은 어떨까. PPI 계열 성분은 하루 한 알을 복용하기 때문에 가중평균가와 가중평균한 1일투약비용이 같다. 성분별 대표함량의 가중평균가와 가중평균한 1일투약비용은 일라프라졸10mg 1191원, 오메프라졸20mg과 40mg 각각 779원과 971원, 에스오메프라졸40mg 1078원, 란소프라졸30mg 1077원, 판토프라졸40mg 771원, 에스판토프라졸 20mg과 40mg 각각 771원과 1157원, 라베프라졸20mg 1044원, 덱스란소프라졸60mg 876원 등이다.

이들 성분의 가중평균한 1일 투약비용과 라니티딘 단일제의 가중평균한 1일 투약비용의 산술평균을 단순히 비교하면 PPI 971.5원, 라니티딘 395.5원으로 약 2.5배 차이가 난다. 물론 알비스와 알비스D를 포함시키면 격차는 줄어들지만 PPI가 적어도 120원 이상은 더 비싸다. 다시 말해 대체가능한 적응증인 위식도 역류병, 궤양 등을 PPI 계열 약제가 대신할 경우 2배 이상 약값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셈이 가능하다. 유일한 P-CAB 계열로 국내에서 최초로 허가받은 국산신약 케이캡은 1300원으로 PPI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일단 소화성궤양과 위식도 역류질환에서 라니티딘을 PPI나 P-CAB 계열이 대체할 경우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존재한다"면서도 "처방의 약 70%를 차지하는 위염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약비용이 낮거나 유사한 방어인자증강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라니티딘 대체가 건보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거나 적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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