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 공익성 모두 인정"...제약주장 모두 기각

일회용 점안제 약가 조정(약가인하 조치)에 대해 법원이 합리성과 타당성,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제약사들의 주장에 대해 항목별로 반박해 모두 기각했다. 이에 패소한 20개사는 지난 1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지난달 26일 일회용 점안제 20개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조정' 고시 처분 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비용은 보조참가(심평원)로 인한 비용을 포함해 원고들이 모두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 일회용 점안액 기준 규격을 0.3~0.5ml로 정하고 이에 맞춰 보험상한액을 조정했다. 약가를 단위 당 함량 상한금액을 기준으로 제품군별 가중평균가(함량 산식에 따라 산정한 금액)를 설정하고, 기준 규격 당 가중평균가로 동일하게 인하한 것이다. 

일회용 점안제는 재사용을 할 수 없지만 많은 용량을 불필요하게 담아,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전문가 자문회의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기준을 마련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제약사는 기존에 1회용 점안제 시장에서 얻고 있었던 영업이익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0.4ml 제품의 보험약가 150원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은 41.7%였다.

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 안전성을 이유로 총 함량과 관계없이 동일한 상한금액을 적용받게 한 약제 조정기준 무효 ▶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합리성이 없고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채 재량권 일탈·남용 ▶ 고용량 점안제 생산자들에 대한 신뢰 보호 원칙 위반 ▶ 의견 제출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절차상 위법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약사들의 주장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함량에 의해 기능 · 효능 좌우되는 것 아냐"

먼저 약제 조정기준의 효력 유무에 대해 "일회용 점안제의 허가사항 변경 이후 조정기준 개정 행정예고, 전문가 자문회의, 제약회사 및 관련기관 간담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거쳤으나 이 과정에서 고용량 점안제의 안전성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일회용 점안제는 허가사항이 변경돼 용량을 불문하고 1회 사용 후 폐기하도록 돼 있어서 재사용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눈의 눈물 보유량은 7μl이고 최대 보유량은 30μl인데, 점안제 1방울의 부피가 30~70μl에 해당해 1회 점안량을 충족할 수 있다"며 "양안 1회 1방울 점안이 가능한 약제라면 실제로 몇 방울이 들어있든 기능과 효능은 동일하다"고 했다. 총 함량에 의해 그 기능이나 효용이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적정 용량·용법 사용… 소비자에겐 혜택 돌아가"

재판부는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목별로 ▶ 기준규격 제품으로 가중평균가를 산정한 점 ▶ 2016년 1월~2017년 12월 보험청구량 기준으로 가중평균가를 계산한 점 ▶ 비례원칙 위반 여부(공익에 비해 제약사들이 입는 경제적 손해) 등이었다.

먼저 재판부는 "점안제 1방울이 40μl이라고 할 때 환자가 잘못 넣어 흘러내리는 양을 감안해도 양안에 5방울씩 총 10방울에 해당하는 0.4ml로 충분하다"며 "식약처가 최초 1~2방울을 버리도록 권고한 것을 감안하고, 1방울 부피를 50μl로 보더라도 한쪽 눈에 2~4방울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로 인해 "업체의 생산원가를 개별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거나, 노인이나 수술환자 등 이례적으로 많은 양을 사용할 경우까지 고려해 고용량 점안제의 가격을 산정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합리성이나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중평균가 산정 시 최근 연도의 연간 청구량을 기준으로 하게 됐으나, 이는 법규적 효력이 없다"며 "대체 약제가 최근 등재됐거나 청구량이 급격히 변화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2년을 조정·적용한 것은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아울러 "약제 상한금액 조정은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약제 급여를 제공하고 보험재정의 낭비를 막아 건보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중대한 공익적 목적"이라며 "이 처분으로 인해 제약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더라도 그 손해가 수인한도를 초과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제약사의 점안제 생산 유인이 줄어들어도 건보재정에 악영향이 있거나 소비자 불편이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처분으로 인해 적정한 용량·용법대로 일회용 점안제를 사용하는 대다수 소비자에게 더 많은 건강보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뢰 보호 원칙 위반? 그렇게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신뢰 보호 원칙 위반에 대해서도 "식약처 허가사항 변경에 따라 일회용 점안제의 총 함량을 불문하고 단위당 함량이 같으면 동일 제제로 취급하도록 기준을 규정했다"며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고 동일한 상한금액이 적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했다.

따라서 "제약사들의 손해가 극심해 상한금액 조정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절차상 위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복지부는 약제 조정기준 변경으로 상한액을 직권으로 조정 고시할 수 있고, 복지부가 상한액 관련 사항을 약제 조정기준에 명시하지 않고 처분을 통해 정했다 하더라도 건강보험법령을 위반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허가사항 변경 이후 복지부와 심평원은 전문가 자문회의, 간담회, 상한액 재평가와 그 결과를 제약사에 열람케 했고 의견도 제출받았다"며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 없이 자의적으로 절차를 진행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업체들은 지난달 29일 제약바이오협회에 모여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소송에 참여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는 약가인하 피해액으로 인한 손실을 입증하는 게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소송에 참여한 제약사는 국제약품, 대우제약, 대웅바이오, 디에이치피코리아, 바이넥스, 삼천당제약, 신신제약, 씨엠지제약, 영일제약,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일동제약, 종근당, 태준제약, 풍림무약, 한국글로벌제약, 한림제약, 한미약품, 휴메딕스, 휴온스, 휴온스메디케어 등 2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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