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성공 확률 낮아 주가 변동성 크기 때문
지금 방치하면, 움트던 '바이오' 싹 곧 시들어
정부가 공매도 예외 업종 만들어 보호해 줘야

8월5일 한국거래소(Korea Exchange)가 지정한 '공매도' 과열 상위 20개 종목 중 절반에 가까운 9개 종목이 바이오기업이었다.

상당히 지난 일이지만 2013년 4월16일, 현 '셀트리온 그룹' 총수인 서정진 회장은 그 당시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매도 제도의 개선을 호소"하며,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두 손 든 듯 "본인의 지분을 매각하고 싶다"라고까지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서 회장은 그 자리에서 "지난 432거래일 중 412일 간 공매도가 계속됐다"고 밝히면서, "(가짜) 무수한 악성루머가 공매도 세력에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때로부터 6년 후 오늘,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은 직접 원고를 작성하여 협회 포털사이트(Portal Site)를 통해, 8월8일 '공매도 금지법이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성장력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8월13일 '선의의 투자, 희망의 투자를 보호하는 법과 특별조사를 촉구합니다 <공매도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공개투고를 연달아 두 번씩이나 내보냈다.

임 이사장은 "공매도 규제는 바이오산업을 지지하며 응원하고 있는 선의의 개인 및 기관 투자자에 대한 보호책이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라고 밝히면서, "바이오산업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공매도금지법을 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바이오업계가 느끼는 (공매도에 대한) 정서는 불안과 공포에 가깝다" "악재를 틈타 주가 변동성을 노린 공매도 세력의 기승은 제약·바이오 주가 하락과 불안감 고조의 주범"이라고 비판하면서 "바이오산업은 악질적이고 부정한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로 변한지 오래"라며 "한국 바이오산업이 거품론을 걷어내고, 실질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 조치는 신속한 공매도 금지법 가동과 부정한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란 남의 불행을 기회 삼아 투자 이익을 챙길 수 있는(물론, 손해도 볼 수 있음) 증권시장 주식 유통 수단의 하나다. 주가가 떨어져야만(남의 불행) 이익을 볼 수 있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남(해당 기관)한테 빌려 주식을 파는 신용거래 방식이다. 예컨대 어떤 주식을 빌려 1만원에 팔고 그 주식 값이 떨어져 8000원 할 때 주식을 되사서 갚음(환매수, 숏커버링 short covering)으로써, 2000원을 남기는 주식거래 방식인 것이다.

공매도의 문제는, 그 필요성과 유용성을 떠나 그 제도가 있음으로 해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의도적·부도덕적·불법적으로 주가 하락을 획책하는데 있다. 터무니없는 악성루머와 유언비어 등을 생성·유포하는 등 갖가지 마타도어(matador, 흑색선전)를 횡횡시켜 주가를 무자비하게 떨어뜨리는 것이 문제가 된다.

2006년 말쯤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007 제21탄 카지노 로얄'은 '공매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영화 속 '르 쉬프르'는 지구촌 곳곳의 암흑 세력들의 테러 자금을 굴려주는 인물이다. 'VIP 전문 펀드매니저(fund manager)'라고나 할까.

그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공매도'다. 그는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항공사 '스카이플릿'의 주식을 대량으로 '공매도'한다. 그리고 그 항공사의 주가를 폭락시킬 요량으로, 항공사가 최신 여객기를 쇼케이스(showcase)하는 날, 그 신형 비행기를 폭파시킬 계획을 꾸민다.

만약 그 여객기가 계획대로 폭발됐다면 그 항공사 주가는 당연히 폭락했을 것이고 이를 이용해 '르 쉬프르'는 아주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서 갚으면서 엄청난 투자 이익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의 활약으로 그 계획은 무산되고 '르 쉬프르'는 크나큰 손실만 입게 된다.

영화 속 얘기지만 '공매도' 이익을 위해 항공기까지 폭파하려고 한다. 섬뜩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이 절대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실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17년 4월 11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있던 독일의 축구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버스가 폭탄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됐다. 독일 검찰청은 열흘 후인 4월21일 성명을 통해, "독일-러시아 국적의 세르게이(28세)를 범행 용의자로 체포했으며 그 용의자는 도르트문트 주가를 떨어뜨려 금전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용의자는 '공매도' 브로커였다는 것이다. 공매도라는 제도가 야기할 수 있는 악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충분히 짐작케 하는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증권시장에서 바이오벤처 업계를 울리는 '공매도' 세력은 대체 누구며 왜 '바이오벤처 업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가 무얼까.

