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국 복약지도에선 왜 부작용 설명이 드문가
약사가 의사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 한 뒤 부작용에 관한 정보 제공 등 복약지도를 하는 건 약사법이 정한 약사 의무 사항이지만, 실제 약국에서 부작용에 관해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은 별로 없다. 약사가 부작용을 설명하고나면 처방전을 낚아 채 의사에게 달려가 '부작용 있는 약을 처방했다'고 항의하는 환자 탓이 크다. 환자가 의사에게 항의하면, 의사는 약사를 원망하게 되고, 이를 학습한 약사는 갈등관계를 회피하려 아예 부작용에 관해 언급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SNS 등에 심심찮게 회자되고 약사들은 크게 공감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 제24조 4호는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복약지도에 관한 내용을 환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설명한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말한다)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약지도 정의는 약사법 2조 12호에 있다.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 방법, 부작용, 상호 작용이나 성상(性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무사항이지만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약사가 처벌받지는 않지만 의약품 복용시 부작용 정보는 '효과'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의도치 않게 부작용이 나타나면 이 정보는 처방의사에게 피드백 돼 환자가 안전 조치를 받아야 하며, 이런 정보들은 다시 보고 취합돼 제한된 피험자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 기반 허가사항에 다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부작용 설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문제와 관련해 성소민 약사는 SNS에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꿀 팁을 공개했다. "장기간 복용하면 안되는 약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그만 드시라고 할 때까지 꾸준히 드셔야 합니다." "항생제이므로 내성균이 생기지 않도록 잘 목용해 주세요. 약한 약이라서 대충 드셨다가는 다음에 약효가 안날 수 있으니 잘 챙겨 드세요." 복약지도라는 전문 행위에 대해 과문하지만, 고객 앞에서 처방의사를 존중하고, 환자 눈 높이에 맞춰 소통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연구해 준비한 문구로 보인다. 환자가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할까? 물론 그런 환자도 있기는 할 것이다.
모연화 약사는 "약사들이 부작용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통계로 표시해 놓은 인서트 페이퍼 상 이상반응 발현 빈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부작용은 '드물게' 인데, 이는 다시 말해 1만 명중 1명 꼴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통계로 부작용 증상과 발현빈도를 설명하는 대신 '이 약은 이런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고요'라고 일반화하듯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도, 전문가인 약사 말의 무게가 어떠한 것인지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커뮤티케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서트 페이퍼에서 이상반응 발현 빈도는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고 기재돼 있다. ▶매우 흔하게 (≥ 1/10) ▶흔하게 (≥ 1/100, < 1/10) ▶흔하지 않게 (≥ 1/1,000, < 1/100) ▶드물게 (≥1/10,000, < 1/1,000) ▶매우 드물게 (< 1/10,000).
약사가 환자에게 의약품 부작용을 설명하는 것은 부작용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사전 안내를 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약을 효과적으로 잘 먹도록 만드는 전문적 행위다. 정부가 의약품에 관한 배타적 권한을 약사들에게 부여하며 의무를 부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소민 약사든, 모연화 약사든 두 약사의 방식엔 차이가 있을지언정 '상대방(환자)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려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약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의무있는 일들을 갈등을 회피하려고, 고객을 잃을까 두려워 하나 둘씩 외면할 때 사회는 약사의 존재이유에 관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백 투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