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의원 "첨단법, 시민단체와 함께 연착륙시켜야"

문케어 평가 시간두고 이뤄져야
의료전달체계 확립 시급한 과제
중증 아토피신약 급여 서둘러야

단풍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던 지난해 10월 어느날, 더불어민주당 비래대표의원인 정춘숙 의원은 경기 수지(용인병) 지역에 지역사무소를 냈다. 500여명의 지역주민과 추미애 전 당대표, 우상호 전 원내대표, 이인영 현 원내대표, 김두관 전 최고위원 등 당내 전·현직 지도부를 포함해 국회의원 30여명도 출동했다. 김상희·인재근·전혜숙·남인순 의원도 함께 했다.

다음달 초면 사무실 개소 1년이 된다. 정 의원은 한선교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용인병'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라고 했다. 그런데도 '용인병'을 선택했던 건 제2 또는 제3의 고향쯤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지 시내 곳곳에는 의원이 강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시절의 추억들이 켜켜히 쌓여있다. 우연이지만 학부시절을 보냈던 단국대학교가 서울 한남동에서 용인병 지역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한남동 시절 단국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었다. 

도전은 쉽지 않다. 정 의원은 묵묵히 지역민들과 만나 지역현안을 풀어가면서 표밭을 일구고 있다. 보좌진들은 힘들겠지만 원내대변인이라는 중책까지 많아 서울과 수지를 오가며 '열일'하는 정 의원의 '쟁기질은 해가 지지 않는다.'

보건복지, 그중에서도 보건분야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정 의원은 19일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재선에 성공하면 보건복지위원회에 자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삶, 건강과 직결되는 현안들이 산재한 보건복지분야와 소관 상임위가 자신의 '정치적 맥박'을 뛰게 만든다고 했다.

다음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 일문일답.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 의원과 관심과 소신을 엿볼 수 있는 질문과 답변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10월8일 열린 용인병사무소 개소식 모습
지난해 10월8일 열린 용인병사무소 개소식 모습

-20대 국회 전·후반기 내내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다. 보건분야 이슈 중 문제점이나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슈를 꼽는다면

“문재인케어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의료전달체계 확립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문케어 시행이후 대형병원 쏠림이 더 가중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통계를 보면 중증환자 비중이 이전보다 더 많이 늘어난 걸 알 수 있다. 중증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더 많이 이용한다는 건 쏠림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게 측면에서는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의료전달체계는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의 특별한 장점이자 단점이고,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여러 정치적 상황으로 국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곧 시작된다. 아마도 내년 총선이 있어서 이번 국정감사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 보건의료분야 중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중첩문제에 관심이 있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해야 하는 걸 건강보험에서 감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재 입증이 어렵기 때문인데, 환자입장에서는 어느쪽으로 가든 상관없을 수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부과체계도 더 손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중증아토피치료제 관련 토론회를 열기도 했었다. 계속 이슈화할 계획인가

“작년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생각보다 국내 아토피 중증환자가 많다. 실명되는 경우도 있다. 아기 때만 생기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생길 수도 있다. 앞으로 관심이 더 커질 질병영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질병코드나 중증여부조차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 현재 코드를 부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서둘러 요건을 마련하고 치료제가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계속 추적하고 살펴보겠다.”

-1회 투약비용이 20억원이 넘는 초고가신약인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치료제 졸겐스마가 곧 국내에서 허가절차에 들어간다고 한다. 보험당국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슈다. 이런 초고가약의 환자 접근성 논란,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20억원이 넘는 신약을 급여권에 들여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방암치료제 퍼제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회의원이 돼서 여러 표창이나 상장을 받았는데 유방암환자들이 퍼제타 급여 후에 준 표창장을 가장 뜻깊게 생각한다. 신약 접근성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다. 의약품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국가가 책임지고 노력해야 할 영역이다. 제약사도 높은 가격만 고집하지 말고 약값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의약품, 의료기기 부작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문제 제기해왔다. 그러면서도 첨단바이오의약품, 혁신의료기기 등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첨단법' 시행에 앞서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해야 할 후속조치는 어떤게 있다고 보나