증권시장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크게 3그룹으로 나뉜다. '외국인(외인)'과 '기관' 및 '개인'이다. 이중, 외인과 일부 기관이 공매도 세력으로 통상 인식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여건상 대부분 공매도를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들은 공매도 세력의 피해자가 되기 일쑤다.

바이오벤처 업계의 주된 업무는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신약 연구개발이고 이 업계의 증권 시장은 누구도 미리 예단하기 어려운 미래의 가치성을 놓고 거래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그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공매도 세력들이 주가를 내리는 작전을 짜기가 용이한 환경이 된다. 또한 바이오벤처 투자자들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고 이들은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문제에서 외인이나 기관들보다 심한 열위(劣位)에 놓여있기 때문에 '악성루머'나 '유언비어'에 매우 민감하게 현혹 되어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바이오벤처 업계와 그 주식시장의 특성 등이 공매도 세력들이 들끓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매도 세력들은 이러한 바이오벤처 업계의 변동성 등을 즐기면서, 절대 다수의 선량한 개인 투자자들과 바이오 벤처업체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공매도 세력들의 작전이 시작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 부족 등으로 그들에게 말려들어가 통상 대부분 투자 손해를 보고 손을 털 수밖에 없게 된다. 

공매도 세력들이 어떤 기업체나 업계에 들어붙어 공격하고 발호하면, 그 기업체와 업계의 주가는 곧 쑥대밭이 된다. 이는 기업체의 시장가치가 크게 훼손됨을 의미한다. 호재가 있어도 주가상승이 단발로 그치고 공매도 세력들은 곧바로 호재보다 더 심각한 악성루머를 퍼트려 주가 오름세를 차단시킨다. 그래야 그들이 손해를 면하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공매도 세력들은 멀쩡한 기업체의 주식을 공매도 하고 유언비어를 퍼트려 그 기업체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숏커버링(되사서 갚음)'함으로써 투자이익을 올리곤 한다.

대차거래(주식을 빌리고 갚는 약정을 하고 행하는 거래)를 통해 '공매도'하는 것은 주가 거품을 제거하는 긍정적 기능이고, 주가가 내릴 때 주식을 사서 갚는 '숏커버링'도 낮은 주가를 끌어 올리는 순기능이기 때문에, 공매도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공매도를 옹호하는 주장은, 공매도 세력들의 유언비어나 악성루머들로 치를 떨면서 신약개발을 해야 하는 바이오벤처 제약사들에게는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나 다르지 않을 것같다.

바이오벤처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과 인재 및 개발기술 등의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여기서 돈 즉 자금은 회사와 인재 및 개발기술 등을 작동시키는 동력이다.

상장 바이오벤처 제약사들은 투자받은 자금 중 대부분인 70% 이상을 소액주주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공매도가 설쳐대면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보고 떠날 수밖에 없다. 공매도에 공격받은 벤처 기업은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어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이러한 현상이 악순환 되면서 신약 연구개발 자금줄이 갈수록 마르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이 제대로 될 리는 만무하다.

바이오벤처들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기업군이다. 때문에 정부도 비메모리 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바이오헬스 분야를, 국가 3대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바이오벤처 산업의 새싹들이 꽃도 피기 전 증권시장의 공매도 세력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자금원이 메말라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22일 청주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자금이 없어서 (신약) 기술 개발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바이오벤처 기업체들의 새싹이 어린이를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성년(成年)이 될 때까지, 정부가 공매도 세력들부터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공매도 세력들은 지금 우리나라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큰 손들 중에 있다. 정부도 이들을 관리하는데 벅찰 것임을 잘 안다. 특히 공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계 투자사들의 동태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숱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피해를 하소연하면서 국민청원이 쇄도하자 관련 당국들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카드를 검토했다하지만 증권시장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선뜻 그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예외가 없는 법률은 없다고 했다. '공매도'에도 예외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 3대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 중, 바이오헬스벤처 산업이 공매도 세력에 시달려 시들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벤처 인큐베이터(venture incubator)'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

공매도 세력들이 바이오헬스 산업군(群)의 기업체 주식을 이 산업이 성숙단계가 될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예외 업종을 신설해 보호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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