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인·사회사업인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았다

초당 김기운 백제약품 회장 생전의 모습
초당 김기운 백제약품 회장 생전의 모습

오는 27일은 의약품 유통의 태두 '초당 김기운' 백제약품 회장의 일주기다. '히트뉴스'가 고인을 기린다.

초당은 '남 탓'을 하지 않았다.

평소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단 한 번도 가난한 집안, 가난한 부모를 원망해 본 일이 없고, 세상이나 나라를 원망해 본 일도 없다. 사업을 실패했을 때조차 나는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초당은 '가난'에 쫄지 않았다.

어렵사리 서당(書堂)과 보통(초등)학교를 마치고 16세에 지인의 소개로 목포의 모 상회에 취직했다. 약품부에 '견습점원'으로 배속된 소년의 첫 월급은 3원(지금 약 9만원 가치)이었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청소와 배달 등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그 소년을 상회 사장이 주목했다. 사장은 입사 1년 만에 소년을 정식사원으로 승진시키고 경리와 도매와 같은 중요 업무를 맡겼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11월, 자신과의 싸움인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약종상' 면허시험에 합격했다. 다음해 1946년 8월 목포에서 2평짜리 백제약방을 열었다. '백제(百濟)'라는 상호는 '많은 사람을 구하고 많은 병을 고친다'는 의미다. 삼국시대의 '백제'에서 따온 이름이 아니다.

근면성에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상재(商才)까지 더해지면서 백제약방은 날로 번창해 갔다. 자신감이 넘치면서 메리야스와 주정(酒精) 등 타 업종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크게 실패하여 본업인 백제약방까지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됐다. 자살 유혹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평소 쌓아 놓은 신용의 힘으로 재기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한 우물만 판다 ▲은행 융자나 사채는 쓰지 않는다 ▲도와준 분들에게 은혜를 갚고 신용을 지킨다였다.

이 신조는 자타가 다 공인하는 오늘의 큰 '백제그룹'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

초당은 인간 본능과도 같은 '이기심(利己心)'에 초연(超然)했다. '번 것' 이상으로 사회에 돌려줬다.

사세 회복과 발전이 지속되자 초당은 평소 생각하고 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에 옮겼다. 전란으로 헐벗은 국토의 조림(造林)과 인재 육영(育英)이었다. 강한 소신 없이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국가 백년지계(百年之計)에 힘을 보태는 사회사업이었다.

1969년부터 강진의 헐벗은 자갈밭 산 300만 평에 40년 동안 백합나무와 삼나무 등 5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시련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전국 최대의 울울창창한 힐링(healing)의 산림을 만들었다. '하면 된다'는 실증물이 됐다. 1979년11월 백제고등학교와 1993년11월 초당대학교를 설립하여 국가 동량이 될 인재들을 길러내는데 앞장섰다.

2005년 초은복지재단을 설립하여 무의탁 노인들에게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내놨다.

초당은 거대한 외자 유통사의 독점적 횡포의 '갑질'에도 쫄지 않았다.

2000년 의약분업 후 국내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막강한 유명 의약품들 거의 모두가 국내에 진출한지 얼마 안 되는 거대한 외자유통사의 손에 독점적으로 들어가, 그 의약품들의 유통이 그 외자유통사에 의해 무소불위로 좌지우지됐지만, 초당은 특유의 뚝심으로 그 외자유통사와 거래를 타협하지 않고, 어쩌면 유통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위태한 독자 행보를 펼치면서 토종 유통사로서의 긍지를 다졌다.

초당은 '위대한 보통사람', '꿈의 개척자'의 삶을 살았다.

초당은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위대한 보통사람', '입지전적 인물', '꿈의 개척자'의 삶을 살았다. "진짜 금에는 도금을 하지 않듯, 진실한 재주가 있는 사람은 꾸밀 필요가 없다", "말을 앞세우지 말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라" 라는 명언을 남겼다.

"나는 열심히 살았고, 땀 흘리며 살았고, 솔직하게 살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살아온 인생에 후회는 없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인생을 후회 없이 살도록 보살펴 주고,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고, 격려해 주고, 도와준 이 세상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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