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

"월급쟁이였는데 사장처럼 일했습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했더니 제약사 사장이 됐어요."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63)은 9일 이니스트에스티 본사를 방문한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1994년 동우약품(현 이니스트팜)으로 시작해 2015년 이니스트그룹으로 완성된 그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빈틈이 없는 듯했다. 1982년 동화약품에 입사한 그는 한해 매출 100억원을 올리며 원료의약품 판매의 전설이 됐다.  

김 회장은 "그때는 사장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장처럼 일했습니다.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정도 있었어요. 동우약품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무실을 계약했습니다. 사무실 계약서를 보여주고 회사를 나가겠다고 했는데, 사표 수리까지 무려 3년이 걸렸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림동에 얻은 지하 사무실에서 여직원 한 명과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갈망하던 이 사업은 현재 원료의약품 유통을 담당하는 이니스트팜이 됐다. 2000년 원료의약품을 개발하는 이니스트에스티(구 동우신테크)를 설립했고, 2014년에는 완제의약품을 개발하는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대표이사가 됐다. 

김 회장은 "이니스트는 다름의 철학으로 끌고 갑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면서 "신약 개발 등 남들이 안 하는 걸 찾아서 하는 게 이니스트의 발전 전략"이라고 했다.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

"핑크레드와 i는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

약이 즐비하게 널린 약국 진열대에서는 핑크레드의 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이니스트의 색이다. 김 회장은 이니스트의 핑크레드가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니스트는 사람입니다. 차갑고 냉철한 사람이 아닌, 따뜻한 사람이에요.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차갑고 매몰차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 돼요. 온화하고 따뜻하며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돼야 합니다. 빨간색은 열정적인 느낌을 주는 데 반해, 핑크레드는 포근하죠. 이니스트는 핑크레드처럼 정열적이면서도 부드러움이 있는 모습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국에는 각양각색이 약들이 진열돼있는데 눈에 띄는 색이 없어요. 이 가운데 핑크레드인 우리 제품을 진열해놓으면 눈에 확 띕니다. 소비자들이 봐도 핑크레드가 예쁜 색깔이라고 말해요. '포근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라고 했다.  

지난 달 이니스트는 '사람이 가장 우선이다'라는 기업 철학이 담긴 이니스트 로고의 'i'를 강조해 사용자들이 쉽게 이니스트 제품임을 알 수 있도록 전문의약품 패키지를 리뉴얼했다. 하나의 컨셉으로 디자인을 통일하면서 함량별로 글자색을 다르게 구분했다.

김 회장은 "이니스트의 'i'를 뒤집어놓으니 '!'가 됐습니다. 느낌표는 감동이에요. 감동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또, d나 k를 쓰는 회사는 많은데 i를 쓰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어요. 이런 길을 걸어왔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아요. 이니스트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원료부터 완제까지…화장품도 하는 회사"

이니스트는 원료의 도매 유통부터 원료의약품 및 완제의약품 제조·판매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니스트가 보유한 전문의약품은 140개·일반의약품은 4개다. 고혈압·순환기 등 내과 분야를 주력으로 한다. 

대표 제품은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 '셀타플루'(오셀타미빌), 본태성고혈압 치료제 '제이비카'(암로디핀·올메사르탄)·제이비카HCT(암로디핀·하이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올메사르탄), 경구용 항응고제(NOAC) '엘릭사반' 등이 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은 이니스트에스티에서 직접 만든 원료를 공급받아 이들을 완제의약품으로 탄생시켰다. 원료를 직접 만드는 회사와 완제의약품을 개발·판매하는 회사가 2014년 합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2019년 기준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매출은 약 680억원, 이니스트에스티는 약 650억원, 이니스트팜은 약 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은 1600억원가량을 상회한다. 

천연물 신약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니스트에스티는 정부 과제인 자가면역질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파킨스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전임상 단계까지 와 있다. 김 회장은 "정부 지원으로 진행 중이어서 상용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임상1상은 1년 내로 기대 중이지만, 아직 구체화 된 건 없습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달 27일에는 이니스트 브랜드인 친환경·저자극 화장품 '퓨어메이'(Puremay)의 '코스메틱쇼룸 카페 드 퓨어메이' 매장이 문을 열었다. 빵·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와 개인 맞춤형 코스메틱이 결합된 형태다. 퓨어메이는 지난해 런칭됐으며 신라면세점 본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천호점, 목동점에 입점한 상태다. 김 회장은 "퓨어메이의 주 메인은 클렌징"이라면서 "비타민D 보충제인 '데칼시트'도 오는 12월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남 해남 바닷가 출신…환경 오염에 가슴 아파"

"죽은 채 발견된 멸종위기 바다거북들을 부검했더니 뱃속에 쓰레기들이 가득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전남 해남 바닷가 출신이다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를 접했죠. 바로 시작했습니다." 

이니스트그룹은 지난 달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참여하며, 최초로 제약업계 참여를 독려했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는 목적으로 기획된 이 챌린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단체 '세계자연기금'과 '제주패스'가 공동 기획한 친환경 캠페인이다. 공식 SNS 계정에 개인이 보유하는 텀블러 사진을 찍은 뒤 챌린지 내용·해시태그(#)를 달아 인증하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이 캠페인은 당초 목표치인 해시태그(#) 2만 건을 달성해 공식활동이 이미 종료됐다. SNS에 인증돼 건당 1천원씩 적립된 수익금은 현재 제주도 환경보전활동·세계자연기금의 자연보호활동 지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회장은 "제약업계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는 김도진 IBK 기업은행 최고 경영자 클럽 회장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캠페인에 동참한 김 회장은 IBK 기업은행 최고 경영자 클럽 부회장인 저를 지목했고, 저는 같은 모임에서 만난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과 이항구 알리코제약 부회장을 지목해 제약업계 전반에 퍼트렸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제약은 환경이기 때문이죠. 제약사는 환경에 앞장서야 합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좋은 일을 하는데 타 제약사에서도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했다.

*김국현 이니스트그룹 회장은 누구?

전남 해남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목포상업고를 졸업하고 1982년 동화약품 원료의약품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한 해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면서 '동화약품을 빛낸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하 사무실에 이니스트팜의 전신인 동우약품을 설립하고 1994년 9월1일 동화약품에서 독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원료의약품을 개발하는 동우신테크(현 이니스트에스티)를 설립하고,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2006년 서울대 DMP 과정과 2010년 단국대 경영대학원 AGMP과정도 수료했다. 2014년 이니스트바이오제약(구 JRP)을 인수합병하고, 이듬해 3사명을 바꿔 이니스트그룹으로 재탄생시켰다. 2016년에는 충북대 약대 명예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7년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재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회장, 삼성세무서 세정협의회 부회장,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이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이사,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수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보건복지부 장관상(약의 날), 모범납세자상(납세자의 날), 벤처기업대상 지식경제부 장관상, 중소기업경영대상(서울경제), 석탑산업훈장(중소기업인의 날), 충북우수중소기업인상(충북중소기업청), 5백만불 수출의 탑·1천만불 수출의 탑(무역의 날), 충북도지사 우수중소기업인,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중소기업청),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한국언론인연합회), 중소기업을 빛낸 얼굴들 동판 헌정, 글로벌스타(산업은행), 대한민국 혁신기업인 대상(동아일보),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선정(TV조선), 월드클래스300 선정 등.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