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의료기관은 영리병원으로 흘러서는 안 돼"
약사회 "기대와 상식에 부합한 귀한 결정"

김준래 건보공단 변호사
김준래 건보공단 변호사

"오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은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는 29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내린 의료인 1인1개소법 합헌 결정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헌재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제8항 본문 위헌제청을 비롯한 4건의 사건을 병합 심사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헌재는 영리병원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기본 근간을 언급했고, 의료기관 소유자와 의료행위자가 분리될 경우 의료 질 담보가 되지 않는 부분과 진료 왜곡을 상당히 우려했다. 공공·민간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이번 판결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상당히 의미있다"고 했다.

이어 "형사처벌 조항도 합헌 결정이 났기 때문에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한 번만 형사처벌받고 개설을 평생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닌 처벌받고 또 처벌받는 식이어서 이런 부분을 감수하면서까지 복수 개설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헌재 "중복 개설·운영, 지나친 영리추구 우려"

의료인 1인1개소법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제8항에 근거한다. 

헌재는 의료법 제33조제8항 본문 위헌제청(2014헌가15), 의료법 제33조제8항 본문 등 위헌확인(2015헌마561), 의료법 제33조제8항 본문 위헌소원(2016헌바21), 의료법 제87조제1항제2호 위헌소원(2014헌바212) 사건 등을 병합 심리했고,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의료인으로 하여금 2개 이상의 의료기관 운영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제8항과 이를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는 제87조제1항제2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신뢰보호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의료기관 운영의 사전적 의미와 이에 대한 법원의 해석, 의료법 개정의 취지 및 규정·형식 등을 종합해볼 때 이 조항들에서 금지하는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 무엇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법간의 통상적인 해석 적용에 의해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들은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조항들이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도록 해 의료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 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의료서비스 수급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소수 의료기관간 의료시장 독과점·의료시장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이 조항들이 금지하는 중복 운영 방식은 주로 의료인 한 명이 주도적인 지위에서 여러 의료인·의료기관을 지배·관리하는 형태다. 이러한 형태의 중복 운영은 의료행위에 외부 요인을 개입하게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의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되게 한다. 이 때문에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갈 우려도 크다"고 했다.

이어 "입법자는 기존 규제만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 조항들을 도입한 것이다. 그 외 의료의 중요성,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 실태,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할 때 국민건강보험 재정 등 국민 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가가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적정한 의료급여를 보장해야 하는 사회 국가적 의무 등을 종합해볼 때 이 조항들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신뢰·이익이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국민 건강상 위해를 방지하는 공익에 우선해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할 가치·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헀다.

헌재는 "의료법인 등은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고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인들은 설립부터 국가 관리를 받으며 영리 추구가 금지된다. 의료인 개인과 의료법인은 중복운영 금지 필요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의료인과 의료법인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조항은 평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약사회·치협도 '환영'…유디치과는 '유감'

1인1개소법 합헌 결정에 대해 약사사회는 적극 환영했다. 1인1개소법은 의료법뿐 아니라 약사법·변호사법 등에서도 두루 명시하는데, 약사법에서는 '약사·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헌재가 보건의료계를 잘 이해해 이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단을 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합리적인 규제가 존재하는데 그에 대한 하나의 근거를 헌재가 만들어준 것이므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만일 위헌이 났다면 약국가뿐 아니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제 틀이 바뀔 수도 있었다. 우리가 아는 기대와 상식에 부합한 귀한 결정을 헌재가 내려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국민 건강을 중심에 둔 보건의료체계 핵심 사안의 경우 치협·의협·한의협과 협조해 대승적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김대업 회장과 대한약사회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1인1개소법과 관련해 5여년간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해 총력을 다해온 대한치과의사협회도 헌재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1인1개소법 논란은 당초 치과계에서 기인했다. 치협은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가 이 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고, 유디치과는 네트워크병원이 1인1개소법 위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철수 치협 회장
김철수 치협 회장

김철수 치협 회장은 "정말 합당한 판결이 나왔다. 오늘 판결은 의료법 제33조제8항의 의미를 명확히 해준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불법 네트워크치과와 사무장치과 운영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칠지는 서로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면서, "오늘 헌재 판결을 기초로 사무장치과·불법 네트워크치과의 실효적인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법·건강보험법 등의 보완 입법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번 판결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한 유디치과는 헌재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 판결로 인해 경쟁력을 갖춘 선진화된 의료기관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가로막혀 국민이 보다 나은 의료혜택을 받을 기회가 차단됐다고 했다.

유디치과는 "최근 사법부는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요양급여 환수처분 취소 판결을 비롯, 일련의 판결을 통해 네트워크병원 운영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1인1개소법이 네트워크병원 운영을 제한하는 쪽으로 해석될 우려는 사라진 상황이다. 따라서 1인1개소법의 합·위헌 여부가 향후 유디치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세영 서울의료봉사재단 이사장은 "'1인1개소법의 합·위헌 여부가 향후 유디치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 자체가 본인들이 이미 불법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스스로 영리병원임을 인식하는 것으로, 불법이지만 자신들이 돈 버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김준래 변호사 "의료기관 생태계 지속할 계기 마련돼"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는 "오늘 헌재 판결에서는 의료기관이 영리병원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제일 먼저 나왔다. 이번 사건에는 주식회사가 '나도 의료기관 개설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들어가있는 상황이다.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모순이다. 의료기관 개설에 주식회사는 전혀 관여해서는 안 된다. 오늘 판결 중 영리병원이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판결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1인1개소법이 합헌으로 결정나면서 벌칙 조항인 의료법 제87조제1항제2호도 생존하게 됐다. 김 변호사는 "현재 유디치과 형사사건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넘어가 있는데, 법원에서는 헌재에서 제33조제8항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니 그걸 기다렸다가 이 사건을 진행한다고 했다. 즉, 오늘부터 형사사건을 시작할 상황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형사사건 수사 자료를 보니, 운영 방법이 너무 안 좋았다. 주식회사가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직원이 비밀리에 의료인 개설명의 지휘·감독을 했다. 이 부분은 분명히 형사 유죄판결이 날 거라고 본다"면서, "처벌받을 경우 기관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 향후 처벌 기준은 새로이 운영되는 부분을 모아 또 처벌이 가능하다. 이를 감수해서 운영하는 건 그들의 몫이다. 현실적으로는 형사처벌을 받아가면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헌재 판결로 유디치과 형사사건은 100% 유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형사처벌의 근간이 되는 법령이 있다면 증빙자료는 이미 확보됐기 때문에 처벌 가능하다. 헌재에서는 영리병원은 안 된다는 취지로 판결 취지를 명확히 언급했다. 즉, 헌재 판결과 일관되게 요양급여비용 지급이 안 된다는 판결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오늘 헌재 결정은 너무도 많은걸 담고 있다. 의료법인은 앞으로 생존할 수 있다. 1인1개소법이 오늘 무너졌으면 비영리법인·의료법인은 생존하지 못한다. 이는 비단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닌 의료기관의 생태계를 지속할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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