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선배들이 약대생들에게 풀어준 '제약' 진로
마케팅-채민정, BD/CE-임윤아, 개발-박종덕

[종합] 제약마케팅전략학회 PPL 주최, 제5회 제약설명회 '제약의 정석'

지난 7일 오후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제5회 제약설명회 '제약의 정석'에서
'제약바이오에서 통하는 마케팅'을 강연한 채민정 BML 대표

"여러분에게 'ㅣ· ㅜ · ㅠ · #'로 표현해 설명하고 싶다. 첫 번째 'ㅣ'는 자기 분야를 만들자는 것. 이 축은 전문성이다. 자세히는 몰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자는 의미다. 두 번째 'ㅜ'는 전문성의 넓이와 깊이를 키우자. 누가 옆에 있지 않아도 내 일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자립의 정도다. 미팅 자리에서 대화와 맥락을 알아들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ㅠ'는 나만의 전문 스킬 영역을 만들어, 파생시킬 수 있고 옆으로도 더 넓은 지식을 갖자. 깊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엮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제도와 규정, 기술이 변하고 있다. 다른 전문가와 같이 갈 수 있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가지자. 그 다음 '#'이 되려면 노력해야 한다. 그 관계가 새 오픈이노베이션이고, 리더가 될 수 있다."

"약대를 졸업하면 뭘 해야할까" 이렇게 미래를 고민하는 200여명의 약대생에게 20년간 마케터로 일한 채민정 바이오마케팅랩(BML)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제약·바이오산업을 막연히 알고,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야 할 청년들은 채 대표의 '제약 바이오에서 통하는 마케팅' 발표를 경청하며 제약 마케터의 길과 과정, 경험을 파악할 수 있었다.

수도권 약대생 제약마케팅전략학회 PPL은 지난 7일 오후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에서 제5회 제약설명회 '제약의 정석' 행사를 진행했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날이었지만 200여명의 약대생들은 국내 제약산업을 조명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행사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날 이어진 강사와 강의주제는 채민정 바이오마케팅랩(이하 BML) 대표 '제약 바이오에서 통하는 마케팅', 임윤아 한국애보트 BD/CE & DE 상무 '제약 먹거리를 찾아서 - 제약회사 BD의 업무', 박종덕 코오롱제약 개발본부장 '제약산업 내 약사의 Value : Validation' 등이었다. 

(제공 : PPL, 약대생 제약전략마케팅학회)

히트뉴스는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했다. 또 신시은 PPL 대외협력팀장과 약대생으로서 느낀 제약산업과 향후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채민정 BML 대표

채민정 BML 대표=사람에게는 '좌뇌'의 능력과 '우뇌'의 능력이 있다. 좌뇌는 분석하는 능력, 전략 수립 능력이다. 'Sales Forecast (영업 성과 예측)' 능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느냐는 사전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Sales Forecast는 미래를 예측한다는 의미다.

제약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은 향후 미래에 대한 전략 · 예측이 필요하다. 이것이 전략적 사고다. 마케터로서 질환군 시장이 줄지, 늘어날지를 볼 수 있는 눈을 갖추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뭘 해야할까. 무료 자료 많다. 심평원의 오픈소스·빅데이터를 보자. 

다른 질문 중에는 '약사로서 마케팅 PM이 되면 어떤 강점이 있나요?'가 있었다. 학부 때 배운 모든 것이 연관된다. 제약사는 실제 개발된 약을 판매한다. 마케팅은 '이 판매의 정중앙'이며 개발자와 판매자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회사를 다니면 업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넓게 보면 넓고, 좁게 보면 좁다. 판매만 할 거라면 좁다. 깊이 알면 알 수록, 마케터 역할은 많아진다. 깊이있게 일하지 않으면 사실 의미를 모를 때 있다. 마케터의 일은  경계가 모호하다. 내 일의 정의를 넓게 하면 내 역할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남의 일에 숟가락 얹는 것과 같다.

우뇌는 혁신적 생각이라는 'Innoverative Thinking'이다. 마케팅은 '그 자체'를 판매해야 한다. 제품도 팔아야 하지만, 영업사원 · 고객 등 모두 판매대상이다. 프레젠테이션 스킬이 있어야 한다. 이는 타고나는 건 아니고, 노력해서 기를 수 있는 영역이다. 커뮤니케이션과 콜라보레이션도 중요하다. PM으로 선택될 때 많이 보는 것은 숫자에 대한 책임감과 다양한 부서와 '코웍'이다.

마케팅은 우뇌와 좌뇌를 다 쓴다. 그렇게 시너지가 난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사회초년생이 큰 품목을 맡게 되면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잘 할 수 있는, 내가 다룰 수 있는 품목으로 함께 일하는 게 좋다. 경험은 사회초년생일수록 많이 쌓는 게 좋다. 모르고,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 PM 등 어떤 것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마케터로서 항상 도전에 직면한다. 이 때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의 정의를 넓히고, 새 시장을 보려고 해야 한다. 항상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제품이 좋으면 제품은 잘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잘 나간다'는 것이 원래 제품으로서 잘 나갈 수 있고, PM의 노력으로 '잘 나가게' 할 수 있는 경우로 나뉜다. 역량이 좋으면 잘 된다. 그런데 좋은 약이라도 PM이 '잘 하지 못 한다면' 'add value'가 극대화되지는 않는다. 제품과 마케팅, 이 두 가지는 합쳐진다고 생각한다.

