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동제약, 장수기업 성공방식 대신 창의적 도전

장수기업에게는 믿어 의심하지 않는 '그들만의 성공 방식과 기업 문화'라는 오래된 혈액이 심장부터 말초혈관까지 느릿느릿 흐르고 있다. 이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지켜보며 오랜 세월 안전하게 이끌어 준 독자 성공방식에 기대어 병아리 눈물만큼 변화를 줬다가, 조금이라도 삐긋하면 화들짝 놀라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고사하고,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지위를 차지할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경쟁자들의 성공을 본 뒤 후회한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고 그 때문에 흥미로운 관찰도 시작된다. 창업 78년의 일동제약은 최근 신약 연구개발(R&D) 부문에서 '도전적으로, 혁신적으로, 창의적'으로 발 걸음을 떼고 있다. 2017년 11월 국내 28호 신약이자, 첫 신약인 B형간염치료제 베시보 출시를 통해 얻은 R&D에 관한 자신감과 믿음을 자산 삼아 인공지능(AI)을 통한 약효 후보물질 개발과 스핀 오프(spin off) 개념의 벤처기업을 세웠다. 약효 후보물질 탐색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은 산업계에서도 최 선두권이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트렌드가 될 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던 2017년 무렵 '이건 뭔가, 알아 보자, 해보자'는 경영진과 연구소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작년 9월 약물 구조와 활성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활성 예측모델을 보유한 국내 기업 심플렉스(CIMPLRX)와 협력해 현재 면역항암제 신약 후보 선도물질 15개를 발굴해 외국 시험기관에 효력 평가를 의뢰했다. 빠른 트렌드 포착과 과감한 실행은 창업 3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가 키워낸 새 싹이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사진 제공 : 일동제약)
일동홀딩스, 일동제약 본사 전경(사진 제공 : 일동제약)

창의성은 또다른 창의성을 견인한다. 올해 5월 일동홀딩스(대표 이정치)는 이원식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을 대표로 개발전문 회사 아이디언스를 신설했다. 신조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신박한 소식'이었다. 지주사 일동홀딩스가 전통의 사업회사 일동제약이 굳건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100% 출자로 연구보다 임상개발에 중점을 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의 바이오벤처를 세웠기 때문이다. 장수 전통제약회사가 발상의 대전환을 한 것이다.

아이디언스는 최근 일동제약이 보유한  파프(PARP)저해제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IDX-1197의 개발권리를 확보해 임상 1b와 2a 시험에 착수하기로 했다. 임상개발은 1a 임상과 견줘 확대된 암 종을 타깃으로 할 예정이다. 아이디언스의 프로젝트 형 신약개발 R&D 모델은 주력 사업회사 일동제약의 리스크를 줄이는 시도여서 주목된다. 실제 국내 단일 제약기업 역량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선단식으로 끌고 가기는, 들어가는 비용과 성공확률 면에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임상개발비용 등 R&D비용 증가로 주력 사업회사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어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기업들이 있다. 

반면 기회는 더 많이 모색해 볼 수 있다. 일동홀딩스가 100% 출자한 까닭에 외부 투자자 지분 배분이 용이함으로써 임상개발 진척에 따라 투자자를 모으기(펀딩) 간편한 구조다. 임상개발 단계가 높아지면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공개(IPO)도 가능하고, 신약기술 수출이나, 외국 기업에 매각 등 많은 옵션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특히 NRDO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때문에 정예화된 인력이, 단일한 목표로 정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날렵한 발상 전환과 도전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 지 미리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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