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신약 R&D 확대?...고난의 행군의 시작"

국내 제약계 일각에서는 27일 들리지 않는 한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날은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직무유기 등을 문제삼아 공익감사를 청구한 날이었다.

치매 예방약으로 처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글리아티린)의 잇따른 효용성 논란에도 합리적인 급여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 1조원이 낭비됐다는 게 감사청구의 이유였다.

그렇다면 한 숨은 왜 터져 나왔을까.

콜릴알포세레이트 제제는 현재 약제 급여목록에 200개가 등재돼 있다. 9월 1일부터 급여가 개시되는 8개 품목을 포함한 갯수다.

건약의 타깃은 바로 이들 품목이었는데, 사실 품목수와 달리 실제 이 성분에서 의미있는 수익을 내는 업체는 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을 판매하는 대웅제약과 종근당 정도다.

따라서 건약의 행보가 부담스러운 건 이들 업체에 제한적이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실제 건약은 2017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제약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제약계 움직임이 달랐다. 대웅제약과 종근당 이외 다른 업체들도 건약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나선 것이다.

대체 지난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달라진 건 분명히 있다. 바로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과 건강보험재정 지출효율화, 그리고 등재약 재평가다.

제약계가 건약의 이날 행보에 촉을 세운 건 등재약 재평가에 힘을 실어줄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등재약 재평가 1순위로 해외에서 건기식이나 일반약으로 허가돼 있는 등재 전문의약품을 목록에서 삭제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건약의 감사청구는 이런 정부 기조에 상당한 명분을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회가 최근 결산안 심사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해 걱정됐는데, 건약은 도화선에 실질적으로 불을 당겼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건보종합계획안만 던져놓고 깜깜이다. 타임스케쥴을 보면 내년 중 제네릭 해외약가 비교 약가재평가가 예정돼 있는데, 해외 건기식 등에 대한 등재약 재평가가 선행되거나 같이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산업으로 키운다고 해놓고 실질적으로는 '문케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희생냥으로 삼는게 정부 정책의 본질"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이어 "국내 제약계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나 R&D 투자 확대 보다는 결국 '고난의 행군'을 준비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건약이 이날 쏘아 올린 공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인데, 잠재된 논란의 서막도 곧 막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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