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이승원 교수-마크 부리에르 교수

“(마비렛, 하보니) 모두 뛰어난 치료제다. 다만 유전자 2형인 간경변 환자에게는 마비렛을 8주가 아닌 12주로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다. 이 경우 같은 치료기간이면 가격이 더 저렴한 하보니를 선호한다.”

이승원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치료에서 범유전자형이 아닌 하보니로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에 대해서 이렇게 답했다. 최근 C형간염치료제 시장은 모든 유전자형에 처방이 가능한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로) 처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급여 기준에선 C형감염에서 1차 치료를 실패하면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없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1차 치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때문에 모든 유전자형을 치료할 수 있는 범유전자형 치료제를 처음부터 처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유전자형 치료제 마비렛이 아닌 하보니가 처방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히트뉴스는 마크 부리에르 프랑스 성 조셉 병원 교수와 이승원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C형간염 치료제 처방 환경부터 국가검진 도입을 위한 정책 제언을 들어봤다.

마크 부리에르 프랑스 성 조셉 병원 교수(왼쪽)와 이승원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일부 환자는 범유전자형보다 PI 성분 없는 제제 처방돼야”

-최근 국내에도 다양한 C형감염치료제가 등장했다. 이에 따른 국내 처방 환경은 어떻게 변했나?

이승원 교수(이)= 우리나라 C형간염은 유전자형 1,2형이 전체 환자의 약 98%를 차지한다. 때문에 1,2형에 한정해 설명하겠다. 현재 국내에서 1형과 2형에 처방하고 있는 C형간염 바이러스(HCV) 다른 바이러스 직접 작용제제(DAA)는 하보니(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제파티어(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3가지가 있다. 제파티어는 유전자형 1형에서만 처방된다. 마비렛 출시는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또 유전자형 2형에서 하보니 단독요법이 소발디+리바비린 병용요법보다 더 활발히 치료 전략으로 유효하다.

-국내 급여 기준으로 볼 때, C형간염을 치료할 때 실패나 재감염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들었다. C형간염을 치료할 때 처음부터 범유전자형 치료제인 마비렛으로 모든 유전자형을 커버하지 않고 하보니를 선택할 필요가 있나?

이= 두 치료제 모두 뛰어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다만, 유전자형 2형인 간경변 환자에서는 마비렛을 8주가 아닌 12주로 치료해야 한다. 때문에 2형 간경변 환자의 경우 마비렛의 치료 비용이 더 높다. 이 경우에는 같은 치료기간이면 가격이 더 저렴한 하보니를 선호한다.

또한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들에서는 프로테아제 억제제(PI) 성분이 없는 소포스부비르 기반요법이 좋다. 이 때문에 중증 간질환 환자는 하보니로 치료한다. 그 외 환자군에서는 하보니, 마비렛, 제파티어 3가지 약제를 모두 사용한다.

-유럽의 경우 HCV DAA 제제를 선택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나?

마크 교수(마크)=이승원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 외에 약물 간 상호작용(DDI)를 중요한 인자로 본다. 프랑스는 HCV DAA 약가가 비교적 낮은 수준이고, 보험급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때문에 치료제들의 가격이 거의 비슷해 비용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다. 비용 대신 약제를 선택할 때 DDI가 더 중요하다.

DDI는 PI 성분 포함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하보니, 소발디, 엡클루사(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처럼 PI가 포함되지 않은 약제의 DDI가 낮은 편이다. 하보니는 마비렛, 제파티어보다 DDI가 낮다. 이외 약물 치료기간, 알약 개수, 식사유무에 따른 복용 편의성도 중요한 인자로 고려한다.

이=실제로 이미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알약 개수가 늘어난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이제 치료제 가격이나 효과는 모든 치료제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각 환자의 상황에 맞게 상의해 약물을 처방한다.

-실제 처방 경험에 비춰볼 때, PI 성분을 포함한 약제가 DDI가 높은 편인가?

이=그렇다. 의료진도 DDI를 확인하기 위해 항상 논문 등을 참고한다. 처음 HCV DAA를 처방할 때는 환자들에게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전부 가지고 오라고 해서, DDI를 살펴본다. 이것도 약제의 복약편의성과 연관된다. 여러 약제를 함께 복용하게 되면 약제의 효과나 부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DDI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마크= 실제로 간 외에 다른 분과에서도 DDI에 대해 많은 문의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논문이나 웹사이트 등을 통해 거의 매일 DDI 관련 정보를 살펴본다. DDI에는 현존하는 약물뿐만 아니라, 각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초 등의 민간요법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주의가 필요하다.

