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늘리고 상품 줄여야 고부가가치 실현 가능
전 산업 부가율 31.5%에 B,C,D 그룹 모두 미달
토종 B그룹 23.2%, 토종 A그룹의 절반도 안 돼
공장 없는 외자 C그룹, 국민경제 기여도 하급

지난 달 29일 식약처가 2018년 의약품 생산실적을 발표했다. 제약사들 생산실적 순위를 보면, 매출액 순위와 들쑥날쑥 매우 다르다. 생산액 1위는 매출액 5위로 밀리고, 생산액 7위는 상품매출을 발판으로 매출액 1위로 올라서고, 심지어 공장이 없어 생산액은 한 톨 없으면서 매출액은 상위에 랭크된 어엿한 허가상 제약사들도 다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국가와 국민은, 이러한 실정의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이하, 제약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져 줄 것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제약업체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상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고부가가치가 아니라면 그런 기대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와 같은 우리의 제약산업에, 고부가가치를 기대해도 정말 좋은 것일까? 이를 실증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대표적 제약사들의 부가가치 실태를 조사·계산·분석해 봤다.

대표적 제약사들의 부가가치 실태를 조사·계산·분석해 봤다.

A~D, 4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A그룹은 매출액 대비 생산실적 비중이 매우 높으면서 상품매출 비중이 아주 낮은 대형 토종 대표제약사 5곳, B그룹은 매출액 대비 생산액 비중이 크게 낮으면서 상품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대형 토종제약사 5곳, C그룹은 국내에 공장이 없어 생산실적이 전무한 외자 대형 대표제약사 5곳 그리고 D그룹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외자 제약사 전부인 3곳이다.

부가가치(value added)는 생산 및 판매활동의 각 단계에서 기업이 새롭게 창출한 가치를 말한다. 이 부가가치를 국가적으로 합산하면 '생산국민소득'이 된다. 이 소득은, '분배국민소득'과 '지출국민소득'과 함께 '국민소득 3면 등가의 원칙'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이 생산국민소득이 높아져야 '국민 먹거리'가 풍족해 질 수 있다. 때문에 고부가가치는 '국민 먹거리'를 풍족하게 만드는 원천이 되는 것이며 바로 이 점이 고부가가치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가가치의 구성과 부가가치율 산출 공식은, 국책기관인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방식을 따랐다. 한은 방식은 실무적으로 권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가산방식과 감산방식의 2가지 부가가치 산출 방식을 잘 융합하고 있으며, 이 방식을 통해 산출된 각종 산업의 경영분석 평균 지표가 오랜 기간 축적돼 있어 거의 표준지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부가가치'는 '영업잉여(영업이익+대손상각비-이자비용)+인건비(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감가상각비+세금과 공과+이자비용'으로 구성된다. 이번 자료에서 특별히 '감가상각비'에 이와 성격이 유사한 '임차료'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부가가치율(부가가치÷산출액×100) 계산 공식 중, '산출액'은 '매출액+당기총제조비용-매출원가-외주가공비'의 수식이 적용됐다.

그런데 다만, 금감원 DART의 공시자료에 '당기총제조비용'과 '외주가공비'가 대부분 공개되지 않아, 매출액에서 가감되는 '+당기총제조비용-매출원가-외주가공비' 수치를 2017년~2013년 5개년 간의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실제 재무제표 자료를 바탕으로 지수화 하여 보정했다. 즉, 2018년 보정률을 0.8250으로 추정하여 '매출액×0.8250'의 수치를 분석 제약사들의 '산출액'으로 삼았다. 오류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보정율이 2017년 0.8280, 2016년 0.8300, 2015년 0.8410, 2014년 0.8507, 2013년 0.8607로 계산되어, 이 추세를 참고해 2018년의 보정율을 추정했기 때문이다.
  
A그룹 5개사의 2018년 부가가치율은 평균(가중, 이하 같음) 49.3%로 계산됐다. 2017년 기업경영분석의 국내 산업 전체의 부가가치율이 31.5%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A그룹 제약사들의 부가가치율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A그룹 중 특히 S사는 부가가치율이 무려 80.4%나 됐다.

그러나 B그룹 5개사의 부가가치율은 23.2%였다. 실망스러운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A그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全)산업 평균치 31.5% 보다도 한참 아래다. 제약업체가 고부가가치를 내고 있다는 믿음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중 모 제약사는 10% 조금 넘었다.

C그룹의 부가가치율은 겨우 17.3%에 불과했다. '기업경영분석'에서 부가가치율 통계가 잡히고 있는 100여 업종 중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든 최하위 수준의 수치다.    

이에 대해 D그룹의 부가가치율은 35.0%나 됐다. C그룹과 같은 성격의 외자 제약사들인데, 국내에 공장이 있고 없음의 부가가치율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특히 D그룹 중, O사는 매출액은 비록 중위그룹이지만 부가가치율은 무려 52.6%로 아주 높게 나타났다.

C그룹은 공장을 다시 불러들일 대책이 없으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B그룹의 부가가치율이 저렇게 낮은 주된 이유는, 표에서 보듯 무엇보다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원인은 마진율이 자가 생산품보다 훨씬 박한 상품매출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상품매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한 고부가가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와 같은 오늘의 제약사들 부가가치율 실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데도 국내 제약산업을 뭉뚱그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그래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더욱이 제약산업의 시장 점유율을 부가가치가 극히 낮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35%쯤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젠 '제약업체'라고 해서 도매금으로 모두 고부가가치 창출 업체로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번 이 자료가 한정된 수효로 표본 추출된 제약사들의 부가가치율에 대한 자료라 해도, 이 표본 제약사들이 대부분 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상위 20대에 속하는 제약사들의 것이어서 현 제약산업의 부가가치율에 대한 실상과 대세를 판단하는데 별로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해 보면, 몇 가지 시사점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매출액 대비 자체 생산실적 비중이 높아야 제약업계의 부가가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A그룹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둘째, 상품매출은 토종 제약사들의 기업경영에 불가피한 요소이겠지만, 그것으로 국민 먹거리가 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는 생각보다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쟁쟁한 제약사들로 구성된 B그룹의 낮은 부가가치율이 이를 말해 준다.

셋째, 공장이 없는 외자 제약사들의 경우, 오리지널 약품의 약효에 따른 국민 건강에 대한 기여도는 있겠지만, 우리 한국에 대한 국민 경제적 기여도는 아주 하급이라는 점이다. 부가가치율이 17.3%라면 전(全)산업 중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넷째, 기술수출이나 신약개발 등이 무조건 '국민 먹거리'가 될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로 남겨 둬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수출이나 신약개발 등'과, '부가가치 구성 항목들의 수치 증가' 간의 상관성은, 막연한 개연성은 크지만 필연성은 별개의 사항이어서 이번처럼 실제 재무제표 현황 자료를 놓고 계산을 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B그룹 모제약사의 부가가치율이 설마 저렇게 낮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다섯째, 앞으로 제약산업의 고부가가치에 대한 업체 중심의 미시적 실증 자료가 어느 누구에 의해서라도 계속 계산·분석됨으로써 부가가치에 대한 실상이 세상에 올바로 알려져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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