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규정·지침-가이드라인 부재로 중복 심사 이뤄져
허가 시 의료기기·의약품 부서간 통합 운영원칙 필요

[hit-포럼] 김성훈 상무·정유진 부장·황창순 소장 사례발표

IT기술과 의약품을 융복합한 세계 첫 디지털 알약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의 허가 심사 과정은 과연 순탄했을까? 주지하다시피 답은 '아니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제품개발 현황과 허가제도 개선방향'을 주제로 22일 열린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에서는 세계 첫 디지털의약품으로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한 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를 비롯, 세 건의 융복합제품 개발 사례가 발표됐다.

이번 포럼에서 김성훈 한국오츠카제약 상무는 '세계 최초 디지털의약품', 정유진 한국릴리 부장은 '멸균주사침이 장착된 프리필드시린지', 황창순 티젤바이오 연구소장은 '국소마취제 서방성 약물전달기구'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좌측부터)김성훈 한국오츠카제약 상무, 정유진 한국릴리 부장, 황창순 티젤바이오 연구소장
(좌측부터)김성훈 한국오츠카제약 상무, 정유진 한국릴리 부장, 황창순 티젤바이오 연구소장

스마트폰으로 약 복용 확인 가능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사진: www.designnews.com)
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사진: www.designnews.com)

오츠카제약과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PDH)가 공동 개발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오츠카제약의 조현병·조울증 치료제 '아빌리파이'와 PDH가 특수 제작한 'IEM'(Ingestible Event Marker) 센서가 내장된 디지털 알약이다. 이 융복합 제품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의약품으로, 알약·센서·패치·앱 등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됐다. 2017년 11월 미국 FDA로부터 성인 조현병·급성조증·양극성 1형 우울장애를 겪는 혼재형 발작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먼저, 정신질환 치료약인 아리피프라졸 알약 중간에 IEM(Ingestible Event Marker) 센서를 넣었다. 환자가 약을 먹으면 알약이 배 속에서 녹는데, 센서가 액체와 닿으면 환자가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마이사이트 패치'에 약을 먹었다는 신호가 전송된다. 기기는 신호를 분석해 환자가 언제 약을 복용했는지 기록하며, 이 정보를 환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볼 수 있다. 환자 승인에 따라 간병인·의료진은 포털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적용 사례(사진: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 발제집)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적용 사례(사진: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 발제집)

앞서 오츠카제약은 2015년 9월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승인을 신청했지만, 당시 FDA는 실제로 환자들이 복용했을 때 수반될 수 있는 위험성이 평가되지 않았고,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입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오츠카제약은 추가 임상시험과 자료 보완 등을 거쳐 FDA 승인을 취득해 세계 최초 디지털 의약품의 시판 기회를 확보했다.

김성훈 한국오츠카제약 상무는 "미국 FDA는 새로운 기기인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를 3등급 의료기기로 분류했다. 심사의 경우 약물평가연구센터와 의료기기평가연구센터에서 GMP 실사를 받을 때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동시에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c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를 준비할지, QSR(Quality System Regulation, 의료기기)을 준비할지 FDA와 고민하고 있다. 오는 9월 중으로 모든게 결정날 것"이라면서, "보험급여등재도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했다. 

당뇨병 치료 주사기에 멸균주사침 장착한 '프리필드시린지'

릴리의 '프리필드시린지'(사진: drugdeliverysystems.bd.com)
릴리의 '프리필드시린지'(사진: drugdeliverysystems.bd.com)

릴리(Eli Lilly)의 '프리필드시린지'(사전충전형 주사기) 또는 '오토인젝터'는 주 1회 투여하는 당뇨병 치료 신약(주사제)의 투여 편의를 개선하고자 약액이 충전된 멸균주사기에 멸균주사침이 부착된 형태로 개발됐다. 이 제품은 주사바늘이 보이지 않고 용량조절이 필요없어 자가주사에 적합한 융복합 제품이다.

프리필드시린지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식약처 유관부서와의 사전 논의, 멸균주사침 기술문서 심사 의뢰·심사 완료, 의약품 신약 허가 심사 신청, 구강 소화기과로 심사 의뢰, 심사 완료 후 신약 품목 허가 승인 등 식약처 품목허가 과정을 거쳤다. 

허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주사기와 멸균주사침이 조합된 제품이다보니 의료기기 분류 등급이 없고 명확한 심사 규정과 가이드라인·심사 지침도 없어 신약 허가 심사 기간 멸균주사침에 대한 심사를 재차 반복해 받았다.

