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찬성과 반대의 상호작용, 통로는 있는가?

오너 리스크(owner risk)는 제약바이오 업계도 피해갈 수 없다. 2주전에도 오너의 의사결정에 의해 회사에 리스크가 발생하는 비슷한 일이 우리 업계에도 벌어졌다. 일어나고 수습하는 과정이 종종 있다보니 학습효과 정도는 생겨난 것 같다. 오너가 2선으로 신속히 물러난다. 내용까지 그렇겠느냐고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오너의 절대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형식적 균열도 쉬운 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업계에서 일어난 오너들의 리스크를 보면 지극히 사적인 일탈에서부터 공적 의사결정의 영역까지 다양하다. 사적일탈이야 논의의 대상도 아니지만 공적 의사결정에 따른 리스크는 그 자체가 갖는 이중성 때문에라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문제이다. 공적 의사결정의 영역을 해부하다 보면 결국 오너의 사적일탈도 어느 정도 경계할 수 있는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천한 서구 기업들의 사례를 가져와 우리 경영문화의 후진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경영방식에 정답이 있기 힘들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우리도 이렇게 가야...”라고 쉽게 단언할 수는 없다. 오너중심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들도 차고 넘치게 많기 때문이다.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이 R&D에 모범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업계의 미래를 R&D가 대표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R&D가 돈이 된다는 점을 입증한 주인공은 오너 중심인 2015년의 한미약품이고 이를 창조적으로 활발히 재연하는 곳은 전문경영인 중심인 2018년의 유한양행이라는 점은 소유의 관점에서 볼 때 아이러니이다.

경영학자들은 여러 이론과 실증사례들을 통해 어떤 경영형태가 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정답을 찍어낼지 모르지만, 한미약품이나 유한양행을 똑같이 흉내낸다고 비슷한 정도의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인적구성이 다르고 대내외적 사업조건이 천차만별인 유기적 조직체라는 점에서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딱 떨어지는 정답은 찾기도 어렵고 찾을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제약바이오는 특성상 오너체제가 맞다고 편들 생각도 없다. 2세가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을 시작한 10여년 동안 하락세를 반복한 중견업체의 창업주가 다시 경영을 돌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최근 회자된다. 속을 들여다보면 이 기업의 하락세는 2세인 오너가 가져다 놓은 리스크에 가깝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기업의 사례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돼 비슷한 규모의 창업주들이 2세들에게 경영판단의 자율권을 넘겨주는 일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는 풍문이다. 절대권력의 속성상 이양할 생각이 아직은 없는 것이지, 풍문처럼 해당 기업의 여파가 전부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사람이 가져오는 리스크를 기업이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리스크를 일으키는 사람의 권력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치명적일 수도, 그저 그렇게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해외 cGMP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문제점으로 권력구조를 꼽는 경우가 많다. cGMP 자체가 견제와 균형인데 한국기업은 권력이 집중화되어 있어 cGMP를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항상성을 중요시하는 cGMP 측면에선 분명한 문제점이지만, 경영 측면에서 볼 때 탑 매니지먼트(Top Management)의 수준에 따라 강력한 성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선 장점이다. 물론 Top의 수준이 변수이긴 하다.

오너들이 일으켰다는 일련의 리스크를 대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한 번쯤은 나왔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절대권력 아래지만 의견과 의견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통로는 어느 정도 열려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이다. 만약 이 통로가 열려 있다면, 리스크가 발생했더라도 치명적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강력한 오너십이 앞으로의 성과를 통해 이날의 리스크를 상쇄할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반대 의견에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 오너십의 대범함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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