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영업대행…리베이트 외 '또하나의 지뢰'
제약 영업대행…리베이트 외 '또하나의 지뢰'
  • 류충열 유통전문기자
  • 승인 2019.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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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약사법 위반 문제 이슈화 가능성 잠복
약사법에 '영업대행사' 관리 조항 신설 시급

보건복지부 당국은 지난 6일 전문기자협의회에 '지출보고서 모니터링 자문단'의 '지출보고서 작성 이행현황 및 영업대행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464곳 제약사들 중 27.8%인 129곳 제약사들이 '영업대행사 또는 총판 및 대리점'(이하 '영업대행사 등'이라 함)에 영업을 위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대행사 등'에게 영업을 전부 위탁한 제약사들이 20곳이나 되었고, 일부 제품의 영업을 위탁한 제약사들도 109곳이나 됐다. 제약사 3곳 중 1곳이 '영업대행사 등'에게 영업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폭 넓게 확산돼 있는 '영업대행사 등'은 리베이트 문제 이외, 약사법상 판매행위 금지규정(약사법 제44조) 위반 문제에 봉착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그동안 제약업계의 영업대행 실태가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이 없어 외부에 별로 부각될 일이 없었지만, 이미 2000여 종의 의약품에 대한 깜짝 놀랄 영업대행 수수료가 '히트뉴스'에 밝혀진바 있고, 30% 가까운 제약사들이 영업대행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게 최근 당국의 조사 결과로 밝혀진 오늘, 다음과 같은 대법원 판례(2015년9월15일)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건 유추 요약 : A제약사는 자사제품인 a제품과 b제품에 대해 약사법상 의약품판매자가 아닌 C사업자와 영업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C사업자는 a제품과 b제품에 대해 D의료기관 또는 E의약품도매상에 판촉활동, 배송 및 수금 등의 업무를 대행했다. A제약사는 C사업자와 위탁약정에 따라 a제품과 b제품의 판매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D의료기관 또는 E의약품도매상에게 곧장 발부했다. 마치 A제약사가 D의료기관과 E의약품도매상에 직접 판매한 것처럼 말을 맞춰 서류를 꾸몄다. 그런데도 C사업자가 의약품 판매행위 문제로 피소됐다.

이 영업대행 사건에서 피고 C사업자는 어떻게 됐을까.

1심 판결 : 무죄를 선고했다. C사업자가 직접 판매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무죄 이유였다.

 

2심 판결 :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여러 가지 인정되는 증거들을 볼 때, A제약사와 C사업자가 공모하여 C사업자가 실질적으로 판매행위를 주도하였으면서도 판매약정을 체결하는 방법을 통해 외형적으로 마치 A제약사가 판매한 것처럼 가장하였다는 점, 그리고 약사법 관련조항(제93조제1항제8호 및 제44조제2항제2호)을 해석함에 있어 거래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거래의 실질에 따라 의약품도매상이 아닌 자가 의약품을 판매하여 약사법이 정하고 있는 엄격한 제한 요건을 잠탈함으로서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 처벌대상이 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점 등이 유죄 이유가 됐다.

 

대법원 판결 :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2심판결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약사법 제44조제2항의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 당사자 명의 등 거래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판촉, 주문, 배송 등 의약품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장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그 거래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 2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약품 판매, 공소권의 남용, 확정판결의 증명력,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는 점 등이, 피고인 C사업자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였다.

이를 보면, 현재의 제약업계의 영업대행 실태와 닮은 점이 아주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봇물 터지듯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만약, 약사법 제도 밖에서 '영업대행'을 하고 있거나 약사법 제도 밖의 사업자에게 영업을 위탁했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으면 한다. 제도권 내에 있으면 이러한 류(類)의 문제가 발생되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다.

당국은 영업대행 문제가 '리베이트'를 잡기위한 '지출보고서' 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약사법 제44조 위반과 관련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영업대행'과 관련된 약사법 신설 조항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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