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유효성 문제 성분서 지정 '해제'
국내 환자 1000여명… '약가 산정'은 숙제

통증 없이 시력 저하에 실명까지 이어지는 질환. 바로 희귀유전질환인 레베르시신경병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LHON)이다. 국내 환자들은 그동안 해외 직구로 어렵게 치료제를 구입해 사용해 왔는데 최근 희소식이 들렸다. 해당 치료제가 국내 시판 허가된 것이다.

DKSH가 국내 허가권자로서 '락손(Raxone, 성분명 이데베논)'을 지난 10일 시판허가 받았다.
레베르시신경병증 치료제로 향후 의사가 처방하면, 환자가 복용할 수 있게 됐다. 환자가 해외 직구의 수고스러움을 덜어낸 셈이다.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수입업체 디케이에스에이치파마코리아(DKSH)가 수입한 '락손'(Raxone, 성분명 이데베논) 국내 사용을 허가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환자들은 국내 환자들은 그 동안 정식으로 허가 받은 의약품을 구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데베논 유사 성분 함량의 건강기능식품을 대신 구매해왔었는데, 이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레베르시신경병증(LHON)은 유전성 망막질환(IRD) 일종으로 20~30대 젊은 남성들(여자, 어린이, 70대 노인에게도 발병 가능)에게 주로 발생한다. 통증이 없는 게 특징인데, 시신경 손상으로 갑작스럽게 두 눈이 실명에 준한 시력상실 상태로 만든다. 미토콘드리아(사립체) 유전변형 때문이다.

망막 세포가 에너지를 잃어 기능을 중단하고, 서서히 시력이 떨어져 선명한 색을 보기 힘들 만큼 색각 이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쪽 눈 시력이 떨어진 후 6개월 내 다른 쪽 시력도 문제가 생긴다. 유럽에서는 1만명 가량 환자가 있는데 대부분 남성이다. 국내 환자는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스위스 제약사 산테라(Santhera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락손'은 지난해 국내에서 희귀약으로 지정됐다. 청소년·성인의 레베르시신경병증으로 인한 시각장애 치료에 쓰이며 1일 3회, 1회 당 300mg의 경구 투여로 1일 총 900mg이 권장되고 있다.

'락손'은 지난 2015년 유럽(18개국)에서 허가·사용됐지만, 국내에서는 안전성·유효성 문제성분으로 지정돼 허가받기 어려웠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희귀질환치료제인 만큼, 유효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환자들의 지속적인 요청, 수입사의 유효성 입증 자료를 토대로 안전성·유효성 문제성분 함유제제에서 해제할 지 여부를 (지난 5일) 중앙약심에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논의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문제성분에서 해제했다. 이후 허가가 이뤄졌다"고 했다.

한국저시력연구회가 참고자료로 제시한 2011년 이데베논 제제 1차 임상결과를 보면, 복용 환자들과 복용하지 않은 환자 간 최종시력은 차이가 없었다.

배진건 박사

다만 양눈의 시력차이가 있었던 환자들의 경우 복용 그룹에서 좋은 눈의 시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눈이 먼저 증상이 오고 다른 눈이 따라오는 레버르시신경병증의 특성상 아직 증상이 오지 않은 눈의 증상이 발현되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특이할 만한 부작용이 없어서 치료제로 적극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미토콘트리아 기능을 되살리는 유전자치료제로 개발돼 LHON 치료가 상용화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제기 됐다.

신약 연구개발을 자문하고 있는 배진건 박사(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저서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 Back to BASIC'에서 "LHON 환자들과 같은 희귀병은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LHON 환자들과 가족들의 소식을 계속 접해야 할까"라고 지적했다.

배 박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데베논 성분 제제(락손)을 넘어 유전자치료도 연구단계로 진행 중"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어려우니 항산화제를 찾았다. 락손을 지금이라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도 다행이다. 식약처는 희귀질환치료제의 시판을 위해 신속히 판단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응수 김안과병원(건양의대 안과) 교수

한국저시력연구회 김응수 교수(김안과병원 안과)는 "지금까지 연구결과는 이데베논을 빨리 복용하는 게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다만 약가 산정과 급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재 레베르시신경병증은 극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로 지정돼 있다. 10% 약가를 환자가 부담한다. 그러나 월 400만원으로 책정된다면 40만~50만원을 부담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며 "나머지 90%를 보험재정에서 부담하는 것도 건보재정이 부담 될 텐데, 적용이 필요한 환자를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희귀질환은 환자 대상이 적지만 치료 비용은 많이 든다. 건보공단과 복지부의 이해가 필요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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