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을 향한 K바이오 물결, 멈추지 않는다

'기술수출을 넘어 직접 신약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야심찬 도전이 순조롭지 못하다. 기업별로 이슈의 성격은 다르지만 올해들어 기대를 모았던 코오롱티슈진, 에이치엘비,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의 글로벌 임상은 잇따라 실패했다. 스스로 높은 기대를 내비쳤던 해당 기업들이 전열을 가다듬으며 재도전을 굳건하게 약속했지만 투자자 등 산업생태계는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 이대로 괜찮은지' '무엇이 문제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샘이 깊은 물은 끝없이 솟아나 흐르고, 중간에 웅덩이를 만나면 이를 다 채우고 흘러 결국 바다에 이른다'는 맹자의 철학을 위안삼아 우리 모습을 객관화해 보자. 우리가 제약바이오 강국인가. 그렇지 않다. 2015년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기술수출을 계기로 유한양행, 한올바이오파마, 브릿지바이오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바통을 이어받고, 풍부해진 자금이 바이오벤처들의 기술과 만나 무럭무럭 자라나며, 정부도 관심과 지원에 나섰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기대주'에 불과하다.    

K제약바이오산업계 안에 샘들이 많아지고 깊어지고 있지만, 제거되지 못한 웅덩이들은 도처에 산재해있다. 과문한 까닭에 기업들의 실패 원인을 짚을 수는 없다. 다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임상성공의 조건에 비춰 기업들이 충실한 노력을 기울였는가라는 질문은 던져볼 수 있겠다. 전문가들은 임상에 성공하려면 ▷과학적 요소 ▷임상 설계적 요소 ▷임상운용적 요소 등 3가지 역량을 고루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관점에서 실패 기업들이 자신들의 미흡한 역량을 'CRO를 쓰면된다'고 등한시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 CRO는 신약개발 기업들의 훌륭한 파트너지만, 엄연히 위탁업체다. 업무를 맡긴 기업입장에서야 CRO가 주인의식으로 잘 하리라 믿고 싶겠지만, 그들은 주인이 아니다. 그들에게 애시당초 주인의식은 없다. 사무실 바닦의 휴지를 결코 줍지 않는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기업들은 CRO를 이끌어가며, 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관리 능력이 '임상개발 실력'이다. 실제 실행하지 않더라도 관리를 잘 해야 위험요소들을 미리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실패 사례가 도드라져 보이는 탓에 2018년 말 성공 사례를 우리는 잊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글로벌 3상임상시험에 성공한 SK바이오팜을 예로 들며 "그들은 미국 지사에 임상개발에 밝은 전문 의사도 고용하면서 한국에서 3상을 진행하듯 팔로우 업을 했다. 그게 경험 아닌가"라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작년 말 미국에서 임상 전 과정을 실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3상을 마치고 FDA에 신약허가 신청을 마쳤다.

위 성공 사례를 들어 "한국제약바이오산업계 전체가 다같이 우울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개별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산업전반의 성공과 실패로 연결짓는 감정이입을 한다. '국뽕'도 그렇지만, 한숨을 앞세운 '자조'는 더 별로다.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산업 전반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철저히 '개별회사의 이슈'로 보고 교훈을 얻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물론 산업전반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피어나는 헷갈림은 단순히 실패 그 자체에만 있지 않다.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대주주들이 주식을 처분하고 빠지거나, '알고보니 주성분이 바뀌었네'처럼 기업가와 투자자간 신뢰에 금이가는 행태들이 함께 나타나니 의구심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제약바이오산업의 도도한 물결이 끝내 이 같은 웅덩이들을 스스로 채우고 흐를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지금도 충혈된 눈을 비비며 자신의 일에 승부를 거는 제약바이오인들이 훨씬 많고 그들을 응원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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