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임상 3상 결과로 판단하기 이르다" 시각도

졸겐스마(위)와 스핀라자

25억원으로 한번에 척수성 근위축증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 높은 가격을 둘러싸고 비용효과성 뿐만 아니라 장기간 추적 관찰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지난 5월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시판을 승인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졸겐즈마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최대한 신속하게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졸겐즈마는 경쟁약물 스핀라자와 달리 한번의 주사로 완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차별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졸겐즈마를 둘러싸고 각종 논쟁이 있다. 한 번에 25억원이라는 초고가 신약에 대한 비용효과성과 아직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보스톤에 위치한 ICER(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는 “스핀라자와 졸겐스마 모두 장기간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SMA는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임상 추적 기간이 너무 짧아, 장기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스핀라자는 상대적으로 졸겐스마보다 더 큰 규모의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스핀라자의 임상3상 CHERISH는 생후 6개월 이후 SMA 증상이 나타난 2~12세의 소아 후기 발현 환자(SMA 2형 또는 3형) 126명을 대상으로 15개월 동안 진행됐다.

임상 결과, 스핀라자를 투여한 환자 84명은 치료 15개월 후 위약군(n=42)과 비교해 HFMSE에서 4.9점의 격차를 보이는 등 의미있는 운동기능 향상을 나타냈다. 스핀라자 투여 환자는 15개월 째에 해머스미스 기능성 운동 확대지수(HFMSE) 점수가 평균 3.9점 향상됐다. 반면 치료받지 않은 환자는 평균 1점이 떨어졌다.

여기에 바이오젠은 기존 연구에 최대 4년까지 연장한 ‘SHINE extension 3상 임상연구’를 올해 5월 발표했다.

연구 결과, CHERISH 연구에서부터 스핀라자를 지속 투여 받은 환자군의 HFMSE 평균 점수 변화는 3.7 점을 기록했다. 가장 연령이 낮은 환자군(3.69세 미만) 가운데 4명은 스핀라자 치료 690일차에 독립적인 보행이 가능했다. 연구 기간 동안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졸겐스마의 가장 긴 장기간 추척 관찰 데이터는 4년이며, 임상 참여자는 12명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5월 미국신경과학회(AAN) 연례학술대회에서 4년여 간의 추적관찰 데이터를 발표했다.

생후 6개월 전에 SMA 임상 증상을 나타낸 제1형 환자 12명(2019년 3월 8일 기준 평균연령 3.9세)을 대상으로 졸겐스마 투여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START 연구 결과 ▲2년차에 모든 환자가 기계적 호흡 없이 생존 ▲환자의 3초 이상 머리 가누기, 도움 없이 5초 이상 앉기 11명 달성 ▲도움 없이 10초 이상 앉기 10명 달성 ▲도움 없이 30초 이상 앉기 9명 달성 ▲홀로 서기 및 도움하에 걷기, 도움 없이 걷기 등을 달성한 참여자 2명의 실적을 나타냈다.

이처럼 아직 졸겐스마의 임상시험이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회사 측이 약값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졸겐스마의 미국 판매 가격은 210만 달러(약 25억원)다. 매년 42만5000달러를 5년에 걸쳐 분할 지불하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이때 치료 효과가 없으면, 노바티스가 부분적으로 환불해 준다.

일각에선 졸겐스마는 한 번의 투여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핀라자와 비교해 비용효과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ICER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젠의 스핀라자 약가를 현재 소매가격(retail price)보다 83%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야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적정하다”며 “스핀라자의 치료 첫해 비용은 7만 2000달러(8128만원)-13만달러(1억 4677만원), 그 다음해는 3만 6000달러(4064만원)-6만5000달러(7,338만원)가 적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졸겐스마는 스핀라자보다 한번 치료하는 데 200만달러(22억 5000만원) 정도의 비용 효과성이 더 높다(more cost-effective)”고 했다.

그러나 바이오젠 측은 이런 평가와 관련해 즉각 반박했다. 바이오젠 대변인은 “스핀라자의 임상은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인 반면, 졸겐스마 임상은 15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 경제성평가를 하고 있는 한 연구자는 “졸겐스마가 한 번의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스핀라자 대비 비용효과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졸겐스마는 24개월 미만(2세 이하)를 환자를 대상으로만 허가받았다. 때문에 2세 이후에 연령대 SMA 환자는 졸겐스마를 쓸 수 없다. 반면 스핀라자는 연령 제한 없이 투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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