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서혜선 부산대 약대 교수
국제학술대회서 HeFH '레파타' 비용효과 분석 연구 발표
"레파타+스타틴 요법, 스타틴 단독보다 비용효과적"

서혜선 부산대 약학대학 교수

“경제성 평가는 특정 모델이 없습니다. 과학적 실험이 있는 것도 아니죠. 결국 (경제성 평가 전문가가) 사회과학적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성 평가 전문가를 ‘아티스트’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경제성 평가에서 표준화된 모델이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PCSK9 억제제, 스핀라자, 졸겐스마, CAR-T 세포치료제 등 고가의 신약은 끊임없이 나오지만, 우리가 투입할 수 있는 비용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성 평가 연구.

최근 경제성 평가 연구는 단순히 정부 재정 관리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처방하는 임상의 역시 관심이 큰 분야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서혜선 부산대 약학대학 교수는 지난 7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 분야에서 레파타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히트뉴스는 학회 발표 하루 전날 서 교수를 만나 레파타의 경제성 평가에서 어떤 '예술'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했는지 들어봤다. 

-경제성 평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가 ‘비용효과성’ 입니다. 학문적으로 이 개념은 어떻게 다뤄지는 지 궁금해요.

“보통 신약을 개발할 때는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주요 변수잖아요. 경제성 평가에서 이뤄지는 비용효과성 분석은 좀 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새로운 약이 도입될 때 재정은 증가될 수 밖에 없겠죠? 이 때 증가하는 정부 재정과 이에 반해 절감할 수 있는 질병 관리 비용, 생존율과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요소를 기반으로 ‘비용효과성’을 분석하게 됩니다. 최근 '환자 삶의 질 개선'이 비용효과성 분석에서 점점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따져 보려면 일단 비교 약제가 필요합니다. 이때 기존 임상 현장에서 많이 쓰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의사결정권을 가진 정책결정자, 의료진이 경평 연구를 재정 분석 혹은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겠죠.”

-최근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단지 임상현장에서 많이 쓰인다는 이유로 오래된 기전의 약물과 신약을 직접 비교하면 합리적인 비용효과성 결과를 도출할 수 있나요?

“업계와 학계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혁신 신약이 나오면 일단 점증적인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기존 약제와 비교할 수 밖에 없어요. 최근 기존 약제보다 훨씬 효능이 좋은 약물이 나오면서, 기존 약물과 신약을 직접 비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NOAC(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과 와파린이 대표적이죠. NOAC이 출시됐을 때, NOAC의 가격은 와파린보다 수십 배 이상 비쌌죠. 하지만 와파린은 모니터링을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매우 컸어요. 초기엔 와파린과 비교해 NOAC이 약가가 높았기 때문에 (NOAC)의 비용 효과성은 입증되지 못 했죠.”

-레파타도 초기 NOAC과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데요.

“물론 약가만 놓고 보면 스타틴이 레파타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러나 비용효과성은 단순히 약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의 전 생애에 걸친 치료와 건강상태 관련 인자를 비용으로 환산해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죠. 가령, 환자의 전 생애에 걸친 치료와 관련된 인자로는 약물 비용, 관리비, 병원 방문, 모니터링, 교통비 등이 포함됩니다. 또 건강 상태와 관련해서는 약물, 치료 행위, 입원, 외래와 응급실 방문, 간병 비용 등을 고려합니다.

레파타의 비용효과성 역시 이런 방식을 통해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특히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환자의 특징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대규모로 검토하기에는 국내 관련 데이터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때문에 레파타의 비용효과성 가치를 확인했는데도 질환(HeFH) 데이터 근거가 부족해 모델을 실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약가 뿐만 아니라 질환 데이터 역시 비용효과성을 분석하는 데 중요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비용을 제외하고 경제성 평가에서 중요한 요인이 ‘질환 데이터’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질환 데이터는 (경평 연구에 적용하기에)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질환 데이터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고요. 국내에 질환 데이터가 없는 경우 영국(NICE)의 데이터를 참고하거나 직접 임상의를 찾아가 자문을 구합니다.

이번 레파타 비용효과 분석엔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아직 진단되지 않은 HeFH 환자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100%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도 국내 병원 연구팀에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환자 등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장기간 추적 관찰한 질환 등록 자료들이 경평 연구에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라 봐요.”

-앞서 비용효과성은 약가 외에도 환자의 전 생애에 걸친 치료와 건강상태 관련 인자 등이 다양하게 고려된다고 하셨잖아요. 레파타 등 PCSK9 억제제가 LDL-C(저밀도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를 낮추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건가요?

“사회적 비용도 정의가 다양해요. 예를 들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사회적 비용은 심혈관계 질환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면 그 부담이 커집니다. 이러한 부담을 구체적으로 수치화 하는 것이 경평연구에서 이뤄지는 일이죠.

LDL-C가 조절되지 않으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커진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최근 부산대 약학대학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LDL-C 기준치 미만으로 조절하지 못한 환자의 모든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은 그렇지 않은 환자 보다 2배 높았습니다. 또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 3배가 더 높았죠.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LDL-C 강하는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출할 수 있어요. 물론 여러 논문을 조합하면 LDL-C 수치를 어디까지 낮춰야 할지 의견이 분분해요. 그러나 LDL-C 수치가 낮을수록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정된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을 보면 PCSK9억제제를 권고하면서도, 비용효과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잖아요.

“2017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당시 기준으로 PCSK9억제제가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논문이 실렸어요. 해당 연구에 사용된 모델과 치료 비용은 미국 기준으로 국내와 차이가 있어서 국내 환경에 직접 대입하기는 힘들어요. 또 지난해 암젠은 미국에서 레파타 가격을 60% 내렸어요. 이점도 당시 연구에는 반영이 안 됐어요.”

-이번에 학회에서 발표하는 내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와 HeFH 질환을 대상으로 비용효과성을 분석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HoFH 질환에선 비용효과성이 입증돼 급여까지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HeFH 질환 중심으로 비용효과성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HeFH 질환에서 레파타+스타틴 요법이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해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흐트 자료를 이용해 추정했고, LDL-C 강하와 이에 따른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는 CTTC(Cholesterol Treatment Trialists' Collaboration, 2010)를 적용해 추정했습니다. 또 비용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치료 관련 및 건강 상태 관련 비용으로 나눠 직접적인 의료비용과 직접적인 비의료비용을 고려했어요. 비용효과성 결과를 보수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유병 비용이나 조기 사망 비용 등 생산성 저하 비용(간접 비용)은 제외시켰습니다. ICER는 한국의 현재 1인당 GDP 임계값을 참고범위로 사용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HeFH 질환에서도 급여가 이뤄진다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더 높아지겠죠. 그 동안 레파타 비용효과성 연구를 하며 FH 환자의 진단율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연구를 위해 만난 임상의들도 현재 FH 진단율이 너무 낮아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고요. FH 환자들에게 레파타가 급여화되면, 임상의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PCSK9 억제제와 관련해 계획 중인 연구가 있으신가요?

“국내 FH 환자를 대상으로 한 등록 연구가 있다면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경제성 평가를 해보고 싶어요. 이전에 진행한 연구는 건강보험청구자료나 국민건강영양조사 등 국내 데이터를 쓰기는 했지만, FH 환자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한계가 있거든요.”

*서혜선 부산약대 교수는 누구?
-현,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부교수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부연구위원 
-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건의료기술분석실 책임연구원
-전, 한국MSD 의학부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