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약사에 실익없어 치료재료만 신청들어와"

불용 최소화 위해 예산 적정수준 조정 필요성도 제기

한미 FTA 협상으로 도입된 이른바 '독립적 검토절차'가 약제의 경우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료재료 신청건수는 계속 나오고 있다.

약제 신청이 전무한 건 신약 등재절차 이원화, 다층적 평가체계 등으로 인해 검토신청을 해도 제약사에 실익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는 불용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액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고, 검토자 비중이 높은 대한약사회와 병원약사회 추천자 할당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의 '2018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약제 신청 '제로'...예산불용 매년 반복=독립적 검토절차 지원 사업은 약제와 치료재료의 요양급여 여부 및 상한금액 결정에 대해 제약회사 또는 제조사가 원하는 경우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독립된 제3자에게 결정사항의 적절성을 검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미 FTA 협정에 따라 2012년부터 국내 도입됐다.

구체적인 사업 수행 방식을 보면, 독립적 검토절차를 수행하기 위한 1명의 책임자(검토절차 총괄)와 30명 이내의 검토자를 매년 위촉하고, 책임자에게 연구용역비를 위탁해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책임자가 위촉된 자 중 적절한 사람을 선정해 검토하도록 하고, 검토자에게 건당 검토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연례적으로 예산 불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예산액 1억 8,800만원 중 1억 3,500만원이 집행되고 5,300만원이 불용됐다. 이는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치료재료에 대한 독립적 검토 신청만 있고, 약제의 신청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약제의 경우 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여부 및 상한금액 결정 이후에도 건보공단과 약가협상 절차를 별도로 거치게 돼 독립적 검토 결과가 최종 약가 결정 시 반영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임상적 유용성, 투약비용·경제성평가 결과 등 비용효과성, 제외국 등재현황 및 급여기준 분석,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 치료재료에 비해 다단계의 전문적 평가를 거쳐 요양급여 결정 결과가 도출돼 독립적 검토를 거치더라도 기존 결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제약회사가 약제의 독립적 검토 신청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위원실은 따라서 "이런 구조적 원인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는 과거 검토 신청 실적을 고려해 향후 예산액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불용액 발생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토자 구성 개선 필요=이 사업의 검토자는 「독립적 검토절차 운영규정(보건복지부예규)」에 따라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한국병원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및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의 추천을 받은 자들로 구성된다.

전문위원실은 당초 이 규정을 마련할 때 검토자 추천 단체로 대한약사회와 한국병원약사회를 포함시킨 건 독립적 검토 절차가 치료재료뿐만 아니라 약제에 대한 신청 역시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제에 대한 독립적 검토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검토자를 충원하기 위한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약제에 대한 독립적 검토 신청이 전무한데도 대한약사회와 한국병원약사회가 추천하는 약학대학 교수, 병원 약제 업무 관련 종사자 등이 검토자 명단에 지속적으로 7?8명씩 포함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8년 4기 검토자 30명 중 8명(26.7%), 5기 검토자 27명 중 7명(25.9%)이 대한약사회와 한국병원약사회 추천자였다.

전문위원실은 "복지부는 약제에 대한 독립적 검토 신청이 제기되지 않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두 단체가 추천한 검토자가 치료재료에 대한 독립적 검토를 수행하기에 적절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치료재료의 독립적 검토를 전문적이고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검토자 위촉 비중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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