하보니 8주요법, 프랑스는 선호…국내는 ‘아직’

-유전자형 1형 환자는 HCV RNA가 600만 IU/mL 이하면 하보니 8주 치료가 가능하다. 기존 12주요법 대비 치료 실패에 대한 부담은 없나?

마크= 유전자형 1형 환자에 대한 하보니 8주 치료 데이터는 리서치 데이터, 리얼-월드 데이터, 임상 데이터 등을 종합했을 때 거의 8천 건에 달한다. 하보니는 이런 모든 연구들에서 간경변 유무와 관계없이 96% 이상 일관된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을 기준으로 기저시점의 HCV RNA≤6,000,000 IU/mL인 경우에만 하보니 8주 치료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향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최근 공개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중증 간경변이나 HCV RNA 600만 이상인 환자도 포함돼 있다.

예전에는 가격 차이 때문에 12주요법보다 8주요법을 선호했다. 하지만 하보니 8주요법에 대한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서 나중에는 축적된 치료결과에 기반해 8주요법을 선호하게 됐다. 하보니 8주요법 데이터가 처음 공개됐을 때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12주 치료가 과잉치료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하보니 8주와 12주 치료효과를 비교하는 ION-3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 결과 역시 긍정적이었다.

이= 국내에서는 8주요법으로 치료하는 환자 비율이 10%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보니 8주요법으로 치료할 경우, 환자가 간경변이 있어 실패할 경우를 보통 우려하는데 8주요법과 12주요법 가격차이가 약 120만원으로 크지 않아서 보통은 12주요법을 선택한다.

하보니 8주요법은 이미 임상 데이터로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C형간염을 치료하는 대다수의 환자가 조직검사를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환자가 간경변을 동반했을 위험부담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12주 치료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다만 나이가 젊고 간경변이 없으며 초음파 결과가 있는 환자는 고민 없이 8주를 처방할 수 있다. 유럽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간경변 유무와 관계없이 하보니 8주 치료가 가능하다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8주요법도 더 활발히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국내 환자들도 12주요법보다 8주 요법을 실제로 더 선호하나?

이=그렇다. 하보니 12주 치료비용 330만원이 어떤 환자에게는 부담 없는 가격일 수도 있지만, 다른 환자들은 비용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 하보니 8주요법이 가능한 환자라서 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환자들은 분명 8주요법을 선택할 것이다.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아직 진전된 논의 이뤄지지 않아

-작년에는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 등이 개최됐는데, 올해는 관련 목소리가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정부와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이 있나?

이= 국내 의료진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에서 수용하고 있는 것은 없다. 2017년도에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정부는 비용효과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통계학자가 국내 상황을 수학적으로 예측한 결과를 살펴보면, 매년 1만 6천 명씩 C형간염 환자를 치료하면 이론적으로 국내에서 C형간염 박멸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이나 호주 같은 국가에서는 C형간염 치료가 거의 무료에 가깝기 때문에 치료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C형간염 퇴치를 위해 힘쓰고 있는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크= 프랑스도 한국과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C형간염 진단률이 낮기 때문에 프랑스 간학회에서는 일생에 한번 정도는 국민들이 C형간염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프랑스 정부 역시 유병률이 낮은 C형간염 치료제에 보험급여를 지원하는 것이 과연 비용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간학회에서 비용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모델링을 입증했다.

-C형간염 퇴치를 위해 정부나 학계에 제언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얘기해달라.

이= 예전에는 수술 전에 C형간염 항체검사를 시행했는데, 요즘에는 삭감 문제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오히려 상황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B형간염이 예전보다 예후가 많이 좋아진 것처럼 C형간염도 정책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C형간염은 낮은 유병률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사실 지금 건강검진에 포함된 모든 항목들이 유병률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는다. C형간염은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크= 에이즈는 전 세계적인 노력을 통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전 세계 B형간염 환자 2억 2천 만명, C형간염 환자 7천 1백만명, 에이즈 환자가 5천 만명 정도임을 감안할 때, 바이러스성 간염은 에이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넓은 인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성 간염 퇴치를 위한 급여제도 마련 등 전 세계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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