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장 바닥에서 '선진 제약바이오' 꽃피울까?
당해 당국은 문제가 있는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최근 '전남대학교병원'은 의약품 입찰에서, 계약단가 최저를 '2원'으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상대학교병원'과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에서 1원짜리 의약품 낙찰자가 어김없이 또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과, 중앙·부산·대구·광주·인천 및 대전 등 6곳의 보훈병원 등을 경영하고 있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의 경우, 1원 낙찰이 추정된다. 보라매병원은 원외처방이 원내처방보다 훨씬 더 많고 '원내 및 원외 코드'가 같으며, 보훈공단은 '입찰단가(입찰금액÷품목별 예정량 합계)가 1원미만이면 해당입찰은 무효이고 차순위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이한 현상이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2007년 보훈공단의 입찰을 효시로 금년으로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분명 정상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1원 낙찰이 처음 발생된 그 당시, 의약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오래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보훈공단 낙찰가 중, 보험약가 32원짜리 '00돔페리돈'이 단돈 1원, 30원짜리 '마라돈'도 1원에 낙찰됐다. 77원짜리 보험약 '아스피린'은 2원에, 325원짜리 '아마릴'도 2원에, 1219원짜리 '조코'도 77원짜리와 같은 가격인 2원에 낙찰됐다. 그리고 455원짜리 '자니딥'과 418원짜리 '노바스크'는 각각 3원과 45원에 낙찰됐다. 유명 국산약과 외제약 가리지 않고 1~3원 등 초저가에 낙찰이 결정됐다. 이 무렵부터 1원~2원짜리 낙찰은 입찰시장에서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 171곳 제약사들의 1624개 의약품이 5254곳의 의료기관에 1원으로 공급됐고, 2013년에는 182곳 제약사들의 2170품목이 8085곳의 의료기관에 1원으로 공급됐다. 이처럼 1원짜리 공급이 만연돼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의약품 1~2원 등 초저가 낙찰은 왜,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그 배경은 무엇일까. 종전에는 전혀 없었던 현상이었는데 말이다. 또한 1원에 낙찰 받고서도 이것 때문에 거덜이 났다는 제약사나 도매유통사 소식을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이유가 무얼까.

2000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의약분업은, 의사는 처방을 하고 약사는 조제를 하는 기본 골격에다, 외래 환자의 처방전은 반드시 원외 약국의 약사가 조제를 해야 하는 강제분업이 근간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의사는 원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으로 원외 처방을 하는 관행이 있다.

1~2원짜리 등 초저가 투찰은, 이러한 강제분업과 외래환자에 대한 처방 관행 등을 배경 삼아, 의약품 공급업체들 중 누군가가 마련해 낸 꼼수 영업 전략의 산물로 봐진다.

예컨대, A공급자가 판매하는 C약이 B병원의 원내에서 30%밖에 사용(조제)되지 않고 나머지 70%가 외래환자에게 처방되어 B병원 문밖의 D약국에서 조제될 경우, A공급자가 B병원에 보험약가 1000원짜리 C약품을 1원에 공급한다 해도, A공급자는 D약국에서 조제되는 C약을 보험약가대로 1000원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B병원과 D약국에서 조제되는 C약의 공급단가는 합쳐서 결국 700.3원{(30개×1원+70개×1000원)÷100개}이 되는 것이므로, A공급자는 1~2원에 낙찰 받아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셈법을 바탕으로, '1~2원 투찰'이라는 기상천외한 의약품 공급자들의 판매 전략이 탄생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1원짜리 낙찰은 왜,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될까.

첫째, 동일한 약이 병원 내에서는 저가로 조제되는데, 병원 바로 문밖 약국에서는 원내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조제될 수밖에 없으므로, 외래환자들의 부담이 최대화될 뿐만 아니라, 약국의 조제약 값이 병원보다 비싸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면, 그들에게 약국에 대한 그릇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병원 조제약이 초저가로 조제될 수 있는 것은 보험약가에 거품이 껴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도록 하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불신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셋째, 1~2원 등 초저가 낙찰은 공정한 경쟁이 아닐 뿐만 아니라 판매질서에도 반하는 사항임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제2호(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제1항 관련 별표1의2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3호가목 부당염매(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계속하여 공급하거나 기타 부당하게 상품 또는 용역을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회사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 금지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약사법 제47조(의약품등의 판매질서) 제1항제4호나목 관련 동법시행규칙 제44조제1항제6호나목의 '부당한 가격의 공급 행위' 금지 규정에도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의약품공급자들인 제약사와 도매유통사 간에 '1~2원 등 초저가 낙찰'을 놓고, 제약사는 '도매유통사가 일방적으로 1~2원에 낙찰 받은 후 그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해 달라고 강요하고 있으니 공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도매유통사는 '제약사가 둘 이상의 도매유통사에게 1~2원 등 초저가 투찰을 부탁해 놓고 도매유통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다'고 하는 등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 일쑤다. 이러한 갈등을 겪는 동안, 환자에 대한 의약품 수급이 원활치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해 당국은 이러한 '의약품 입찰시장의 문제'를 여태까지 나 몰라라 방치해 왔다.

