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 재지정 사활..."이대로가면 지역전달체계 붕괴"

"만약 보건복지부가 이대로 4주기 평가를 진행한다면 울산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유치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이는 중증환자 역외 유출을 부추기고, 지역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14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호소했다. 정 원장은 내년에 있을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에 사활을 걸고 직접 정부를 접촉하고 있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정 병원장은 "울산시는 정부 보건정책에서 항상 경남권에 묶여 불이익을 받아 왔다. 광역시인데도 국립대병원은 고사하고 공립병원 하나 없는 곳은 울산뿐이다. 더 이상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울산시와 지역의료계가 물러설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정 병원장이나 울산대병원만 느끼는게 아니다. 실제 울산시의사회와 울산 지역 내 6개 종합병원장은 최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울산대병원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절실하다고 할까?

정 병원장은 "울산대병원은 2기 때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됐다가 3기 때 재지정되지 못했다. 그 이후 2년간 입원환자는 줄고 외래는 늘었다. 중증질환자를 더 봐야 하는데 지역내 종합병원과 경쟁적 위치로 전락했고, 환자들은 서울로 떠났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정부 정책과 달리 부산울산경남은 같은 생활권역이 아니다. 울산대병원을 이탈한 입원환자들이 부산으로 가지 않는다. 지역내 의료전달체계도 상당히 훼손됐고, 울산대병원의 우수한 인력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제외된 이후 20%나 떠났다"고 했다.

졍 병원장은 "3기 지정 때 우리가 제외된 건 점수  때문이 아니었다. 42개 상급종합병원 중 우리 평가점수는 중위권이었다. 문제는 '부울경'을 하나로 보는 권역 이슈다. 서울은 하나의 생활권이라고 볼 수 있지만 '부울경'은 그렇지 않은데도 하나의 권역으로 봐서 권역배분에서 울산이 배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병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평가체계)도 해결해야 하지만, 권역 분리 또한 중요하다. 울산은 100만의 광역시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있던 것을 없애 환자를 서울로 보내면 안된다"고 했다.

정 병원장은 "이제 시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울산시의 상급종합병원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와 상급종합병원 제도가 제자리를 잡고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려는 복지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결단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울산시의사회와 지역의료계는 시민의 건강과 안전, 지역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가 울산시를 경남권에서 분리해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