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법령 개정 때 해당 위임사항만 반영안해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더라도 하위법령에 위임된 세부내용이 마련되지 않으면 해당 개정조문은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 실행파일이 없는 못쓰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올해 6월12일 시행된 개정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이 그런 처지에 놓여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을 유인하기 위한 방편으로 혁신형제약기업 의약품에 약가가산 등 우대 근거를 신설하는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공감을 얻어 지난해 12월 비교적 신속히 국회절차를 마무리했다.

개정 법률의 우대조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혁신형제약기업이 제조한 의약품에 대해 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의 상한금액 가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정법률의 이 조문이 실질적으로 실행되려면 약가, 세제, R&D 등의 우대내용을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건강보험법령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복지부는 6월12일 개정법률 시행에 맞춰 지난 4월 시행령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절차를 이미 마무리했다. 그러나 정작 남 의원이 개정법률안에서 가장 무게를 뒀던 우대조항에 대한 위임사항은 대통령령 개정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다시 말해 법률은 시행됐지만 실행파일을 복지부가 만들지 않아서 우대조치는 실질적으로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국회 업무보고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통상이슈를 거론하면서 약가가산 등 국내 제약사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의 제도나 조치는 마련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었다. 시행령 개정에서 우대조항 위임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혁신형제약기업에 다국적제약사가 포함돼 있는 점을 보면, 이 우대조치가 특별히 국내 기업에게만 특혜를 주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혁신형제약기업 제품은 현재 고시를 통해 제네릭 약가가산과 약가인하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글로벌혁신신약 우대제도에서도 혁신형제약기업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지난해 말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우대조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 개정법률에 근거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약가제도상의 조치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국회가 만든 법률이 하위법령 미비로 무력화되는 건 옳지 않은 행태"라면서 "행정부의 입법 보이콧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약가우대에 대한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은 이번 입법 '보이콧'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복지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발사르탄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안에는 연구개발 노력이 반영된 개량신약이나 개량신약 복합제에 대한 별도 고려가 없어서 결과적으로 개량신약 복합제 등이 제네릭과 동일하게 취급받는 상황이 예비돼 있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R&D를 권장하고 우대하겠다고 청사진만 내놓을게 아니라 제네릭과 신약을 연결하는 가교인 개량신약과 개량신약 복합제 등에 대한 획기적인 우대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복지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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