1~2원 등 초저가 낙찰이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고 10여 년 동안 만연돼 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의약품 공급업계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되지만, '국가 제도의 1~2원 낙찰 유도(誘導)'도 업계 책임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10조(경쟁입찰에서의 낙찰자 결정)제2항제1호는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하도록 하고 있다. 1원 낙찰 사태는 바로 이 조항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모범이 돼야할 국가라는 권력기관의 입찰시장은 '공정한 거래'도, '판매질서'도, '상도의(商道義)'도 필요 없는 것 같다. 그저 최저가만이 최선이고 왕이다. 이러한 국가의 입찰시장판에서 국민들과 기업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그러면서 국가는 법을 만들어 기업체들에게 공정거래, 기업윤리, 상도의, 판매질서를 강요한다.

2003년9월1일 '신의료기술등의결정및조정기준'(이중, 약제에 관한 내용은 2010년9월30일 신설된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으로 대체됨) 제9조제3항제1호가 개정됐다. '(약제)상한금액은 요양기관의 실구입가격의 품목별 가중평균가격으로 조정하지만 공개경쟁입찰에 의한 실구입가격은 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규정은 의약품공급자들(제약사와 도매유통사)의 '1~2원 등 초저가 입찰 전략' 탄생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약품공급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보험약가의 조정(인하)인데, 공개경쟁 낙찰가격이 약가조정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마음 놓고 '1원 입찰'전략을 고안(考案)하고 구사(驅使)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은, 신의료기술등의결정및조정기준 중 약제 내용을 이어받아 2010년9월말 신설된 후 그동안 여러 번 개정이 있었지만, 지금도 '[별표6]제2호나목1)'을 통해, '국립 또는 공립으로 신고된 요양기관'의 경우, 보험약가 조정을 위한 실거래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를 보면, 건보 당국은 '1~2원 등 초저가 낙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면서 오히려 계속 그런 현상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초저가 낙찰이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국공립병원을 실거래가 조사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제외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라고 생각했으면 벌써 국공립병원을 실거래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1~2원 등 초저가 낙찰 문제는 이제 뿌리가 뽑혀져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상은 뒷전으로 밀리고 비정상이 판치는 세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2원 등 초저가 낙찰이 난무하는, 입찰시장판을 뜯어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신약개발이 성공한들, 업계와 국민과 국가가 원하는 고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을까.

더욱이 1~2원 등 초저가 낙찰로 발생된 결손을, 병원 문밖 약국에서 보험약가에 근접하는 비싼 가격으로 조제 받을 수밖에 없는 그 숱한 외래 환자들의 부담을 희생양 삼아, 문제를 일으킨 제약사와 도매유통사들이 그 결손을 보전 받는, 의약품 입찰시장의 문제를 10년 이상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의약품 공급자인 제약사와 도매유통사는 입찰시장의 1~2원 등 초저가 낙찰 사태의 심각성을 새삼 재인식하고 초저가 투찰을 이제는 종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래 환자들의 부담을 담보로 삼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내 환자하고 외래환자들의 조제 약값이 초저가 투찰에 의해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파악한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업계를 대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공동으로 '1~2원 등 초저가 낙찰'에 대해 해묵은 거지만 '공정거래법과 약사법' 위반을 걸어, 협회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여, 끝장을 보는 쟁송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보 당국은 우선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별표6]제2호나목1)의 '국민건강보험법시행규칙 제12조에 따라 설립구분이 국립 또는 공립으로 신고된 요양기관' 내용을 가능한 빨리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약품 입찰시장의 문제점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기획재정부는 의약품 입찰도 '최저가입찰제'를 벗어나 '종합심사낙찰제'가 적용되도록 가능한 빨리 국가계약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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