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면접 분위기 만족...짧은 시간은 아쉬워"
구직자·대학생·고등학생까지 박람회장 찾아

"제약바이오는 엄청난 투자 대비 '아웃풋'이 잘 안나올 수 있는 부문이죠. 프로젝트 '인·아웃'으로 다리가 만들어지면 좋을텐데, 이런 핵심역량을 국내에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익명을 요구한 유한양행 면접 대상자)

"R&D 인력을 많이 뽑아줬으면... 하는 마음 이시군요?" (기자)

"네, 제 관심분야여서 그렇긴 하죠. 많은 투자를 지금도 하고 있지만 계속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일 '2019 한국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가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약 6200명의 참관객들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장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넓어졌으며 74개 제약바이오기업과 6개 기관 등 80개 부스가 들어섰다. (제공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기업 · 관련 기관 부스를 둘러보는 구직자들 (제공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지난 3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19 한국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에서 현장면접을 진행한 유한양행. 이곳에서 R&D 직무로 면접을 본 구직자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지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현재 "학업을 하며 연구도 하고 있다"는 이 구직자는 유한양행의 현장 면접을 마친 직후 익명을 요구하며, 인터뷰 제안에 응했다.

그는 "박람회에서 현장 면접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갑작스럽게 듣게 됐다. 현직에 종사하는 친구한테 들었다"며 "사실 잘 몰랐다. 접수 마지막 날이었다. 유한양행이 '제일 넘버 원 초이스'였고,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었던 만큼 유한양행만 지원했다"고 했다.

면접관은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고, 20여 분간 순탄한 대화를 이어갔지만 영어면접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오전부터 제약사 부스를 꼼꼼히 둘러봤다. 한국콜마 부스를 찾았는데 전공이 어느 직무에 매칭될지 몰라 문의했는데 딱 맞게 알려줬다"고 했다.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에서 품질관리 직무로 현장면접을 본 김다은 씨는 "오전부터 박람회를 돌아보고 있다. 점심시간 직후 대웅제약, 그 이후 유한양행 면접을 봤다"고 했다. 그는 "다른 제약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품질관리 분야를 전공했다. 인기가 많다보니 지원자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 경력을 묻기도 했고, 지원 동기 등을 질문받았다. 분위기는 두 곳 다 편안했다"며 "현장 면접이지만 지원자가 많다보니 짧은 시간 내에 면접이 종료된 게 아쉬웠다. 하지만 기회를 얻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했다.

그는 또 "우연히 사이트를 통해 박람회를 접했다. 생각보다 많은 제약사들이 참여해 놀랐고, 현장면접 기회도 좋았다"며 "바이오벤처와 강소 제약사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1 멘토링관 현장 참여는 직무에 대해 잘 모르는 구직자는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했다.

또 "기업 부스를 돌면서 현장 상담을 받으면 될 수 있지만, 지원하려는 직무 담당자가 없으면 상담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직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구직자들처럼 실제 취업에 직결되는 현장면접을 본 이들부터, 제약·바이오 산업과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온 마이스터고 학생들까지 박람회 현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미래 청년'들로 가득했다. (제공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 구직자들처럼 실제 취업에 직결되는 현장면접을 본 이들부터, 제약·바이오 산업과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온 마이스터고 학생들까지 박람회 현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미래 청년'들로 가득했다.

의약품·화장품 생산·품질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춘천한샘고등학교 화장품응용과학과 학생들도 김옥희 부장교사의 인솔 하에 현장을 찾았다.

3학년 홍정은 학생과 2학년 조주은 학생은 모두 졸업 후, 제약사의 생산·품질관리(QC) 직무 취업을 희망했다.

홍정은 학생은 "모든 회사들의 부스들을 둘러봤다. 줄이 긴 곳이더라도 한 번씩은 봤다. 대표 품목이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며 "그 회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기재된 리플렛 등도 챙겨왔다"고 했다.

조주은 학생은 "이번 행사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과 기업들이 어떤 곳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취업준비생 위주여서 우리는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고 했다.

홍 양도 "자료를 보며 제약사의 생산·품질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제약사들도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약만 알고 그 회사는 몰랐던 경우가 있었다"며 "고등학생이다보니 실제 채용여부을 물어보거나 부스 관계자들이 우리를 잘 안 봐준 것 같아 아쉬웠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샘고 인솔교사는 "아이들이 대기자가 많은 부스는 취업·상담 위주라 다가가기 어려워했다. 1~2학년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무 이해·체험 부스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이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김옥희 부장교사는 "우리 학교는 취업이 목적인 마이스터고"라며 "채용박람회로서 1학년 아이들도 제약사 취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호서대학교 제약공학과 3,4학년 재학생들이 채용박람회 현장을 찾아 단체 참관했다. (제공 : 호서대학교 제약공학과)

호서대학교 제약공학과 3~4학년 재학생 55명도 이번 박람회에 단체 참관했다. 학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훈 학생은 "성균관대, 연세대, 이대 등 제약산업특성화대학원 부스도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했다.

김 씨는 "4학년 학우들은 대학원을 통한 인턴십, 제약사 채용에 대해 관심을 크게 갖고 왔다"며 "향후 독성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바이오올로직스 등 독성학 관련 품목 연구개발 기업을 찾아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유용했다. 1,2학년 학생들이 온다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단 하루 열리는 만큼, 구직자들의 관심이 많고 대기도 오래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상담 한 번 받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정보만 듣고 나오기도 했다"며 "전반적인 기업의 정보와 선발 직무를 안내하는 표시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한범석 호서대 식품제약공학부장은 "학생들이 이번 박람회를 참가해 제약·바이오기업의 채용 트렌드를 이해하고 AI 면접 체험 등을 통해 하반기 취업준비에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제일약품 부스 앞에서 상담을 기다리던 전북대 석사과정생 김진수씨는 "R&D 부문 중 제제연구 파트에 관심이 있다. 이번 박람회로 열 곳은 넘게 상담받았다. 삼양바이오팜, 영진약품 등의 부스를 둘러봤다"며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아는 것을 다시 알 수 있게 돼 얻어가는 게 많다"고 했다.

지원하고 싶은 기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 씨는 "현재 연구했던 것과 휴온스의 연구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 관심이 생겼다. 채용계획이 있다면 지원해볼 생각"이라며 "건일제약 부스에서도 상담을 받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과 유유제약 부스 앞에서 만난 구직자 박유연 씨도 "품질관리 직무에 관심이 있다. 상담을 위주로 받아보고 있다. 온라인 상으로 얻기 힘든 정보를 현장에서 얻을 수 있으니 신뢰성 있는 정보로 본다"며 "희망 기업은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 모두 지원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박 씨는 "오늘 현장에서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업은 몇 개 없어, 조금 더 일찍 등록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했다.

현장면접을 보고 온 구직자 김수현 씨도 "연구직에 관심이 많다. 영화관에서 이 회사 품목 CF를 처음 접했는데, 자주 쓰던 제품이 이 회사 품목인 걸 알게 돼 관심을 갖게 됐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게 돼 답변을 잘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김 씨는 "AI 면접 등 다양한 면접관을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약 8000명의 참관객들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행사장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넓어졌으며 74개 제약바이오기업과 6개 기관 등 80개 부스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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