정유진 한국릴리 부장은 "KTL을 통해 심사받은 기술문서 심사 통지서를 제출했으나 식약처 내부에 기술문서 심사 통지서로 심사를 대체할 관련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기술문서 심사 시 제출한 모든 근거자료를 다시 제출했다"면서, "2등급 멸균주사침 기술문서 사전 심사에서 약 1년의 시간을 썼는데도 신약 허가신청(NDA, New Drug Application)에서 또 한번 구강 소화기과의 심사를 받았다. 이중심사 개념이 적용된 거다. 현재는 품목 허가를 승인받았고, 사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소비자 오용 가능성이 낮은, 주사기에 부착된 주사침의 의료기기 심사 요건을 재고하고, 의료기기 심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심사 위탁 기관으로 인증된 심사기관으로부터 사전 기술문서 심사를 받고 통지서만 제출해 심사하도록 명확한 지침이나 근거 심사 규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 주사기에 부착된 멸균 주사침에 대한 별도 허가 지침·규정뿐 아니라 주사침이 부착된 주사기에 대한 별도 규격 설정·관리 지침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 부장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용기에 주사침이 부착된 펜·시린지를 사용할 경우 임상시험 계획 승인서 제출 시 신약 심사에서 필요한 수준의 의료기기 심사 자료가 요청되고 있어 임상이 지연되거나 취하 위기를 겪는 회사가 있다. 자료 요청 부분은 NDA에서 고려되도록 심사 방향성을 일관되게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소마취제가 3일간 서방성으로 방출되는 'PF-72'

티젤바이오의 'PF-72'(사진: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 발제집)
티젤바이오의 'PF-72'(사진: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 발제집)

티젤바이오의 'PF-72'는 각종 외과수술 후 발생하는 수술부위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서방성약물전달기구로, 국소마취제가 3일간 방출되도록 설계됐다. 1회 사용 시 1일간 60% 방출되며 나머지는 2일간 서서히 방출된다. 마취약물 사용량이 적고 환자 순응도가 높으며 마취약물 주입을 위해 복잡한 기구를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 후 제거할 필요도 없어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다. 

PF-72는 온도감응형 하이드로젤 기술 'T-Gel'(Temperature Responsive Hydrogel Technology)이 적용됐는데, 상온에서 액상이었던 물질이 체온에서 젤 상태로 변화해 기존 약물의 효능을 3일간 연장시키는 특징을 지닌다.

PF-72 적용 예시(자료: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 발제집)
PF-72 적용 예시(자료: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 발제집)

PF-72는 4등급 의료기기로서 현재 식약처 허가심사를 진행 중인데, 이 제품도 허가심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우선, 의료기기 해당 여부와 품목 분류를 결정하는데만 1년 9개월이 걸렸다. 기술문서 작성 및 시험 검사를 위한 식약처 사전 상담, 공인기관 시험검사, 비임상 동물시험, KGMP 심사까지는 총 2년 3개월이 소요됐다. 허가 가이드라인 부재로 허가절차 결정이 지연됐고, 담당 주무부서 인사이동으로 비임상 동물시험 항목이 돼지에서 쥐로 변경된 탓이다.

탐색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은 식약처 협의 및 보완자료 제출로 인해 1년 3개월이 소요됐으며, 탐색임상과 임상종료 보고, 품목허가를 위한 확증임상 식약처 사전상담, 식약처 허가심사까지 포함하면 총 3년이 걸렸다. 황창순 티젤바이오 연구소장은 PF-72 시판까지는 앞으로 약 2년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소장은 "식약처 품목허가는 문제없이 받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심평원이다. 식약처와 심평원의 의료기기 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다른데, 최악의 경우 우리 기술이 신의료기술에 해당돼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한 임상을 추가 진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PF-72 의료기기허가 주무부서인 구강소화기기과에서는 '약물 혼합 후에 대해 순환계약품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했고, 순환계약품과에서는 '우리가 주무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주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황 소장은 임상계획서에 대해 각각의 부서가 자신들 주장만을 제기하다보니, 상대 부서와의 조율뿐 아니라 병원 현장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황 소장은 "임상계획서가 구강소화기기과·순환계약품과의 검토를 거치면서 현실이 반영되지 않아 임상환자 모집뿐 아니라, 임상결과가 불명확할 수 있다는 임상연구 교수들의 의견이 있다"고 지적하며, "융복합제품 허가와 관련 의료기기·의약품 부서간 통합된 운영원칙이 필요하며, 통합 제도뿐 아니라 식약처와 심평원 간 통일된 평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