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항소심 무죄→상고심 원심 인용

김준래 변호사, 제품설명회 관련 의미있는 판결
"식·음료 제공 요건 구체적으로 명시"

제품설명회를 마치고 의사들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교환권을 제공했다가 불법리베이트 혐의로 기소된 제약사 영업사원이 4년이 넘는 법정공방 끝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혐의와 관련해 이 같이 검사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제품설명회 뒤 식사 대신 식사교환권을 제공한 행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1심 재판부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영업사원 A씨의 행위를 불법리베이트로 보고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광주지방법원)는 이를 뒤집어 무죄를 판단했고, 상고심은 원심을 확정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공소사실 요지는 A씨가 2012년 1월 E내과 1층에 있는 의사 B의 진료실에서 E내과 의사들을 상대로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공급하는 의약품 처방을 촉진할 목적으로 B씨에게 80만원 상당의 식사교환권을 제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의사 8명을 상대로 제품설명회를 실시했고 그 뒤 의사 B씨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교환권을 8장을 교부했는데, 이는 K협회의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과 그 세부운용기준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식대 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2015년 11월19일 판결에서 "공정경쟁규약 등은 자체적으로 제정해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일 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의 위임을 받았다거나 법령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이 규약 등에 의하더라도 제품설명회를 하고 참석한 의료인에게 식음료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이는 데, 피고인은 제공 가능하다는 금액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제로 제품설명회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제품설명회를 했다고 하더라도 참석자는 B씨 뿐이어서 결국 규약 등에 의하더라도 10만원 상당의 식음료만 제공 가능했을 뿐인데도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E내과 소속 다른 의료인들의 식사교환권까지 포함해 교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종합하면 1심 재판부는 공정경쟁규약 등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않은데다가, 실제 제품설명회를 진행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약사법위반(불법리베이트)을 들어 A씨에게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10일 판결에서 "만약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당시 E내과에서 제품설명회를 진행했고, 그 설명회에 8명 이상의 의사가 참석한 가운데 그들에게 식음료 제공에 갈음해 80만원 상당의 식사교환권을 제공한 것이라면 이는 약사법을 위반한 죄로 의율할 수 없게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E내과에서 제품설명회를 진행한 후 식음료 제공에 갈음해 관련 법령에 따라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B에게 80만원 상당의 식사교환권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제품설명회를 진행하지 않고 식사교환권만을 제공해 약사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없이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적법한 것인데 피고인이 제품설명회를 개최하지 않고 식사교환권을 제공했다고 보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했다. 원심을 뒤집고 무죄판결한 것이다.

상고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올해 6월 13일 판결에서 "원심 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약사법에서 정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준래 변호사(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은 약사법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품설명회 개최와 관련한 식음료 제공의 요건'을 상세히 명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제품설명회가 개최돼야 하고, 참석한 의사에게만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에 더하여 식음료의 현실적인 제공이 아니라 식사교환권 제공방식도 가능하다고 해석한 점에서 실무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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