“첨단재생의료및첨단바이오의약품이 국회에서 통과되던 날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감안해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사후 추적관리도 가능하게 했다. 합성의약품과 다른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을 감안한 허가심사 체계도 신설했다. 다만 신속허가 등에 대해 일각에서 반대의견이 아직 존재한다.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럼에도 ‘첨단법’은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의원이 되고 몰라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장기요양, 심사평가원 고위자과정, 서울대 바이오 관련 과정 등을 들으면서 느낀 게 많았다. 재생의료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국내 기준이 없어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하더라. 일단 법과 제도는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당 국회의원이다보니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많다. 그래서 바이오헬스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규제를 완화해 주자고 하는 건 아니다. 바이오 분야를 보면서 항상 염두에 두는게 국내 바이오분야 발전을 후퇴시킨 이른바 ‘황우석 사태’다. ‘첨단법’은 상당부분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하위법령 논의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참여시키도록 주문했다. 최근 개통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하면서 수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 반대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보장해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에게도 위해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좀 더 엄격히 해야 한다고 본다.“

-의료급여비 미지급으로 의료급여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차별받는 행태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미지급 사태를 방지할 특단의 대책은 없을까

“의료급여 환자 차별은 큰 문제다. 2016년 용인 정신병원을 방문했었는데 의료급여환자들은 마룻바닥에서 수형인처럼 지내고 있었는데 반해, 건강보험환자는 침상에서 생활했다. 그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했다. 미지급금이 발생하면 이런 문제는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국가에서 해결할 과제다.

지금 보면 알면서 예산을 줄이는 상황인데,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매번 반복되는 지적이어서 지겨울 수 있지만 계속 거론해야 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이다.“

-미지급금에 지체이자를 물도록 하는 건 어떨까

“기재부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기재부 권한이 너무 비대한 것도 문제다. 힘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분야 예산을 분리해서 독립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역시 재정당국의 반대가 클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보건과 복지, 각각 전문성이 매우 필요한 분야다.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영역이어서 더 그렇다. 복수차관 애기도 매년 말만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케어가 대형병원 쏠림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문케어의 긍정적 측면 외 부작용, 또는 역작용은 없다고 보나

“의료과잉, 의료쇼핑 등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지속될 문제인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보장성 강화는 중단없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보장성이 부족하니까 실손보험이 확대되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의료이용 과잉을 유발하기도 한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입법안도 발의됐는데, 어떻게 보나

“더 많이 논의하고 토론해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할 과제다. 의사들은 안된다고만 할게 아니라 환자들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환자들 역시 CCTV 이외 다른 해법이 없는 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과거에는 의료가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관리됐던 체계였다면 앞으로는 소비자 중심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구 내 지역 보건의료 현안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덧붙여 재선에 성공하신다면 보건복지위에 다시 올 의향은 있나

“용인병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4선을 한 지역이어서 우리당 입장에서는 ‘험지’로 꼽힌다. 오랜기간 지역에 터 잡은 지역위원장이 계셔서 당내 경선이 우선은 중요하다. 용인병지역인 수지는 아파트 거주자가 90%를 점유한다. 잘 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교통, 교육인프라, 복지인프라 등이 매우 후진적이다. 그래서 제가 고민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

지역내 대형병원은 없다. 다만 분당서울대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인근에 큰 병원들이 있어서 응급의료 이슈는 그나마 덜하다. 다만 달빛어린이병원 등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의약품 접근성을 위해 공공심야약국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보고 법안도 내놨는데, 지역내 유일한 공공심야약국이 현재 지자체 지원없이 약사님의 희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빨리 제도화돼 시스템적으로 의약품 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희망한다. 재선하면 당연히 보건복지위를 자원할 것이다. 보건복지분야에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끝으로 보건의약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의료는 생명을 살리는 분야다. 그만큼 의료인은 사회적 존경을 충분히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돈만 벌려고 생각하면 자신도, 다른 사람도 힘들게 된다. 매년 두 달식 해외로 의료봉사를 다녀오는 치과의사, 재건술로 환자를 돕는 성형외과의사, 묵묵히 심야공공약국을 지키는 약사 등 제 주변에는 다행히 존경받는 의약사분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존경받는 분들이 더 많아지고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보험수가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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