임윤아 한국애보트 상무

임윤아 한국애보트 BD/CE & DE 상무=지금 BD(Business Development)와 CE(Commercial Excellence) 디렉터를 하고 있다. 글로벌사 본사 공장·실험실은 5000~1만 여개의 후보물질을 가지고 실험한다. 이후 3000개를 가지고 전임상, 500개 미만으로 임상, RA까지 가는 것은 10개 남짓이다. 최종적으로 FDA에 허가받고 발매하는 약은 이중 한 개다. 그렇다고 약이 나오면 다 성공할까? 10개의 약 중 4개는 손해 날 수 있다. 1~2개에서 많으면 3개가 블록버스터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약'이 된다.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리스트도 크다. 글로벌도 그렇지만 한국은 또 다르다. 심평원과 건보공단을 거쳐 복지부 최종 승인을받아야 병원으로 간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의약분업 이후 10여 년간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 폭을 보이며 '블루밍' 해왔다. 하지만 지금도 제조업 중 5% 이상 성장하는 산업은 제약뿐이다.

우리나라에 글로벌 사는 55개 정도 있다.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가량. 외국 지사나 본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사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국내 제약사가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Advanced-Country(선진국) 중에 국내사가 잘 되는 건 한국만의 특징이다. 

오리지널 제품일수록 제품력과 매출, 효과가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 가치와 차이를 만드느냐의 차이다. 현재 글로벌 제약시장은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등으로 시장 트렌드가 변했다. 따라서 이 쪽에 있는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은 편이다. 그 다음이 DPP-4 당뇨약 등 최근에 개발된 계열 약물들이다. 

BD와 CE는 수익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보며 효율성을 따지는 업무를 한다. 사실 모든 부서와 같이 한다. 그러면서 '먹거리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과정으로 보자면 기존 전략 분석(포트폴리오 분석) - '포트폴리오 플래닝', 후보 찾기(적합한 후보군 제품 물색) - 분석 및 평가 - 사업모델/계약(사업계획 구축, 딜 모델 구축/검증 계약)을 '신 사업', 사후관리(사후평가 메이크업) 등 AM(Alliance Management)로 나뉜다. 먹거리를 찾는 셈이다.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사이트, 뉴스/네트워킹/학회, 개발 제약사의 제안과 직접 컨텍, 특허 만료 리스트, 심평원의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를 참고해 먹거리를 고려한다. 뛰어 다니며 찾는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와 국내제약사의 파트너링 · 비즈니스 딜도 활발하다. 제품과 영업을 서로 제공하는 파트너링. 이 일도 BD가 한다. 지난해 국내 ETC 시장에서 이와 관련한 제품(얼라이언스) 매출은 3조원 규모였고, 전체 18%에 달한다.  

230개 얼라이언스 제품 중 76%가 글로벌사 제품이며 나머지가 국내사 제품이다. 보통, 글로벌사 제품 + 1 국내제약사의 조합으로 2조3000억원 규모다. 글로벌사의 경우 얼라이언스 관련 제품군의 매출이 그렇지 않은 제품군에 비해 더 높은 5년 CAGR(연평균 성장률)을 보여, 글로벌사 입장에서는 실익있는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BD를 하기 전 반드시 영업·마케팅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큰 도움이 되는 건 맞다. 미래 BD의 직무는 '먹거리 찾기'다. 새 먹거리 찾을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향후 중요한 직무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나 배고픔이 있는 사람이 잘 할것 같다. 항상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면 늦는다. 다른 사람이 채 갖는다. 본인이 구체적·주도적으로 찾으며 항상 배고파해야 한다.

박종덕 코오롱제약 본부장

박종덕 코오롱제약 개발본부장=약사의 Value(벨류)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근본적인 것부터 생각하면, 약은 누가 개발할까? 약사가 개발할까?

약사는 공급자와 구매결정자, 지불자, 소비자의 균형과 조율을 위한 일종의 '벨리데이션'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의약품 개발로 생각을 돌려보자.

의약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생산에 대한 관리감독은 약사가 한다. 약사법이 그렇게 정했다. 품질관리 · 연구개발 · 생산 모두 약사가 다시 한번 벨리데이션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사는 의약품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사는 의약품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이 필요한 기준과도 같다. RA(의약품 허가)로 설명하자면 정확히 제조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자료를 만들어 국가에 허가받도록 준비한다. CTD의 모듈, 판매용 생산을 위한 문서를 만든다. 그런데 제약사에 약사들이 잘 안오려 한다.

제약사에 다니며 약사의 function(직무·기능)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일을 사람들을 위해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제약산업에서 환영받는 약사가 되지 않을까? 제약사에 약사가 필요한 직무, 벨리데이션을 하며 자부심을 갖는 약사가 된다면 회사생활을 잘 할 수 있다. 

의약품 산업에 자신이 약사로서 신뢰를 주는 '초석'과도 같다고 생각해달라. 

신시은 PPL 팀장

신시은 PPL 대외협력팀장(이화여대 약대 15)=PPL은 약대생이 제약회사에 근무할 때 알아야 할 경영학적 지식, 특히 마케팅과 관련한 지식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정식 명칭은 '수도권약대생 전략마케팅학회'로 수도권 약학대학 4학년 학생들이 가입한다.

활동은 두 기수씩 2년간 24명이 참여했다. 저 또한 제약사에 관심이 많았다. 향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영업 직무를 희망하고 있다. 학회원들은 R&D, 마케팅, RA 등 다양한 직무를 고민 중이다.

'제약사에 대해 한 번 이야기 들으러 가볼까?'라는 마음으로 오는 약대생 친구들도 많다. 이들에게 제약산업을 소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약사의 직무와도 관련이 깊다.

박 본부장님이 약사가 제약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주신 점에 공감했다. 약을 만드는 산업인데 약사가 관심을 갖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미래 약사인 약대생들이 미래 제약산업을 이끌어나갈 사람으로서 '약사의 직무'를 고민해볼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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